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망과 애정 표현의 제약 (8:1–4)
이 시는 여인의 갈망을 중심으로 3:1–5 및 5:2–8과 비교될 수 있는 사랑의 노래입니다. 본래 이 시는 8:1–2에 국한되며, 3–4절은 2:6–7의 확장된 반복으로 보아야 합니다.
여인은 자신이 길에서 사랑하는 이를 만났을 때, 당시 사회의 규범 때문에 그에게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좌절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형제자매나 가까운 친족 사이에는 애정 표현이 용인되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엄격히 금지되었습니다. 여인은 이러한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 자신의 연인을 ‘오라버니’처럼 여기고, 그를 자신의 사적인 공간으로 초대하고자 합니다.
이 시는 단지 공공연한 애정 표현의 제한을 넘어, 여인이 사랑하는 자와의 깊은 교제를 갈망하는 내면의 열망을 진지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랑의 힘과 그 본질 (8:5–7)
5절 상반절은 3:6을 연상케 하나, 별다른 서사적 전개는 없습니다. 하반절에서는 여인이 마치 자신이 사랑하는 이의 출생에 참여했던 것처럼 말하며, 그를 향한 사랑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임을 암시합니다.
6–7절은 아가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사랑 찬가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고, 질투는 스올처럼 잔혹하며, 불길처럼 타오른다고 선언합니다. 이 사랑은 어떤 홍수도 끌 수 없고, 돈으로도 살 수 없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사랑을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신화적·신적 차원의 힘으로 이해하게 하며, 사랑의 본질이 얼마나 깊고도 위력적인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인의 자율성과 형제들의 간섭 (8:8–10)
이 단락은 여인의 형제들이 그녀의 결혼과 순결을 관리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신붓값과 관련된 거래 개념이라기보다는, 당시 사회에서 가족이 여인의 미래를 책임지는 방식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10절에서 여인은 자신을 ‘성벽’에 비유하면서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으며, 더 이상 형제들의 보호 아래 있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이는 여인의 주체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구절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본문은 사랑과 관습, 개인적 선택과 가족의 기대 사이의 긴장을 보여주며, 결말은 독자에게 열려 있는 상태로 남습니다.
사랑의 비교와 내면적 자긍심 (8:11–12)
이 구절은 여인이 솔로몬 왕과 그의 부유한 포도원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여인은 자신만의 포도원(즉, 그녀의 사랑하는 이)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 어떤 부귀영화보다 자신의 사랑이 더 가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사랑의 대상이 물질적 가치를 초월한다는 인식을 보여주며, 여인의 자긍심과 내면적 확신을 드러냅니다.
열린 결말과 미완의 대화 (8:13–14)
13절은 남자가 여인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이며, 14절은 여인의 응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는 이 역시 남자가 여인의 말을 회상하는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절은 확정된 결합이나 해피엔딩이 아닌,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상태로 끝맺습니다. 이는 아가 전체가 사랑의 실현만이 아니라, 그 갈망과 열정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감정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작품임을 암시합니다.
이와 같이, 아가서 8장은 사랑에 대한 이상과 현실, 갈망과 제도, 자율성과 사회의 규범이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결말부로서, 여인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사랑의 본질과 인간의 내면을 심도 깊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경 본문과 상황의 연관성
성경의 모든 본문은 특정한 역사적·사회적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고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 본문이 생성된 상황은 본문 사용 방식에 일정한 제약을 주지만, 오늘날 성경을 사용하는 분들께서는 그러한 본문의 배경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계십니다.
아가서에 담긴 자료의 기원이 어떠하든, 우리가 지금 접하는 아가서의 최종 형태는 평화롭고 부요한 도시적 배경, 그리고 종교적인 색채가 뚜렷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가서의 특이점과 문학적 배경
아가서에는 가난, 사회적 불의, 전쟁과 같은 주제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만일 시골이 도시의 제약에 맞서는 ‘자유의 공간’으로 묘사된다면, 이는 도시인들이 바라보는 이상화된 시골의 이미지일 것입니다. 아가에는 기근이나 노동의 고통에 대한 묘사도 보이지 않습니다.
종교적인 측면에서도, 아가는 이스라엘 특유의 종교 전통이나 신앙 언어가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연과 인간의 열정을 연결하는 시구들은 고대 자연 종교를 떠올리게 하며, 이는 호세아 선지자가 비판했던 요소들과 닮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가는 단순히 종교적인 책이 아니라고 해서 무의미한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가서에 담긴 시들은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관계를 향한 인간의 깊은 열망과,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진지한 모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아가는 ‘색다르면서도 더 나은 세계’를 그리는 책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관계에서의 상호성 강조
아가서의 세계에서는 어느 누구도 타인을 지배하지 않습니다. 특히 여성이 사랑의 관계 속에서 자주 주도권을 가지는 모습은 고대 문헌에서 보기 드문 현상입니다. 또한 많은 시구들이 여성의 관점에서 쓰였다는 사실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오늘날 독자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줄 수 있으며, 고대 사회 속에서도 인간관계의 다양한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현대에서 아가서의 용도와 의의
오늘날 교회에서는 아가서 본문을 자주 설교하지는 않습니다. 신학생들 또한 과제 제출을 위한 연구를 넘어서는 관심을 갖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학문적 성경 연구 영역에서는 아가는 해석사나 문화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페미니스트 성경 해석자들은 아가서를 이스라엘 사회에서 여성의 종속성을 넘어서 성평등을 상상하게 만드는 책으로 해석해 왔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아가는 오늘의 독자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외설적 콘텐츠, 성 상품화, 그리고 특정 역할을 강요하는 고정관념이 만연한 시대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가는 단순하고도 진솔하게, 때로는 고지식할 정도로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가서의 존재 이유와 성경 내 위치
아가는 서로가 존중받고 친절하게 대우받으며, 개인의 고유한 신비로움을 인정받는 관계 속에서 더 나은 세상이 시작될 수 있음을 조용히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는 곧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인간관계의 모습이기도 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아가서를 성경에서 제외한다면 성경은 한층 빈약한 책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가서는 우리에게 ‘다름’과 ‘열망’이라는 이름으로 더 넓은 세계를 상상하도록 도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