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인의 약한 리더십과 일사불란함을 바탕으로 하는 실행력이 약화되고 있는 삼성의 위기는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당시 고려대학교 교수였던 장세진 교수는 미국과 한국에서 출간된 그의 저서 <삼성과 소니>(영문판 ‘SONY vs. SAMSUNG’)를 통해서 삼성이 장단점을 분석했던 적이 있다.
기억에 의하면 장 교수가 평가한 삼성의 장점은 ‘남이 닦아놓은 길을 강한 실행력으로 따라잡는 일은 그 어떤 기업보다 탁월하다’는 것이었다. 즉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아울러 장래에도 가야 할 길이라고 확실해 보이는 사업 부문은 집요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추진하여 반드시 일등을 하고 말겠다는 강한 동기와 실행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에 반해 단점이라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데에는 매우 취약하다는 평가였다. 즉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척하는 역량은 매우 떨어진다는 평가다.
동 평가가 있고 난 다음 근 20년이 되어가고 있으나, 그간 외부에서 지켜본 삼성의 조직문화와 이를 작동시키는 프로세스 즉 장 교수의 2008년 평가를 뒤바꿀만한 동기가 있었는지를 잠시만 헤아려보더라도 그다지 변화가 커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 주력인 반도체 부문에서 HBM과 파운드리 비즈에서의 열세 상황을 만든 그 출발점부터 살펴볼 때도 삼성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략적 판단과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하는 실행력 면에서 부족했음이 사업적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략적 판단과 이를 실행시키는 강한 추진력 면에서 여실히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되겠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실행의 주체가 되는 구성원들의 패배의식이다. 삼성의 핵심 경쟁력은 오너 경영자의 강한 리더십과 더불어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하는 구성원들의 일사불란함과 실행중심의 조직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기사 참조)과 관련한 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프로세스와 실행력 특히 이를 가동하는 소위 ‘일등정신’이라고 하는 구성원의 자부심과 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심하게 손상받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쉽게 패배의식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으나 ‘우리도 안 되는 것이 있구나’와 같은 생각이 내부에 파고드는 현상은 삼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조짐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한 상태라고 진단하는 이유이겠다.
유첨의 S 커브 그래프는 2007년 보고서에 삽입되었던 것이다. 삼성 특히 삼성전자는 현재 정체기(B)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성장 동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쇠퇴의 길(C)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동되고 있는 모양새이다. 특단의 혁신(Radical / Proactive) 활동을 통해 다시 성장의 길(A)로 돌리는 조치가 시급해 보인다. 삼성 특유의 강점을 바탕으로 재 도약을 위한 개혁의 길로 조속이 들어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