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신선과 '내'친구의 공통점

by 갑자기 흰수염

그때가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건

비밀이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때라고 말하는 순간,

그 시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

정확하게 1분 1초를 기억할 수 없으니,

그때는 더 이상 그때가 아닌 것.


무슨 생각을 잡고

그때를 추억하며

지금을 싫어하는지,

나는 알아.


네 입은 무거워져만가.

네 입은 마땅히 온전히 오롯이

지켜야 하고 지킬 것만 내뱉지.


그때가 그리운 건

나이가 들면서 쌓여가는 색안경과

켜켜이 쌓인 기준들로

서로를 대하지 않았거든.


1분 1초,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네 입에서 나온 말들이

상처가 되고 너를 향한 분노가 되진 않았던 것 같아.


나이가 들면 말이야,

더 많은 이해와 더 많은 배려와 더 많은 사랑은

기대하면 안 되는 건가 봐.


나약하고 비참하고 초라한

나의 진짜 모습은,

아주 꽁꽁 싸매서

절대로 보여주면 안 되는 건가 봐.


이제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도 어색하다.

먼발치서 서로의 동태를 예의주시하는 이 땅처럼

끊어졌다 연결되길 반복하는 통신선 너머의 너와 나처럼.


“나는 어리석다.”

“나는 약하다.”

“나는 게으르다.”

“나는 나자빠지고 싶다.”

한껏 외치고 싶은데,

이제는 노래방이라고 가야 할까 봐.


주말 잘 보내렴.

그때의 그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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