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한 번의 심리상담, 그 기록 4
#상담센터 결정.
상담을 여러차례 받아본 직장 동료의 조언 덕분이다. 정신과 상담도 괜찮겠지만, #심리상담 을 받아보면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지도 조언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지금와서 돌아켜보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내 평소 직장에서의 모습을 위태로워하며 우려해주던 동료는,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직장 사무실 인근의 #상담소 와 #사회활동가(나의 직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상담센터 등을 직접 찾아봐주기도 했다. 너무도 고마운 마음. 내 마음이 회복되길 바라주는 이들이 있음이 내게 가장 큰 치유의 힘이었다. 그녀의 추천 리스트와 여러 사람의 경험담 등을 고려해서 안국역에 있는 상담센터로 최종 결정했다.
첫 상담.
이때가 다른 사람 앞에서 이번 일 때문에 운 두 번째 순간이었다. 이날 난 난생 처음 본 #상담자 앞에서 거의 상담 시작과 동시에 눈물 을 쏟아냈다. 상담이 이어지던 4~50분 가량을 내내 울기만했다.
‘이렇게 두서 없이 말해도 되는건가요’
‘아니 제가 대체 왜 이렇게 우는건지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내담자 의 #감정 을 받아주는게 상담자의 역할이기야 하겠지만, 이런 진빠지는 광경은 상담자에게도 너무 #스트레스 가 아닐까.. 내가 이래도 되는건가 싶어 미안한 #마음 과 자책감에 또 울고. 이 낯선 상담자에게 모든걸 쏟아내고 싶은 마음과 너무도 무례한게 아닌가 싶은 마음을 오가며 횡설수설. 상담자는 내게 티슈를 주거나, 기다려주거나, 눈을 맞추며 경청하고 있음을 표하며 인내심있게 나의 쏟아지는 감정들을 받아주었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 가 너무 큰 것 같다고, 계속해서 그 직장을 다니는 이유가 뭐냐고 상담사가 물었다. 물론 #퇴사 생각은 1년 넘게, 하루에도 여러번 하고 있지만 쉬운 결정이 아니니 망설이던 중이었다.
“이 #직장 을 그만두면 이런류의 직업을 다신 갖고싶지 않을 것 같아서, 그게 무서워요.”
그게 나의 이유였다. 그러자 상담자는
“그렇게까지하면서 이런 일을 꼭 해야되는거에요?”하고 되묻는다.
“글쎄요. 그렇지 않으면 딱히 #보람 을 느낄 일을 못할 것 같아요.”
“꼭 보람을 느껴야해요?”
상담사의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 생각해보니 그렇네.
내가 하는 일은 사회활동의 한 영역이다. 임금도 적고 노동강도도 강하고 심리적, 정신적 부담도 크다. 하지만 이 바닥 언저리에서 구르다가 보람 비슷한거 있음 주워먹고, 아니면 어딘가는 보람이 있겠지 하며 또 찾아 굴러다니고, 그런게 내가 가지는 직업에선 최선일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굳이 #일 에서 #보람 을 찾지 말라는 누군가의 조언처럼, 일과 별개로 다른데서 보람을 찾을까도 싶은데 여기선 사실 그럴 여유도 없다. 저녁먹고 씻고 자면 하루가 가고. 온전히 휴일을 보장받지 못하는때도 있고, 휴일에도 #긴장상태 일때가 많다. 요즘 막연히 드는 생각은, 적더라도 월급 꼬박꼬박 나오고, 제때 출근해서 제때 퇴근하는 일을 하면서 여유를 좀 찾아볼까. 남는 시간에 책을 읽던 기술을 배우던 하면서.
병원에 가볼 생각은 안해봤냐고 상담사가 물었고, 나는 초기의 #고민 들로 답했다. 다음 상담 전에는 #심리검사 지를 작성해오라고 하며 첫 상담이 마무리됐다. 첫 상담에 대한 기억은 감정을 한참 토해내다 온 것뿐이다.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책 제목처럼, 울고나서 엄청 후련하거나 시원한 기분은 아니었다. 그냥 날섰던 마음들이 낮게 요동쳤고, 다 울고나니 조금은 처졌다. 지치기도 하고 마음이 너무 가라앉아 평소 텐션으로 끌어올리기가 쉽진 않았다 ^^;
이렇게 하염없이 누군가를 붙잡고 내 얘기를 늘어놓은 적이 있던가. 사실 일방적으로 내 얘기를 경청해주고, 공감해주고, 내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을 해주는 이가 주위에 흔할리 없다. 관계는 상호적인거라 내 얘기만을 들어줘! 할 수는 없는거니까. 이것만으로도 심리상담의 역할은 참 큰 것 같다. 억눌린 감정들을 쏟아내고, 그러면서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달까. 산 꼭대기에서 외치는 "야호"처럼, 그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는 행동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속 깊은 곳에 눌러뒀던 마음을 소리로 내던지는 것. 마음이 소리가 되어 나올 때, 어떤 카타르시스가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직 처음이라 낯설고 어수선하지만, 싫진 않다. 다음 상담이 많이 기다려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