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傳
2025년 11월 14일(금) 19:30 ~ 22:00까지
평택남부문예회관 대극장.
처음이다, 창극 감상은 이번이.
막상 감상해 보니, 전체적인 구성은 오페라와 상당히 닮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서사를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는 연극이나 뮤지컬과도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고전극적 요소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어서, 전반적인 형식과 분위기는 뮤지컬보다는 오페라에 훨씬 가까운 느낌이었다.
이날치傳는 조선 후기의 명창 이날치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작품.
양반가의 머슴 출신이었던 날치가 줄광대와 북재비 생활을 거치며 숱한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명창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여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과정 속에서 조선 후기 신분제의 모순과 계급적 긴장, 그리고 평민 문화가 지닌 강인함과 역동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판소리와 연희라는 전통 예술을 통해, 평민들의 일상과 예술적 저항, 더 나아가 그 문화가 양반층까지 영향을 미쳤던 역사적 흐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대는 이날치의 서사를 구조적 중심축으로 삼되, 그 외연을 전통 연희의 다채로운 요소들로 풍성하게 채운다. 남사당패 풍물놀이, 탈춤, 북놀이, 익살극 등 다양한 장르가 한데 모여 조선 후기 판소리 전성기의 활기를 극적으로 재현한다. 특히 공연 초반에 배치된 긴장감 넘치는 외줄타기는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집중시키며 극의 분위기를 잡아주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어지는 화려한 줄타기 묘기, 명창들의 ‘소리 배틀’, 북청사자놀음과 ‘범 내려온다’ 창이 결합된 장면 등은 공연의 흥을 절정까지 끌어올린다.
전체적으로 <이날치傳>은 서사적 탄탄함을 기반으로, 전통 예술의 신명과 생동감을 현대 무대 위에 적절히 재구성한 작품으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도 전통 연희가 가진 힘과 한국적 리듬의 매력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던, 인상 깊은 관람 경험이었다.
이날치 역은 국립창극단 소리꾼 이광복과 김수인이 더블 캐스팅으로 맡고 있으며, 오늘 공연에서는 김수인이 열연했다. 40여 명에 이르는 단원과 연희꾼, 줄타기꾼 등이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흥겨운 마당을 펼쳐냈다.
출연진 대부분은 국악계에서 손꼽히는 명인·명창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나 스스로의 안목이 좁아,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는 전혀 낯설지 않다. 오히려 옛 판소리의 멋과 대사습놀이의 형식을 차용한 명창들의 ‘배틀’ 장면은 게임적 요소가 자연스럽게 가미되어 매우 흥미로운 순간을 만들어낸다.
소리꾼과 고수 모두 탁월한 기량을 보여주었지만, 내가 그들의 명성을 잘 모른다는 사실만이 문제일 뿐이었다. 전개는 역동적이면서도 속도감이 살아 있었고, 특히 심청가 등의 판소리 대목에서는 판소리 특유의 울림과 감정의 깊이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무대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이날치傳은 전통과 현대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가미한 멋진 작품이라는 느낌.
다양한 장르의 판소리와 정가, 그리고 여러 국악 형식을 아우르려는 연출의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앞서 말했듯 정통 창극 감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은 더욱 신선했고,
그만큼 인상적이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