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NY" by Singo ft. Monia Krüchten
종일 더위를 견디다가, 늦은 저녁시간에 러닝머신 위에 올랐습니다.
추천곡 자동 재생을 켜두고 걷다 달리다를 반복하고 있었죠.
이러저러한 곡들이 흘러나오던 중, 어느 순간 이 곡이 재생되었습니다.
묘하게도 러닝머신의 리듬과 음악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전에도 이 곡이 들려올 때면, 그저 스킵해 버리던 곡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습니다.
연주의 한 음 한 음, 보컬의 작은 기교 하나까지 또렷하게 들려왔습니다.
가끔은 그런 날이 있죠.
딱 그 순간에 걸맞은 음악이 찾아오는 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Sunny를 듣게 된, 그런 특별한 날 말입니다.
원곡
Bobby Hebb의 "Sunny"는 1963년 작곡되어 1966년 발표된 소울 재즈 스탠더드의 걸작입니다. 이 곡은 개인적 비극에서 탄생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ebb는 형 Harold가 나이트클럽에서 칼에 찔려 사망한 사건과 케네디 대통령 암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겪은 후, 어둠 속에서 밝은 면을 찾으려는 의지로 이 곡을 썼다는 전언입니다. 어찌 되었건 BMI에서는 "20세기 100대 곡" 중 이 곡을 25위로 선정할 만큼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클래식한 명곡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죠.
Singo (Ingo Mützel) - 기타리스트/프로듀서
잉고 뫼첼(Ingo Mützel)은 Soul, Jazz, Funk, R&B, Pop, Reggae 장르를 아우르는 독일의 다재다능한 싱어로, Gospel과 Soul을 기반으로 하되 민족적 영향과 재즈 요소를 담은 handmade 음악을 추구하는 아티스트입니다. 특히 그는 Monday Studio Sessions의 창시자라는군요. 정교한 연주 기법과 감성적 표현이 조화를 이루는 연주가로 알려졌습니다. 이 커버에서 그는 단순히 반주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곡의 전체적인 아티스틱 디렉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의 기타 연주는 원곡의 소울 재즈적 색채를 어쿠스틱 환경에 적절히 재해석하여 제시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도입부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들어보시죠...^^)
Monia Krüchten - 보컬리스트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싱어입니다. 이탈리아-독일 혼혈의 보컬리스트 모니아 크뤼히텐(Monia Krüchten)은 다양한 악기 연주 능력(기타, 플루트, 피아노)을 갖춘 예술가로 알려집니다. 미술 교육을 받은 화가이기도 하고, 그러한 시각적 예술 배경이 그녀의 음악적 표현에 독특한 색채를 더하는 것으로 평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캐롤 킹, 웨더 리포트, 안젤라 보필(Angela Bofill)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어찌 되었건 그러한 그녀의 음악적 팔레트(musical palette)는 이 커버에서 충분히 발휘되고 있어 보입니다.
(어쿠스틱) 편곡
이 커버는 원곡의 복잡한 세션 편성(트럼펫, 트롬본, 색소폰, 피아노, 베이스, 드럼 등)을 기타, 하몬드 오르간, 드럼, 베이스(Guitars, Hammond, Drums & Bass)의 심플한 구성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이러한 편곡은 곡의 본질적인 감정과 하모니를 살리면서도 보다 친밀하고 보컬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느낌입니다.
원곡의 특징적인 코드 진행을 충실히 유지하면서도 어쿠스틱 환경에 맞게 자연스럽게 변화시켜 연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Em 키에서 시작하여 반음씩 올라가는 모듈레이션 기법을 그대로 사용하여 곡의 드라마틱한 상승감을 효과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들립니다.
어떤 분석적 해석을 덧붙이더라고, 그냥 들려오는 음악적 감흥을 제대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이 커버는 단순한 모방 이상의 그들만의 색깔로 표현해 낸 멋진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원곡의 메시지와 음악적 구조를 존중하면서도 연주자들만의 독특한 색깔을 더한 것이죠.
더운 여름, 흥겨운 음악과 함께하면 넉넉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즐거운 감상되시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