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와 UX라이팅 세미나 | 김혜원
다들 알고 계시는 것처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다름 아닌 회사입니다. 팬데믹 시대가 이어지면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회사가 늘어났지만, 일을 하는 행위에 포커스를 맞추어보면 회사에 시간을 쏟는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실이 서글프게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곳에서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합니다. 회사에서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잡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런 친절한 고민을 해도 된다고 허락받은, 구성원 모두가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임무를 가진 엑스플리트 매니지먼트 파트에서 근무 중입니다.
얼마 전, 사내 문화 관련 내용을 찾아보다가 어느 칼럼 글에서 직업의 가치관은 세 가지가 있다는 문구를 본 적 있습니다. 어느 회사에 입사한 후 대표님에게 회사 다닐 때 어떤 것을 제일 중요시하는지 물어보았다는 필자는 장장 한 시간에 걸쳐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가 지금까지도 명강의로 기억하는 이야기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업의 가치관은 세 가지가 있지. 일, 동료, 연봉의 삼각관계에서 고민하지.
상당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문장입니다. 이 문구를 보자마자 지나간 날들이 떠올랐고 자연스럽게 직장생활에서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피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에 한 가지가 변함없이 우위에 서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동료였습니다. 하고 있는 일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표현이 있죠. 좋은 동료들을 만나 오면서 그 반대의 말 또한 성립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만나온 동료들 덕분에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많은 일들에 존경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과 동료와 연봉이 전부 충족되는 직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회사가 나에게 바라는 바를, 내가 회사에게 바라는 바를 고정시킬 수 있고 그를 바꾸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 있다면 세 가지가 충족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업계 동향이 변하고, 그에 따라 회사 운영방안이 변하고, 또 그에 따라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의 입장이 변합니다. 그 안에서 언젠가의 목적을 달성해낸들, 그 목적보다 더 나은 것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쉽게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그들을 간극을 좁힐 수 있는 한 가지를 떠올렸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그 글을 접하게 된 시점에서의 화두였던 사내 문화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일과 동료와 연봉 모두를 만족할 수 없겠지만, 그것들이 집결된 회사라는 곳이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바라보며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주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팽팽한 삼각관계가 조금씩 느슨해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엑스플리트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구성원들에게 성장기록카드를 작성을 부탁드렸습니다.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한 UX디자인을 목표로 모였지만, 구성원들이 업무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성장 역시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목표는 작게 쪼개서 세울수록 달성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죠. 목표를 세우는 것으로 그치지 않도록 구성원들은 분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3개월의 업무 목표와 함께 개인적인 목표를 설정하시게 됩니다. 성장기록카드는 월별 계획과 계획에 따른 결과물 기록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월별 계획을 세울 때 평소 배우고 싶은 분야를 적어보는 항목이 있는데, 구성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11월에 세미나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야는 다름 아닌 메타버스와 UX라이팅입니다.
#1 메타버스 세미나
코로나가 초래한 언택트 시대와 더불어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가 존재하죠. 바로 “메타버스”입니다. 현실에서 단절된 관계를 잘 구축된 대안 공간에서 다시 이어가기 때문에 언택트(Untact)에 연결(On)이라는 뜻을 더해 온택트라고도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엑스플리트 노션 메타버스 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xpleat/58
https://brunch.co.kr/@xpleat/69
엑스플리트에서는 올해 6월, 메타버스-로몽 서비스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MZ세대가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공간을 설계하고 구축해나갔습니다. 단순한 디지털 환경 조성이 아니라 현실과 동일한 경험이 가능한 이른바 “복합현실”을 실현해 내기 위해 아바타와 공간을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형성했습니다.
4개월간의 프로젝트를 마치며, 앞으로 더 성장해나갈 분야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 세미나를 일정을 잡았습니다. 과제 수행사와 콜라보로 준비하였으나 내부 사정으로 일정 조율이 어려워져 사내 미니 세미나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재택근무하는 구성원도 참여하실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준비하였고, 기업체에서 언택트 미팅과 세미나에 주로 사용된다고 하는 게더타운을 통해서 진행해 보았습니다. 세미나 진행은 엑스플리트 RA랩의 장을 맡고 있는 최승일 연구원이 맡아주셨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하고 나서 새삼 깨닫게 된 사실은, 메타버스는 이미 일상생활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현실보다 더 다양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구 배치 시뮬레이션과 VR 중장비 자격증 교육, 그리고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까지, 우리는 이미 물리적 공간의 제한을 넘어선 다양한 경험들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의 7가지 핵심 속성으로 소개된 것 중 동시 “참여 인원의 제한이 없고 모두에게 존재한다는 느낌을 줄 것”이라는 부분은 신기하면서도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가상현실에서 내가 정말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진짜 현실에서의 나는 얼마나 방치되는 걸까 하는 우려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바타」처럼 육신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게 되는 걸까요? 아니면 「써로게이트」처럼 육신으로 돌아와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걸까요? 영화처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타협점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직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흥미진진한 분야이기 때문에 더더욱 생각이 많아지는 세미나였습니다.
#2 UX라이팅 세미나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고 해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포장을 하고 있으면 망설여지기 마련입니다. 절차에 막힘이 있거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선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쉽게 피로를 느끼고 손에서 놓아버리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원하는 바를 스스로 손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친근한 디자인에 간결한 말로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서비스를 찾아 나서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만큼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분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생각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다름을 떠올릴 수 있고, 그로 인해 그동안 익숙하게 본 것들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매 프로젝트에서 지금과 다른 것을 생각하고 더 나은 것을 떠올리고자 분투하는 구성원들의 고민은, 역량 강화 희망 사항으로도 이어져 성장기록카드의 목표 리스트에도 다수 올라와 있었습니다. 구성원들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라이팅 전문회사 ‘이분’의 박건 대표님을 통해 UX라이팅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
세미나 내용을 간략히 공유해 드리자면, ‘이분’에서는 UX라이팅의 목표를 고객이 가장 좋은 반응을 보인 조합을 찾는 것과 그 조합을 운영하고 기록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UX라이팅에서는 고객이 문해력을 발휘하는 것을 노동으로 분류하고, 서비스의 각 단계에서 문해력을 발휘하는 구간을 최대한 줄여가고 있다고 합니다.
배달의 민족을 예시로 말씀해 주신 내용 중 “문해력에 공복 상태가 더해지면 고객은 평소보다 스트레스를 더 느낄 것이다”라는 가설이 있었습니다. 실제 이스라엘 가석방 심사 판결 연구에서 나온 결과를 토대로 세운 가설로, 판사의 공복 시간대가 가석방 심사가 가장 까다로운 시간대였다고 하네요. 해당 가설을 토대로 배달의 민족에서는 간결하고 쉬우면서도 친근한 표현으로 수정 보완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고객님의 주문이 완료되었습니다’가 아닌 ‘여기 주문이요’로 결제 완료 문구를 선택한 것만 봐도 얼마나 고객 입장에서 고민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생각의 전환이 어떤 식으로 문장으로 나타나고, 나타난 문장이 어떤 식으로 서비스 설계에 변화를 주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UX라이팅에 대한 개념과 다양한 예시를 통한 설명 후에는 사전에 수집한 구성원의 질문을 토대로 한 Q&A가 이어졌습니다. 답변 중 어느 상황에 대입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법한 내용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Q1) 해당 영역이 사용자에게 스캔되는 영역인지 리딩 되는 영역인지를 확인하거나 해당 영역의 성격을 정하면, 사용자에게 권할 문구의 성격을 역시 정할 수 있습니다.
Q2) 사용자에게 무언가를 설명할 경우, 문구는 사용자 체감 표현으로 바꾸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5% 할인보다 1만 원에 5백 원 할인 같은 표현이 사용자에게 더 와닿습니다.
Q3) UX라이팅의 팁은, 한 화면에서의 금지어를 설정하거나 동일한 문장을 여러 타입으로 써보는 것입니다.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써봐야 도움이 됩니다.
글을 마치며
11월에는 메타버스와 UX라이팅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대면 활동을 피해야 하는 요즈음,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방법을 통해 구성원들과 함께 업무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대단히 유익한 시간이었는데 참여하신 구성원분들도 같은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엑스플리트의 사내 문화는 일과 동료와 연봉의 어디쯤에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 어느 방향을 향해 나아갈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어느덧 2021년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다들 지나간 한 해를 결산하고 다가올 한 해를 맞이할 준비로 바쁘실 거라 생각됩니다. 내년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사내 제도로 더 다양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중요한 시기 잘 보내시고, 뜻깊은 목표와 함께 2022년을 맞이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칼럼: 슬기로운 스마트 워크 생활 - 캐드앤그래픽스
https://www.cadgraphics.co.kr/newsview.php?pages=news&sub=news01&catecode=2&num=67165
#1 엑스플리트 "메타버스-로몽서비스" 프로젝트
http://xpleat.kr/main/portfolio?page=metaverse
#2 UX라이팅 전문 회사 "이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