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는 신사적입니다.
연주가 시작되면, 모든 Jazz 플레이어가 주연이자 조연입니다.
누구 하나 홀로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드럼이 노래를 시작하면 그가 리드합니다.
그러다 보컬이 전면에 나서면 콘트라베이스, 피아노, 드럼 모두가 뒤로 물러서며 조용히 받쳐줍니다.
이윽고 피아노가 노래하기 시작하면 보컬은 자연스레 소리를 낮추죠.
그리고 어느 순간, 콘트라베이스가 호출되어 무대의 중심에 섭니다.
그들은 서로 대화합니다.
음악 안에서, 그 대화 속에서, 각자가 자유롭게 뛰놉니다.
끊임없이 서로의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누군가 앞으로 나서면 나머지는 한 걸음 물러섭니다.
그리고 다음 주자를 조용히 불러내고, 방금까지 앞서던 이도 자연스레 뒤로 물러납니다.
그 젠틀함이 좋습니다.
다투지 않고, 존중하며, 배려하고, 화음으로 협력합니다.
Jazz에는 다툼이 없습니다.
그래서 편안하고, 평안하며, 평온합니다.
분주하고 혼란스러우며 흩어졌던 정신이
Jazz를 듣다 보면 어느새 잔잔해집니다.
감상평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각자의 방식이 존중받아야겠지만,
저는 무엇보다도 그 젠틀함 위에서 자유롭게 역량을 펼치는 주자들의 협력과 조화를 사랑합니다.
가끔 볼륨을 크게 올려 Jazz를 감상하는 것은
그만큼 내 안의 안정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뜻이겠지요.
볼륨은 점점 줄어듭니다.
그만큼 내 감정의 진폭도 가라앉았다는 방증입니다.
저는 Jazz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듣고, 듣다 보니 어느 순간 그냥 듣게 됩니다.
그렇게 듣다 보면 평안해지고,
평안해지니 좋아진 것 같기도 합니다.
뭐, 이렇든 저렇든,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듣습니다.
지금 제 작업공간에는
한국의 어느 팀이 연주한 Jazz Standards Medley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조금 아쉽네요. 주자들 간의 대화가 더 깊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어느 지점에서 제가 아쉬움을 느꼈는지,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와 비교해보면 더 분명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를 들어 Caroline Mhlanga가 Jazz4play와 협업한 곡을 들어보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 간의 협업, 곧 ‘대화’가 훨씬 더 도드라지게 느껴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깊이 있는 협업과 감동적으로 이어지는 음악을 좋아합니다.
하나 더 들어볼까요?
작업 중 대화와 상호작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연주가 있습니다.
노라 존스(Norah Jones)와 그녀의 친구들, 즉 퀘스트러브(Questlove), 크리스천 맥브라이드(Christian McBride)가 최근 노라 존스의 팟캐스트 Norah Jones Is Playing Along에서 함께 연주한 협업입니다.
노라 존스는 피아노와 보컬을, 퀘스트러브는 드럼을, 크리스천 맥브라이드는 콘트라베이스를 맡았죠.
이들의 연주 속에서 펼쳐지는 대화와 협력, 그리고 서로를 향한 배려를 듣고 있노라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작업의 결과물, 저는 참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꼭 Jazz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대화하며, 협력하고, 서로를 돕고 떠받쳐주는 그런 모습이 담긴 음악이라면, 어떤 장르든 사랑하게 됩니다.
아무튼, 함께 감상해 보시죠.
그들의 Why Am I Treated So Bad입니다.
Jazz와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평안을 기원합니다.
커버이미지 출처: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