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흑인영가>그리고 <밥정>과 <삼포 가는 길>
SNS를 통해 공유된 몇 장의 사진은 아주 오래 전의 추억 속으로 나를 빠져들게 한다. 그것은 슬픔과 막연함 그리고 기대와 불안 등 말 그대로 애증의 어느 한 때로의 시간 이동이다.
언뜻 모자이크 문양처럼 보이는 물고기 상자는 어부들의 수고가 느껴진다. 던져진 모 다발을 움켜 든 농부의 몸짓은 아련함이 점점이 묻어나는 고향의 그리움 그것이다. 두고 온 부모와 형제, 언제든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던 지나버린 고향의 품에 대한 향수 그 자체이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났다. 어떤 악몽이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내 비명소리와 함께 깨어났다. 3시 반쯤이었다. 이후 뭔가를 듣다가 읽다가를 반복했다.
읽던 소설에 묘사된 노래 <때때로 나는 엄마 없는 아이처럼 느껴_'Sometimes I feel like a motherless child'>라는 흑인영가를 찾아 듣는다. 동일 제목의 노래를 부른 십수 명의 가수와 연주자들의 곡 대부분을 들었을 성싶다. 새벽녘부터 오전까지.
때로는 엄마 잃은 아이 같은 기분이에요.
때로는 엄마 없는 아이 같은 기분입니다.
나의 집은 아득한 저 편,
너무 멀리 있네, 내 고향은.
...
그 많은 곡 중 하나. 베시 그리핀(Bessie Griffin)이라는 여성의 지글거리는 녹음본에 유독 끌린다. 오르간 연주에 맞춘 흑인 특유의 창법, 명료하게 들리는 가사가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훨씬 호소력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https://youtu.be/2NDwW8onaoA
반복해서 듣던 중에 또 다른 연상으로 (그래, 예술이 좋은 점은 보고 읽고 듣다가 무언가를 또 연상해 주기 때문이리라) 떠오른 영화가 있었다. 그 두 편 영화는 모두 그리움의 그것이었다.
첫째는, 다큐 영화 <밥정>
임지호 셰프의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찾아 헤매던 모습을 담은 모습. 울다가 웃다가 가슴 졸이며 봤었던 영화 속의 이미지가 겹쳐 보였다. 그리움의 그것이었다. 영화를 본 그다음 해 2021년, 그이의 심장마비 별세 뉴스에 가슴 철렁함을 느끼며 마음 아파했던 기억까지 소환되었다. https://youtu.be/8__br1bmvWo
둘째는, 영화 <삼포 가는 길> 황석영 작가의 단편을 영화화한 것으로, 처음 이 작품을 접한 것은 TV 문학관을 통해서였다. 눈 쌓인 들과 산길을 걸어 <삼포>로 가던 세 사람의 여정이, 어린 내게도 무척이나 강렬하게 기억되었다. https://youtu.be/H56kr3T96PI
김영동의 음악이 극히 우리의 감성을 잘 담아낸 것이라는 생각은 나중에서야 공감을 더했지만 말이다. 역시 <그리움>의 그것이다.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된 기억은 책으로 음악으로 다큐로 그리고 영화로 이러저러한 연상을 계속한다. 이런 것들이 좋다. 기억에 기억을 더하는 이런 사진과 글과 음악과 영상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