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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애써 마음을 새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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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기원 Feb 12. 2018

‘그리움’과 ‘설렘’은 서로 닮았다

그리움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또 왜 이렇게 긴긴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아이유가 리메이크한 고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며칠째 반복해서 듣고 있다. 중학생 때부터 아이유의 팬이기도 하지만 김광석의 노래의 멜로디, 가사 하나하나가 오래 끓을 소록 더 많이 우러나오는 찻잎처럼 계속 마음속 한 구석에서 그리움을 피어나게 한다. 오래된 노래라는 이유로 그 그리움이 두 배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움은 참 밤과 잘 어울리는 감정이다. 가사 속 주인공은 그리움으로 밤을 새우다가 새벽이 지나 밝아지는 유리창에 조심스럽게 “널 사랑해”라고 썼다가 이내 지워버린다. 어쩌면 차가운 유리창이 그리움에 젖어들던 주인공을 현실로 데려왔는지도. 그리움은 지나간 일을 돌아볼 때 생기는 감정이다. 지나온 발걸음을 돌아보는 행위, 그리고 그 돌아보는 마음에 조금의 기대감이 섞여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그리움이라고 한다.

그리움과 비슷한 감정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설렘이다. 중학교 시절 친구들과 떠나는 수학여행 전날, 무엇을 해도 재미있을 것 같고 어떤 음식을 먹어도 맛있을 것 같은 그런 기대가 머릿속을 꽉 채워서 쉽사리 잠이 오지 않던 밤. 짝사랑하던 아이의 손을 잡고 공원 걸었던 날, 잘 들어갔냐는 문자에 답장을 기다리던 밤. 대학교 수시 결과가 나오는 날, 차갑게 언 손으로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내며 대학생으로서의 모습을 그려보았던 날. 이처럼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그려보는 일, 그리고 그 미래에 자그마한 기대감을 가지는 마음을 우리는 설렘이라고 한다.

둘은 똑같이 기대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 기대감의 방향에 따라 우리는 때로는 설렌다고, 때로는 그립다고 말한다. 기대하는 마음은 그 순간에 가까워질수록 커진다. 설렘은 눈덩이처럼 천천히 굴러오다가 그 순간에 닿기 직전에 가장 커지고, 그리움은 지나쳐간 그 순간에 가장 크게 굴러와 시간이 지날수록 닳아진다. 둘은 많이 닮은 감정이다.

살아가면서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내 두 눈으로 한 순간 한 순간 담을 수 있는 것들이 전부인데. 내 머릿속에는 내가 지나쳤던 모든 순간순간이 조금씩 쌓여서 나는 언제부터인가 내가 볼 것들보다 내가 지나쳐간 것들이 많게 느껴진다. 어느새 부터인가 설렘보다는 그리움을 느끼며 살아갈 때가 많다. 지금도 새로운 한 해 동안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어떤 일을 하며 설렐지 두근거리기보다는 지나간 사람들, 지나간 순간들에 대한 그리움이 나를 가득 채우고만 있는 것 같다.

나는 늘 많은 것들이 그립다.

소꿉놀이하던 친구들과 그때의 내가, 중학교 시절의 첫사랑과 그때의 내가, 고등학교 시절을 마지막으로 볼 수 없는 엄마가 그립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은 옅어지지만 그리움의 개수는 많아진다. 우리는 늘 모여서 술 한 잔과 함께 앞으로의 얘기보다는 지나간 이야기를 한다.

동시에 그리움은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것들을 더 가치 있게 느끼게 한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앞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다가올 이별이 나를 또 힘들게 할까 봐 사람들을 무서워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내가 지금 하는 말과 행동이 이 사람과의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름을 잘 알기 때문에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지는 그리움에 가끔씩 찾아오는 설렘은 더없이 소중하다.

나는 여전히 많은 것들이 그립지만. 그 그리움에 쏟아지는 기대들은 내가 지나쳐온, 한때는 내가 설레었던 것들에 대한 기대이다. 그 그리움에 쏟아지는 기대들을 조금만 돌려서 앞으로 향하게 하면 매일이 설레는 삶이 될 것이라고 믿어본다.

늘 그리운 우리 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