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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 바이허니 Oct 22. 2021

바이허니 활용법(중급편1)
-책모임

'책세권' 성장기 3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혼자서 읽은 책 못지않게 여럿이 함께 읽은 책이 많았어요. 동료를 만나도 책이 매개가 되었고 학교를 함께 가꾸고 변화하는 힘도 책모임에서 나왔어요. 그러니 책방카페를 궁리했을 때부터 책모임은 일 순위였어요. 

바이허니 1호 책모임의 첫번째 책,『우리 앞에 시적인 순간』




  금요시읽기          


  가장 먼저 만들어진 책모임은 <금요시읽기>입니다. 회원이 모일까 걱정이었지만 다행히 여러분이 와 주었어요. 오랫동안 ‘독·도랑 놀자’ 활동을 함께 했고 퇴직 후 같은 마을에 귀촌한 허정숙 선생님이 진행을 맡아주었고요. 

  정숙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따르고 그리워하면서도 함께 하지 못해서 안타까워한 현직교사들이 많았어요. 저녁이나 주말에 하면 안 되냐는 요청도 해왔고요. 


  그러나 바이허니가 책방과 카페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간대에 다양한 사람들이 와줘야 했어요. 밴드 공지글을 보고 정애, 지원이 찾아왔고 저도 회원이 되어 첫 모임을 열었어요. 

  함께 읽을 책, 『우리 앞에 시적인 순간』(소래섭, 해냄출판사)이란 제목이 딱 들어맞는 느낌이 왔다고나 할까요? 낯설지만 따뜻했고, 내밀하지만 충분히 공감하면서 참 좋았어요. 

이웃으로 귀촌한 허정숙 선생님과 함꼐 시작한 첫번째 책모임, <금요시읽기> 시즌1, 시즌2


  아침 햇살 속에 함께 시를 읽는 금요일의 작은 행복은 서른네 번의 모임으로 시즌1을 마쳤어요. 그동안 연이, 주희, 화영, 선희, 민경, 은희, 은정이 각자의 뭉클한 색깔을 풀어주며 소중한 감동을 전해주었지요. 

  대개 한 권의 시집으로 4주 정도 함께 읽었어요. 한 사람씩 자신이 고른 시를 낭송하면, 정숙이 시에 담긴 삶의 이야기로 안내했어요. 어느새 우리 삶의 이야기도 술술술 풀려나왔고요. 마무리는 같은 시를 재낭송하는데 이야기를 거친 시는 어찌나 새롭던지요. 


  그동안 책만 읽었을까요? 푸짐한 음식, 느닷없고 정성 어린 선물, 별빛과 함께 한 영화감상 등 읽은 책 높이만큼이나 마음도 추억도 쌓였답니다. 

  그리고 해를 바꾸어 시즌 2는 계속 이어지고 있군요. 새롭게 시를 읽는 석화, 지향, 동영, 혜경, 명옥 사이로 시즌 1에서부터 함께 한 은정도 보이는군요.                                                   

  


                

  내키는대로(북테라피) 책모임           


  2019년 4월에 가장 많이 판매된 책은 『당신이 옳다』(정혜신, 해냄, 2018)였어요. 작가처럼 ‘나에 대한 공감’을 남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을까요? 희영이 친구인 정임에게 모이자고 제안한 게 시작이었어요. 

  그렇게 희영, 정임, 지영, 영자가 처음부터 자리 잡고 밴드 광고를 보고 은주, 혜진, 선영이 찾아왔어요.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선후배 관계인 이들은 <내키는대로 책모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심인물이 되었고요. 몇 달 뒤에 상미가 합류했어요. 

희영이 중심이 되어『당신이 옳다』처럼 공감을 나누며 마음 테라피로 발전해가는 <북테라피>


  한 달에 한 권, 한 번 만나는 이 모임은 심리학, 아동, 사회과학, 청소년소설, 사회, 역사 등 종횡무진으로 책을 읽습니다. 내키는 대로 고르는 것 같지만 깊은 사색으로 마음이 맑아지는 경험을 공유합니다. 그 공감대가 반영되어 <내키는대로-북테라피-모임>으로 이름이 바뀌었고요. 

  함께 읽을 책 선정 방식이 특이한데요. 참석한 회원이 책방으로 내려가서 마음이 머무는 책을 한 권씩 골라옵니다. 물론 미리 추천 책을 정해와도 좋고요. 이제 각자 자신이 권하는 책을 설명한 다음 손들기를 해서 정하는 거예요. 자신이 추천한 책이 뽑힐 때는 은근 뿌듯하기도 하지요. 


  한 달 뒤 다시 모일 때는 추천자가 먼저 이야기를 꺼냅니다. 책에서 좋았던 부분을 말하고 나면 이제 돌아가면서 밑줄 그은 부분을 읽거나 공감 가는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지요. 각자의 과거와 현재가 넘나들고 가족과 동료, 이웃, 국가의 이야기가 종횡무진 흘러갑니다. 

  공감하는 눈빛과 몸짓이 오가고 웃음과 콧등 시림이 번갈아 찾아들기도 하면서 육아 전담자도 직장맘도 다시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꼰대 탈출, 아저씨 독서클럽     


  저와 동갑내기 남자가 있었어요. 체육교사로 지내다가 교감 자격연수를 받게 되었지요. 연수를 받던 중 “책을 읽으면 어른이 되고, 읽지 않으면 꼰대가 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 고민을 얘기하기에 “당연하다, 덧붙여 혼자 읽는 것만으로는 꼰대 탈피가 어려울 것이다.”라고 겁(?)을 줬답니다. 저 역시 나이에 따라 상승하는 꼰대 지수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만들어진 모임이 <아저씨 독서클럽>입니다. 

꼰대 되는 시간을 늦추기라도 하고픈 남자들의 이야기 모임, <꼰대 탈출 모임>


  꼰대가 되는 시간을 늦춰보자는 우선의 하소연이 먹혀들어 수헌, 원, 광률, 영욱이 모였어요. 책모임을 하는 남자들은 거의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시작부터 경이로운 일이었지요. 

  참관해보니 대화의 스케일도 좀 달랐어요. 범우주적인 역사의 흐름, 인간의 본질 등을 오가는데 나는 어질어질하더라고요. 같은 인간이기에 공감 가는 이야기도 좋았지만 여기, 지금을 살아가는 남성들의 현실과 고민을 듣는 것도 새롭더라고요. 

  30년을 함께 살아도 이해하지 못했던 남편의 말과 행동이 비로소 읽히게 되는 성과(?)도 있었답니다. 




  마음이 향하는 독서     


  바이허니를 움직이는 힘 중의 하나가 ‘밴드’입니다. 교사가 아니고 책방지기도 아니었던 시절, 저는 <언니네 제철밥상>을 차려냈어요. 제가 살아온 시절만큼이나 바쁘게 학교와 집을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후배 교사들을 위해 반찬을 만들어 팔았던 거죠. 

  처음엔 문희의 부탁으로 두세 가지 준비해주었는데 그 소식을 들은 후배들이 줄을 서는 거예요. 그래서 시작했지요. 학교 일에 지쳐 퇴근하면 옷 벗을 사이도 없이 주방으로 출근하는 직장맘의 고됨을 덜어준다면 그 또한 보람 있는 일 아닐까 싶었어요. 


  재미도 있었어요. 조리기구나 시간의 한계로 하루 10세트 정도만 예상하여, 밴드를 통해 메뉴를 공지하고 댓글 순서로 판매 완료했지요. 메인 요리 하나에 곁들이 반찬 두 종류를 챙기니 그대로 식탁 위에 올리면 4인 가족의 너끈한 한 끼가 되었어요. 

  맛있다, 잘 먹었다는 댓글들이 달리고 아는 사람들 사이로 밴드 초대가 이어지며 밴친이 점점 늘어났어요. 시간이 흐르며 건축 과정까지 중계되었고, 책방카페 이름도 공모하였어요. 개업 즈음엔 밴드 이름도 바뀌게 되었답니다. 

  여러 책모임 역시 모임이 끝나면 돌아가며 ‘후기’를 밴드에 남겨요. 그 글은 참석했던 분들에게는 감성과 지성, 공감의 확인이 되고 여러 밴친에게는 상상과 호기심의 원천이 되더라고요. 유독 마음이 가는 모임에는 합류하기도 하고요.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를 나누는 시간


  대개 그렇게 흘러가는데 <마음이 향하는 독서모임>은 좀 특이하게 출발했어요. 모임 구성이 바이허니 안에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아예 팀을 짜서 바이허니로 들어왔답니다. 

  미영이 여행스케치를 함께 하던 옥금, 금자, 아라, 유미에게 책모임을 제안했고 타로 공부를 함께 하는 영아에게도 공부하자고 말했어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책 선정과 진행 방법 포인트 몇 가지만 짚어주니 이야기가 저절로 흐르더라고요. 이들이 남긴 후기를 보고 마을공동체 일꾼 정민과 카페 손님이었던 현정, 수희가 합류하여 빛깔이 더욱 다채로워졌어요. 

  각자의 영역에서 다른 삶을 일구어온 사람들이 인생 선후배로 새롭게 만나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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