윗니와 아랫니가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에 다다다다 하며 울린다.
그렇게나 춥다.
옷을 아무리 껴입어도 찹다.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는 울타리에 멈춰
두 팔을 기대며 잔뜩 성 난 겨울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머리를 비우기 딱 좋은 탁 트인 바닷가.
구름 한 점 없는 온통 파랑.
회상했다.
전혀 생각하고 싶은 욕구가 없었지만
겨울바다는 내 모든 과거를 품고 있는 것 같다.
뭔가에 홀리듯 내 의식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지독하게도 좋은 기억만, 그리운 기억만 골라서
날 잡아 이끈다. 차가운 바닷속으로.
저항할 타이밍조차 주지 않으면서.
.
.
.
우리 둘은 어느 겨울날
바다 저 넘어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손으로 각자 다리를 감싸고
바닷가 한가운데 쪼그려 앉은 채로.
"좋아해"
내 어깨에 살포시 기대어 있는 너에게
짧고 굵게 한마디 내뱉었다.
그러자 너의 시선이 수평선에서
세차게 밀고 들어오는 파도로 이동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도"
바람과 함께 휘날리는 너의 머리카락.
그리고 은은히 풍기는 샴푸향.
날카로운 바람에 칼에 베이듯 볼때기는 붉게 물들었고
다리를 감싸 쥐고 있던 내 손을 풀어 너의 손을 잡았다.
이윽고 잡고 있던 손에선 땀이 배어 나왔더랬다.
.
.
.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울타리에 기댄 몸을 일으켜 세운다.
괴로웠던 순간은 무뎌지고
좋았던 기억만 남은 건지 모르겠다.
약간의 우울감이 든다.
허나 애써 떨쳐내려 하진 않는다.
깊은 한숨만이
이곳에서 가장 뜨거운 온도로
잠깐 존재하고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