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의 『모순』을 읽고 있는 You. (독서모임 준비를 위해)
You.
눈이 방울 방울 오는 화요일입니다.
'시립도서실'을 통해 빌리면 『모순』을 오디오북으로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오래전 책으로 읽었고, 또 이북으로도 읽기도 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오디오북으로 들으니 나름 재미가 있더라고요. 관심 있으시면 한번 시도해 보심도…^^
You..
다만 오디오북의 단점이라면,
양귀자 소설 특유의 매 장의 마지막 문단이 주는 가슴 시린 느낌이 제한된다는 것일 겁니다.
가령, 5장 마지막 단락인 120쪽의
"나는 왜 갑자기, 어딘가에서 그 남자의 냄새나는 양말을 깨끗이 빨아놓고 잠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까….."
와 같은.
가령, 3장의 마지막인 79쪽의
"내 마음대로 해석한 김장우의 전화 메시지 때문에 나는 쉽게 하늘색 전화기 앞을 떠날 수 없었다. 동전은 넘치도록 많은데, 뒤에서 빨리 끊어달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는데, 조용조용 꽃가지를 흔들고 있는 라일락은 저리도 아름다운데, 밤공기 속에 흩어지는 이 라일락 향기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은은하기만 한데……"
와 같은...
You...
이상해요.
난 왜 양귀자의 글은 말보다는 저기 저 말줄임표에 훨씬 더 많은 말이 담겨 있다고 느껴질까요.
밖에 내리는 눈은 왜 또 슬픈지도 모르겠어요.
3월이어서겠죠.
유리창에 부딪힌 눈이 녹아 흘러내리네요.
마저 읽어야겠어요.
왜 진진이는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라고 했는지를 알아봐야겠어요.
왜 또 양귀자는
그이 소설의 제목을 『모순』이라 했는지를 알아봐야겠어요.
한비자가 그의 글 난세편(難勢篇)에서 했다는 말이잖아요. 창과 방패....
소설의 마지막장에 진진이가 이 얘기를 하긴 하죠. 294쪽에서요.
근데... 한비자는.... 그냥 뭔가 밋밋해요. 뚫을 수 없는 방패와 뭐든 뚫는다는 창.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건데...
암튼 이런 원래의 어원보다는.... 뭐랄까...
그냥 우리말이 주는 느낌이 훨씬 강렬한 거 같아요.
그냥 뭔가 모순이 있는 거라는 거겠죠. 도저히 용납(혹은 납득)되지 않는 그 무엇.
사실 끝까지 가면 마지막 296쪽에 양귀자가 그 의미를 문장에 숨겨두긴 했어요.
"나는 내게 없었던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이전에도 없었고, 김장우와 결혼하면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한 그것. 그것을 나는 나영규에게서 구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요. 그 '결심'이 모순인 거죠.
안진진의 진술처럼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었던 겁니다.
그녀는 분명 (아니 내 독법으로는) 불행을 택한 거예요.
빈궁하지만 사랑했던 엄마와, 부유했지만 사랑받지 못했던 이모의 삶 중에서... 이모 쪽에 선 것이죠.
아니 뭐 꼭 그게 불행의 길 인지는 확실치 않지만요...
맞아요. 모순.
그런데 어쩌겠어요.
"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라면서요.
"실수는 되풀이되는 것"이라면서요.
그래서 "그것이 인생"이라면서요....
안진진이 그랬어요.
한 장 독서 요약
관련서적
양귀자의 『모순』, 2013. 쓰다.
[참고] 소설 13장 마지막쪽인 252쪽에 실린 노래.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을 듣습니다.
"이모가 추천한, 아니 이모를 사로잡은 그 노래"
그대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아무렇지도 않았나요.
혹시 후회하고 있진 않나요. 다른 만남을 준비하나요.
사랑이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봐요.
그대 떠난 오늘 하루가 견딜 수 없이 길어요.
어제 아침엔 이렇지 않았어요.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오늘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모든 것이 달라져 있어요.
사랑하는 마음도 함께 가져갈 수는 없나요.
그대 떠난 오늘 하루가 견딜 수 없이 길어요.
날 사랑했나요.
그것만이라도 내게 말해줘요.
날 떠나가나요.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