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반려동물 서비스 트렌드 '이커머스편' | 김혜원
5년마다 진행하는 인구 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반려 가구는 2020년 기준 604만 가구라고 합니다.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할 정도로 부쩍 증가한 반려 가구의 변화에 따라 펫코노미(Pet+Economy)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려동물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2027년에는 한국의 시장 규모가 6조 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1인 가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고령화와 함께,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등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고 일컫는 현재 상황을 돌아보아도 동물은 더 이상 인간의 재산이나 유희 대상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서의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이란 말은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을까요? 반려동물은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의 “In The Human-Pet Relationship”의 연설에서 동물을 소유와 지배의 대상으로 여기는 ‘Pet’이라는 표현 대신 ‘Companion animal’라는 어휘를 사용하자고 제안된 것이 시초입니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이후 동물단체를 중심으로 애완동물이 ‘사랑 애’와 ‘희롱할 완’이라는 의미로 유희의 대상이라는 뉘앙스를 가진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 표준국어대사전에 ‘반려동물’이 등록되었고,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일상적으로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반려인이 증가하고, 자신보다 반려동물을 위해 지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위한 식품, 장난감, 의류, 가구, 가전제품, 금융 상품과 보험까지- 반려동물과 함께 ‘잘’ 살기 위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반려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앞으로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려동물 이커머스 서비스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페스룸은 ‘전 세계의 모든 유기동물들이 다시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라는 슬로건으로 순익의 7%를 유기동물 보호 관련 활동에 기부하고 있는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입니다. 반려동물 욕실용품을 만들던 작은 회사에서 출발한 페스룸은 현재 미용, 케어, 리빙, 놀이, 간식, 영양제, 의류, 액세서리까지 반려동물과 반려인에 관련된 모든 산업에 진출해 있습니다.
페스룸에는 라이프 스타일이 확실한 캐릭터가 등장해 상품을 통해 각자의 매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레트로한 무드로 개성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브랜딩을 통해 상품의 특징은 물론 재미요소까지 잡고 있습니다. 11월에 뉴룸메이트로 등장한 그랜트는 입주 전 인스타에 등장 소식을 알리며 이름을 맞추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새로운 카테고리가 열릴 때 함께 등장하는 반려동물 캐릭터라니! 앞으로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지닌 매력적인 캐릭터가 모습을 선보일지 기대하게 되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네요. 최근 이지 페이셜 콤(눈꼽빗)과 힐링 브러쉬 상품으로 호평을 받은 페스룸은, 사람이 쓰는 제품 및 서비스와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는 품질을 갖춘 반려동물 상품들을 선보이며 휴머나이제이션을 이끌어 나가는 중입니다.
베이컨 박스는 브랜드 커머스를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회사가 되고 싶은 깃컴퍼니에서 출시한 브랜드입니다. 2017년 1월 론칭 후,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신청한 반려인과 반려동물에게 한 달에 한 번 반려견 맞춤 간식, 생활용품, 장난감을 제공하며 개린이날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반려인의 시간과 돈을 절약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즐거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베이컨 박스의 최종 목표라고 합니다.
달마다 바뀌는 테마로 어떤 장난감을 받게 될지 기대하게 되는 것이 베이컨 박스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함께 생산의 현실성과 마케팅 파워 등의 요소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테마를 선정한다고 하네요. 매달 선보이는 키치한 디자인 상품은 반려인과 반려동물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습니다. 구독 서비스 신청 과정에서 입력하는 반려동물의 기초 정보를 통해 체구에 따른 장난감, 기피하는 성분 및 건강 특이사항을 적용해 맞춤형 간식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관심과 배려 가득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선물이라니! 매달 산타에게 선물을 받는 기분일 것 같습니다.
깊은 밤 절대 말하면 안 되는, 강아지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산책’에서 시작한 go out club 역시 기대되는 카테고리입니다. 현재 go out club에서는 안전한 산책과 건강한 산책 루틴을 위한 상품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일상에 주는 귀여운 선물 박스에서 시작한 베이컨박스가 만들어가는 반려견 가족의 행복한 삶은 어떤 모습일지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하게 됩니다.
지난해 2021년, 반려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반려동물 커머스로 꼽힌 펫프렌즈입니다. 펫프렌즈는 2016년 11월 론칭한 후 365일 당일 배송과 24시간 온라인 고객 상담을 지원하며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사용자 근처의 반려동물 문화공간들을 위치기반으로 소개해주는 앱 형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수수료로 수익을 내기엔 영세한 업체들과의 사업이라 비즈니스 방향을 바꾸었고, 그 결과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했습니다.
습성과 식성, 성격과 성향이 극명히 다른 강아지와 고양이의 상품군을 폭넓게 확보한 펫프렌즈는 평점을 통한 후기 관리로 현재 요지부동의 반려동물 1등 쇼핑몰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단지 많은 상품을 보유한 것이 아닌, 꾸준한 후기 관리를 통해 인증된 상품을 반려인들에게 소개하고 있며 서비스 신뢰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기에 댓글을 달 수 있는 기능을 달아 더 폭넓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펫프렌즈 인스타에는 반려동물과의 스토리를 웹툰으로 만든 인스타툰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댓글과 웹툰을 통한 일상적인 요소와 상품 판매라는 이커머스의 만남이 앞으로 어떤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지 궁금합니다.
반려 인구의 증가에 따라 현재 반려인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반려동물 이커머스 서비스 중 3곳을 살펴보았습니다. 서비스를 살펴보면서 각 기업이 추구하고 있는 바는 무엇이고, 그 목표가 어떤 상품과 서비스 운영 방식으로 나타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반려동물은 반려인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의식주 기본 욕구에 따른 상품 외에 무엇이 필요한지 쉽게 알 수 없기 때문이겠죠. 반려동물이 많은 반려인의 바람처럼 원하는 게 무언지 정확히 말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건강한 반려 문화가 자리 잡고,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이 확립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상품군이 반려 가족을 즐겁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현재 반려동물 이커머스는 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 인스타 등의 플랫폼을 통해 브랜드를 노출해 반려동물에게 관심이 있는 사용자들의 시선을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반려인 사용자를 어느 정도 확보한 서비스들은 좋은 상품 확보로 그치지 않고, 동물들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을 드러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캐릭터, 반려동물 사진, 반려동물 웹툰 등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지 않은 사용자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요소를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최근 일상의 강력한 힐링 요소로 귀여움이 부상하면서 동물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진 데다, 주변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지인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살고 있지 않다’가 아닌 ‘반려동물에게 관심 있다, 관심 없다’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네요.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서비스 기획자가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기본 전제로 ‘함께’라는 말이 들어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죠. 언젠가 플랫폼 전문 서적을 읽었을 때 한 서비스 기획자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우린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사용자가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원하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을 뿐이죠.’
반려동물 이커머스는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이벤트를 진행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간 영역을 조금씩 넓혀 나가고 있습니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모아 개선하는데 그치는 곳도 있겠지만, 분명 더 나아가고자 하는 곳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공통 접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누어 의미 있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많은 사용자가 원하고 있는 부분일 테니까요. 아직까지는 커뮤니티와 이커머스가 완벽하게 공존하고 있는 서비스는 부재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려 인구의 증가와 반려 시장의 성장이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하나의 서비스에서 다수의 목적을 온전히 해결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사용자의 목소리가 모여 빠르게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커뮤니티 서비스입니다.
2부에서는 반려동물 커뮤니티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자료>
- 통계청: 2020년 인구총조사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반려동물 연구보고서
- 페스룸: 홈페이지
기사) 베이컨박스 박성민 대표 "한 달에 한 번 '개린이날'을 선물하세요" 매트로서울 2021/10/24
기사) 김창원 펫프렌즈 "반려동물 이커머스, 3년 내 쿠팡과 양분" 지디넷코리아 2019/08/27
*브런치 커버: 베이컨박스 2022년 멍년회 대표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