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반려동물 서비스 트렌드 '커뮤니티편' | 백승주
펫팸(pet+family)족;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 중 하나로 받아들인 가족형태
고령화 인구와 1인가구 증가, 핵가족화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의 숫자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내 반려동물의 엄마 혹은 아빠로 불리기도 하고, 적적한 노년에 우리 집 막내(반려동물)의 애교를 보며 웃기도 하고, 혼자로서 챙겨야 하니 더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 반려동물을 잘 보살피며 필요한 것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펫팸’이란 새로운 가족형태를 만들었다.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을 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펫산업의 가속도를 만들었고,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의-식-주를 기반으로 보험, 케어, 장례까지, 일생의 모든 갈래가 세분화되고 있다. 내 반려동물에게 줄 수 있는 선택지가 무궁무진하게 늘어났다는 것.
자, 선택지는 찾는 만큼 계속 늘어갈 것이다. 어떤 선택이 나와 내 반려동물이 함께 살아갈 때 더 좋을까, 이 고민은 끝없을 것이며 우리는 정보 탐색의 굴레에 빠질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있는 곳에 들어가 보도록 하자. 개인은 집단에 속해있을 때 더 강할 수밖에 없고, 반려동물을 매개로 만난 공동체는 더 집약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현재 반려인들은 어떤 화두를 다루고 있는지. 소통을 하지 않으면 정보는 부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결국 고민은 하나다. ‘어떤 커뮤니티에서 시작할 것인가.’ 다양한 커뮤니티가 존재하지만, 오픈부터 현재까지, 반려동물 커뮤니티를 잘 구축해가고 있는 서비스 3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다면, 산책은 절대적 루틴 중 하나일 것. 매일 하는 산책에 재미와 뿌듯함까지 더했다는 <피리부는 강아지>는 원초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먼저 앱을 시작하면 바로 첫 화면은 지도로 랜딩 된다. 내 위치 기반으로 무수한 발자국이 찍혀있고, 그 귀여운 발자국 아이콘을 터치하면 다른 강아지의 프로필을 볼 수 있다. [산책 시작] 버튼을 누르고 ‘진짜 산책’을 시작하면, 350m마다 발자국이 찍히면서 자동으로 사료알이 쌓인다. 직접 강아지와 함께 약 3km 정도 걷게 되고 나니, +128알을 얻게 되었다. 오늘처럼 매일 한 달을 산책한다면, 약 +4000알이 쌓인다는 것. 사료알은 정기적으로 매월 2회 유기견 센터에 자동으로 기부가 되고, 남은 사료알은 챌린지 성공 쿠폰과 함께 피리마켓과 다양한 체험단 이벤트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활동 ‘산책’을 통해 ‘커뮤니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선 앱 첫 화면인 지도에 무수한 발자국을 터치해서 다른 강아지에게 동네친구 제안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또 앱 카테고리 중 [커뮤니티]는 2가지 유형을 나눠 보여주는데, 우리 동네(반경 10km)와 모든 동네(전국)에서 소통할 수가 있다. 산책친구/일상/궁금증 세부카테고리로 분류하여 밀도 높은 대화가 가능하며,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 커뮤니티 서비스와 비슷하다.
심화된 커뮤니티를 유도하는 일명 길잡이가 있는데, 서비스의 활동을 장려하게 만드는 ‘피리뽀(서포터즈)’가 핵심 TFT팀이라면, ‘슈퍼크루’는 자유도가 높은 원팀이라고 볼 수 있다. 4명 이상의 반려인 모임으로 지역별, 견종별 등 이미 형성된 커뮤니티를 유입시키는 목표를 둔 것. 슈퍼크루로 선정이 되면 해당 모임 이름으로 유기견 보호소가 기부가 된다니 다 함께 선한 영향력 만드는 성과는 더 뿌듯함을 전달하고, 더 돈독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낸다.
산책을 할 때마다 앱을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때마다 똑같은 화면(지도에 무수한 발자국)으로 시작된다면, 성실한 반려인들은 심심할 수도 있기 마련이다. 이 성실한 반려인(사용자)들의 이탈을 막고자, 첫 랜딩 되는 화면은 항상 새로운 이슈 팝업이 뜬다. 시즌별 이벤트부터 다양한 소식과 혜택 안내까지. 업데이트가 1주일 간격으로 이뤄지니 지루할 틈이 없다. 서비스 내에서도 이런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데, 단순한 설문조사가 아닌 “강아지 육아능력고사”, “반려인 범죄 유형 테스트” 등. 자연스럽게 문제를 풀어가며 반려생활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들이 눈에 띈다. 터치하게 만드는 카피와 적절한 재미, 유익한 정보까지 전달되니, 자연스럽게 내가 아는 다른 반려인에게 공유를 하게 되는 것. 잘 만든 콘텐츠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끔 유도해 낸다.
실제로 산책을 하면서 <피리부는 강아지>에서 본 강아지를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반가운 마음에 먼저 인사를 하려다가, 그 강아지의 프로필에서 ‘눈으로만 인사’라는 소개글이 떠올랐다. 조심스럽게 그 옆을 지나갔고, 혼자 조용한 소통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산책종료] 버튼을 누르면서 내가 모르는 유기동물에게 마음으로 인사를, 동네 친구에겐 눈으로만 인사를. ‘단순하지 않은 산책, 서로를 생각하는 반려문화’이 서비스가 추구하고자 하는 본질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2008년 8월에 시작된 세계 최대의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카피가 아주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 낯선 여행지에서 현지인의 배려가 담긴 숙박은 진짜 살아보는 느낌을 만들기도 하니까. 올해 11월, 새롭게 론칭한 <마당스페이스>가 바로 이 포맷을 갖고 있다. 잘 꾸민 내 집 마당을 반려동물과 맘껏 뛰놀 수 있게 빌려 준다는 것. 이게 가능할까 싶겠지만, ‘공간대여’와 같이 ‘합법주택’인 경우엔 문제없는 시스템이다. 초기 자본 없이 컨디션이 좋지만 잘 사용하지 않은 마당을 소유하고 있다면, 누구나 호스트가 될 수 있다. 게스트(사용자)는 시간당 혹은 일 단위로 예약할 수 있고, 호스트의 개별 정책과 조건에 따라 피크닉, 바비큐, 불멍 등. 원하는 선택지를 찾아볼 수 있다.
원래 <마당스페이스>는 반려견주 사이에서 꽤 알려진 사이트였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만 이용한다는 네트워크 한계가 있었고, 다소 느린 웹 페이지와 복잡한 예약 시스템, 후기 관리의 부실함 등. 웹 페이지 운영적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직접 겪어봤던 사용자로서, 결국 휴대폰을 내려놓고 노트북으로 예약을 했으니까. 예약 당일은 하필 30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여름이라 취소할까 싶었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생각이 뒤집혔다. 호스트인 부부가 더운 날씨를 배려해 마당 잔디에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춰준 배려부터 잘 조성된 마당, 시원한 커피, 그늘에 설치한 파라솔, 반려견 간식까지. 예약했던 두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이런 컨디션의 마당을 예약할 수 있을까. 사용자의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해, 마당스페이스는 올해 11월, 웹에서 앱으로 정식 오픈 했다.
아직 초기단계인 서비스를 위해 커뮤니티 형성은 ‘콘텐츠’가 중심이다. 자체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스페이스들(반려동물 동반 카페, 숙소, 문화 등)을 큐레이션 하고 사용자의 포토후기를 공유한다. 반려생활에 필요한 오프라인 활동 정보를 적극 제공하며, 자사앱으로의 유입경로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 최근엔 <헤이나나(반려 여가 생활 정보제공 서비스)>와 제휴를 맺고 다양한 이벤트를 포함한 콘텐츠 수를 대폭 늘려가며, 시즌에 따라 발 빠르게 이슈를 만들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2022 메가주 펫페어에 참가해 서비스 오픈에 맞춰 직접적인 홍보에도 나섰다.
<마당스페이스>가 어떻게 커뮤니티를 확장해 갈지 아직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반려인들의 니즈를 정확히 아는 포맷을 서비스로 구축하고, 흥미로운 콘텐츠와 업데이트 속도까지. 온&오프라인 모두 전투적으로 앞서나가고 있지만, 모든 중개 서비스가 그렇듯 단연 ‘신뢰’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다. 호스트에 대한 신뢰, 게스트의 실제 후기 등. 커뮤니티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호스트와 게스트의 관리와 새로운 콘텐츠의 지속성, 예약 앱이라면 갖춰야 할 결제 혜택 등. 전개할 수 있는 방향은 찾는 만큼 열릴 테니, 앞으로 어떤 ‘마당’을 만들어갈지 기대가 더 크다.
우리나라에서 동물은 사유재산으로 여겨져, 소위 쉽게 사고팔고 가 가능하다. 이 첫 단추부터 바뀌지 않았으므로, 특히 보호권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올해,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검토를 가졌지만, 찬반의 여론이 매서웠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유럽, 선진국은 17개국이 넘고, 독일과 스위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미국, 캐나다 등 대부분의 나라에선 지방세로 반려동물 보유세를 징수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 책임과 보장의 범위가 사유재산일 때보다, 더 넓고 견고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 법을 도입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반려인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무책임한 입양, 학대, 유기 사례를 근절하기 위해서. 그리고 해당 세금은 동물 의료비와 복지 예산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보호를 만든다는 것. 찬반 여론이 뜨겁지만, 반려동물 문화는 계속 움직이고 있다. 바로,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를 만드는 <포인핸드>가 대표적이다.
<포인핸드> 이환희 대표는 수의사 시절, 동물보호소에서 일하며 어쩔 수 없는 개체수 조절의 상황을 목격했다고 한다. 구조된 유기동물의 안락사를 막기 위해선 입양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표를 만들었고, 바로 앱 개발에 착수해 <포인핸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정부의 유기동물 공고 시스템과 연동하여, 유기동물 입양 및 실종 동물 찾기에 접근이 쉬운 서비스를 구축한 것. 올해로 벌써 10년째 운영 중이며, 국내 유기동물 입양의 80% 이상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물결이 결국 파도를 만든 것이다. <포인핸드>는 어떤 파동부터 시작했을까.
<포인핸드>의 커뮤니티는 집약된 공동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앱 카테고리는 크게 [보호소], [신고/제보], [스토리]로 나뉜다. 또 그 안에서 실종과 목격, 구조로 세분화하고, 위치와 시간대를 기반으로 긴밀한 소통을 주도한다. 무분별한 정보와 유기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의 본인인증을 의무로 하고 모든 댓글 활성화를 통해 소통의 탄력을 만든다. 특히 실종과 목격의 경우, 골든타임이 중요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여 해당 게시물로 빠르게 전단지 제작도 가능하다. 보호 동물의 공고가 완료된 경우, 입양된 상황 혹은 안타깝게도 자연사인지, 종료의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댓글엔 진심 어린 축하와 다행이라는 말, 가장 따뜻한 안녕과 미안하다는 사과가 이어진다. 행복과 미안함이 넘나드는 글에 마음이 무겁더라도, 이들의 소통자체가 임시보호라는 방안을 만들었고, 더 좋은 가족을 찾아주기 위한 공유활동을 만들고 있다.
콘텐츠의 움직임은 활발하고 긴밀하다. <포인핸드>를 통해 직접 유기동물을 입양한 과정과 후기, 한 달 차 후기까지. 해당 입양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변화된 상황을 ‘스토리’로 전달하는 것. 구조 당시 ‘유기동물’ 상태의 사진과 입양자가 직접 찍은 ‘반려동물’ 상태의 사진, 그 변화의 격차는 왜 이 문화가 계속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스토리를 담아 매월 <포인핸드 매거진>을 만들고, 1달간 텀블벅 펀딩을 통해 제작과 기부를 이어나간다. 자체 유튜브를 통해선 다양한 캠페인 활동과 구조 스토리를 전달한다. 앱은 문제와 개선의 상황을 빠르게 공유하고, 그 외 유입되는 채널은 그에 따른 방식으로 밀도 있게 풀어가는 것. 반려문화 인식 자체를 개선하려면, 얼마나 많은 공수가 필요한지, 커뮤니티의 견고한 움직임으로 보여주고 있다.
<포인핸드>의 앱은 따뜻하지만, 때론 무겁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일 것. 하지만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함께 일어설 설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포인핸드>는 그 지점을 찾아 활동을 끌어내고, 반려인뿐만 아니라 비반려인까지, 사회적인 측면에서 움직이고 있다. 결국 우리가 바꾸고 만들어가야 할 반려문화일 것이니. 관심을 갖고 소통해 보자. <포인핸드>가 그리는 바다는 더 광활하다.
반려동물 커뮤니티는 다양하고, 많을 수밖에 없다. 어떤 가치에 따라 이야기의 모임 형태가 바뀔 것이다. 서로 가치관이 맞는 집약된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고, 넓게는 공동 반려생활의 개념으로 확대될 것이다. ‘한 명의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선,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든 반려동물이 행복하길 바라는 반려인,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건강한 연대가 필요한 순간이다.
2부는 이미 모여있는 한 마을(커뮤니티)을 소개했다면, 3부에서는 그 커뮤니티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그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집중해 보자.*
- 출처
- 참고
피리부는 강아지) 공식 유튜브 채널 @piedpuppy
포인핸드 이환희 대표 인터뷰) EO 이오 유튜브 채널 @eo_studio
펫팸 키워드) 네이버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