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극복이 아니다
내 나이 28, 딱 10년 전을 돌이켜보는 나날을 살고 있다.
헝클어진 채로 18살부터 28살, 아니 더 자세하게는
28년 인생을 헝클어진 채로 살아왔다.
변하고자 하는 갈망은 작년부터 들었고
28년의 헝클어짐이 곪고 곪아 염증이 터져서 결국 심각한 우울증을 안고 살았던 나의 스물일곱.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했던 작년 겨울, 열등감과, 과한 피해의식과 강박이 불러온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덮혀진 1년 동안의 시간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지워버렸고, 두려움에 무뎌져 몽롱한 정신으로 방문을 열고 나와보니
어려운 문제들이 단순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약 1년이 좀 넘은 기간 동안 지독한 외로움에 파묻혀있다 보니 열등으로 둘러싼 감각들이 둔해져 있었고, 쓸쓸함에도 적응이 된 것 같다.
눈 속에 손과 발을 파묻혀놓고 한동안 있다 보면 신경이 마비되어 감각을 잃는 것처럼, 어린 시절 한겨울에 친구들과 뛰어놀기 위해 따뜻한 집에서 나왔을 당시는 덜덜 떨면서 나왔어도, 이내 곧 적응이 되어 아이들과 시간 가는지 모르고 즐겁게 놀았던 때처럼,
잃어버린 감각은 그만큼 약해져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삶은 의지로 이어갈 수 있고 의지는 자세를 요한다.
난 자세가 구부정해서 그 구부정한 모양대로 살아온 모양이다. 2020년 올해 중순 즈음 들어서니 나는 구부정한 자세를 바로잡기로 다짐한다.
지금이 아니면 또 앞으로의 10년을 헝클어진 채로 살다가 그때 가서 지금을 떠올리며 바로잡으려 할 거 같은데 나는 지금이 아니면 절대 그때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