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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어른’의 얼굴 – 다큐 《어른 김장하》

by KEN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의 인사말이 담긴 쇼츠 영상을 우연히 보다가, 그 원본이 담겨 있는 다큐멘터리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을 추적하며 보여주는 이 이야기에는 이미 수많은 리뷰가 있어 찾아보는 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그중에서도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특히 제게 깊은 감동을 주었던 장면—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명신고 영어 선생님이셨던 분의 인터뷰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돈이 많은 사람이다' 생각하는데"
"돈이 많은 게 아니고 뜻이 있는 분이었다 생각을 하죠"
"당시 이사장 나이가 돼 보니까"
" '아? 나는 41살, 42살에 지금 뭐 하고 있나' 싶으니까"
"'아, 저 사람 너무 대단하다' 싶죠"
"저분을 닮고 싶다"
"닮고 싶은데 도저히 내가 닮을 수가 없다"


저 인터뷰 말씀 중 "도저히"라는 말에서...

저는 왈칵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진심이 느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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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저런 감정을 품게 하는 분이라면, 정말 진심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김장하 선생의 삶을 많은 분들이 들여다보면서,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진정한 ‘어른’의 얼굴을 마주하다 –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보고...


선생다운 선생이 없는 시절이라고들 합니다. 여기 한 사람의 삶을 살펴보고 나를 포함한 주변을 둘러보게 만드는 다큐멘터리 한편을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바로, MBC경남이 제작하고 현재는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입니다. 이 작품은 한 사람의 삶을 넘어, 한국 사회가 잊고 있던 ‘어른다움’이라는 가치를 조용히 되새기게 해 줍니다.


“돈은 똥과 같다” – 김장하의 철학이 남긴 울림


《어른 김장하》는 경남 진주에서 평생 한약방을 운영하며, 자신이 번 돈을 고스란히 공동체에 환원한 김장하 선생의 삶을 조명합니다. 그는 학교를 세워 국가에 헌납하고, 수많은 장학생들을 후원했으며, 여성 인권, 환경 운동, 지역 언론과 문화사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묵묵히 후원자의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돈은 똥과 같아, 모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흩어놓으면 거름이 된다”는 말은 오늘날 극심한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다큐는 단지 한 인물의 선행을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왜 ‘어른’의 삶인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정제된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없는 다큐멘터리? – 형식 자체로 삶을 증언하다


《어른 김장하》는 전개가 독특합니다. 내레이션 없이, 소박한 음악과 영상미만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는 단지 형식적 실험이 아니라, 주인공의 삶의 태도 자체를 닮은 연출 방식이라는 생각입니다. 김장하 선생은 인터뷰를 극도로 꺼리는 인물로, 제작진은 그의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그의 철학과 행동을 비춰주는 형식을 취합니다.

이처럼 절제된 접근 방식은 다큐멘터리가 전하려는 선생의 진정성과 삶의 자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고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2022년 연말 MBC경남을 통해 방영된 뒤, 유튜브에서 공개되며 지역을 넘어 입소문을 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되었고, 2023년 11월에는 극장판으로 재편집되어 개봉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넷플릭스에서는 2025년 4월 현재에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어른 김장하’가 남긴 진짜 질문


《어른 김장하》는 단순한 인물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어른이라 부를 만한 존재에 대해 다시 묻고 있습니다. 자신을 찾아와 너무 늦게 왔다고, 그렇게 후원하여 주셨으나 비범한 사람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인사하는 과거의 장학생 출신에게, 그런 소리 말라며 “평범함이 이 사회를 지탱한다”라고 전했다는 그의 말처럼, 김장하 선생은 거창한 영웅담 대신 꾸준한 실천과 나눔으로 공동체를 이끈 어른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이를 통해 우리에게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화려한 말이나 거대한 성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른 김장하》는 진정한 어른이란 무엇인지, 공동체의 일원으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를 말 없는 언어로 전합니다.


그 뜻을 조용히 새겨봅니다.


비상한 시국을 넘어, 극히 평범한 일상을 그리는 4월 어느 날의 감상이자 바람입니다.





작품 개요

제목: 어른 김장하

형식: 다큐멘터리 (넷플릭스)

감독: 김현지

주요 인물: 김장하 선생, 김주완 기자

제작: MBC경남

배급: 시네마 달

러닝타임: 1, 2편 각 51분, 총 102분

수상: 제59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 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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