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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차를 타고 싶다. 좋은 집에 살고 싶다"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내 삶의 가치에서 중요하지 않았기에 힘주어 생각하지 않았다. 푸념하듯이 남들 다 비슷한 말을 하니 나도 내뱉었던 것뿐이었다.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할까? 많이 벌면 좋지"
비교적 선명한 문답은 할 수 있지만 노후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어떤 구석에서 쪼아 보면 아무런 준비 없이 허송세월만 보냈다. 그래도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진 않을 것이다. 후회한들 속만 아프다. 친구나 동년배랑 비교해봤자 한숨만 '후우'
부(wealth)를 생각해본다. 언제까지, 얼마큼 벌 것인가. 얼마가 있어야 나를 지키고 부모의 노후를 보장할 수 있을까. 환갑을 오래전에 넘긴 엄마가 여기저기 식당을 전전하며 조리와 설거지 노동을 감내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8시간 노동' 따위는 엄마의 노동 현장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8시간 같은 10시간, 9시간 같은 12시간 근무가 있을 뿐이다. 12시간 노동에 쩔어 집으로 돌아와 나를 마주하면 본인은 모르지만 머리가 앞뒤로 흔들거린다. 쥐어짜듯 하루를 버틴 몸이 머리마저 지탱할 힘이 없는 것이다.
그런 엄마의 한 달 고정비는 50만 원. '내 집'을 갖고 싶다며 교외 연립주택을 사셨고 30년 만기로 갚아나가는 중이다. 수도, 전기, 가스는 논외로 해두자. 나가는 돈만 늘어나니 가슴이 답답하다. 엄마의 최소 생활비를 50만 원으로 놓아둔다. 고정적으로 엄마에게 드려야 하는 돈이 최소 100만 원. 아버지 50만 원 플러스알파는 덤. 부모 부양에 최소 150만 원.
나는 얼마나 필요할까. 100만 원을 생각해본다. 엄마 50만 원, 아버지 50만 원인데 나만 생활비를 100만 원 잡아보았다. 이기적이다. 그래도 잡아보았다. 저축까지 욕심내서 130만 원은 있어야 할 것 같다. 부모와 나를 합쳐 총 280만 원. 아무도 아프지 않아야 한다. 생의 변수는 최대한 찾아오지 않아야 한다. 월 300만 원씩 20년을 일해도 허덕허덕 허우적허우적. 현재 기준 최소 비용을 계산해봤을 뿐이다. 아직 부(富)를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부를 꿈 꿔보지도 않았다.
백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출발선 그은 지 며칠 됐다고 꿈도 못 꿔보고, 행동도 못해보고 내 맘에 새긴 선을 못 본체 할 것인가. 못 본체 하고 살아가는 게 익숙해져 왔다. 어느 날, 내가 나를 못 본 체하는 모습도 보았다.
제발 그만하자. 그러다 존재마저 잃어버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