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서재에서 나를 다시 깨우는 시간 - 쓰기와 사색이 만나는 새벽 루틴”
I. 새벽의 시작 - 누에고치에서 빠져나오는 순간과도 같은.
이른 아침, 아직 창문 틈으로 빛 한 줄기 스며들지 않은 시간.
누에고치에서 빠져나오듯 침대 속에서 몸을 꺼낸다.
몸에 체감되는 공기는 차갑지만, 그 냉기가 묘하게 정신을 깨운다.
몸이 먼저 일어나고, 생각은 한 박자 늦다.
서재.
그곳은 밤과 낮이 뒤섞인 중간지대, 일상의 소음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무음의 공간이다.
누군가는 이 시간에 달리기를 하고, 누군가는 커피를 내리겠지만.
나에게 새벽은 오직 ‘사유의 문’이 열리는 시간이다.
II. 불을 붙이는 의식
가장 먼저는 ‘불을 넣는’ 일이다.
전등 스위치를 올리고, 메인 전원을 연결하면,
“반짝”
화면들이 밝아온다.
그 순간, “블루투스 모드입니다!” “기기와 연결되었습니다.”
올인원 스피커의 전원도 동시에 들어와 대기를 한다.
책상 위의 맥북 프로, 32인치 메인 모니터,
그리고 세로로 세워둔 27인치 피봇 모니터가 대기 중이다.
아, 저기에 모니터 하나만 더 연결된다면…
별 쓸모없는 생각으로 시작되는 하루다.
III. 깜빡이는 커서, 다시 나를 부르는
아직 잠이 덜 깬 상태.
모니터에는 어젯밤까지 펼쳐 두었던 창들이 뒤엉켜 있다.
가장 앞에는 스크리브너.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문장 밑에서 커서가 깜빡, 대기 중이다.
“뭘 쓸까?”
IV. 고요 속의 사유 - 집중
글을 쓴다는 것, 결국 나 자신과 대화하는 일.
아침의 서재는 그 대화의 입구이자, 외부와 단절된 유일한 피난처다.
그것은 ‘비워진 소리’.
아니 비워진 공간일까?
아무튼 아침의 그 공동의 빈 곳으로 생각이란 게 흘러든다. 비로소.
V. 기술과 사색의 공존
서재는 기술과 활자와 사색이 공존하는 묘한 공간이다.
세 개의 모니터, 블루투스 키보드, 하이파이 스피커, 그리고 책장 가득한 종이책들.
모순적인 조합처럼 보이지만, 나에게 이들은 하나의 생태계다.
맥북에 스크리브너, PDF를 띄우고, 온라인에 접속하고, 어제를 탐색하며 경계를 넓힌다.
그러다가 잠깐,
눈을 돌리면… 어지러움 그 차제다.
얼룩진 머그컵이 두 개, 책상에 쌓여 널린 책들,
책장은 뒤죽박죽, 소파에는 베개와 담요가 흘러있고, 어제 벗어던진 옷까지...
이곳이, 서재가 맞긴 맞는 거지?
글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러다 결국 여전히 어제 읽다 엎어놓은 책을 집어 든다.
“딸깍” 의자의 등받이를 깊게 눕힌다.
몸을 깊게 파묻고 책을 올려다본다.
VI. 하나의 습관, 하나의 의례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자리, 같은 순서로 불을 켜고 컴퓨터 앞에 앉는, 그러니까
누군가에게는 단조로운 반복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의례’에 가깝다.
이 반복의 루틴 속에서 나의 하루를 다시 일으킨다.
단순한 시작으로 충분하다.
새로운 계획, 거대한 포부가 아니면 어떠랴.
앉을 곳, 읽을 곳, 쓸 수 있는 곳, 것.
이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하다.
VII. 다시, 깜빡이는 커서
모니터의 빛이, 화면의 커서가 다시금 나를 일으킨다.
“그래 그거”
하며, 떠오르는 생각 하나를 붙잡고
하루 온종일을 매달리는 것.
서재는 내게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열려있는 우주다.
그 안에서 나는 생각하고, 느끼고, 기록하며 온 은하계를 떠돈다.
스크리브너의 커서가 깜빡이는 한, 내 사유의 불빛도 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