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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나 Nov 23. 2024

아마추어리즘

7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활동하며 일본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존경받으면서도 우에다는 언제나 자신을 "시골에 사는 아마추어일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겸양의 표현만은 아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돈과 명성을 추구하는 프로와 달리,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에만 몰두하며 순수한 기쁨을 추구할 수 있는 아마추어의 특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거기에는 언제나 도전해 볼 만한 미지의 영역이 나타난다. 이 '정신적인 아마추어리즘'이야말로, 끊임없이 새로운 대상, 새로운 방식을 고민했던 작가가 자신에게 부여한, 평생에 걸쳐 달성하고 싶은 과업이었다.

- 우에다 쇼지 '모래극장' 전시 캡션 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우에다는 상업사진가로 활동하며 사진으로 돈을 버는 시기가 있었다. 사망한 후에도 작품이 전시되는 명예로운 사람이 프로와 아마추어를 논한다는 것이 웃길 수도 있지만, 그의 정신은 닮고 싶다. 그냥 그런 생각으로 살면 삶이 재밌다. 미지의 영역을 발견하고, 또 탐험해 보고, 점점 자신을 확장해 나가는.


이런 행보가 너무 이상적이고 세상물정 모르는 것일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 생각을 깨지듯 본인의 '아마추어리즘'을 실현하고 있는 분들을 만났다. 정해진 노선으로 커리어를 쌓는 것이 아니어도 본인만의 '일 실험'을 하는 것이 즐겁다는 분도 있었고, 본인의 사명이 회사의 사명이 되는 일이 계속해서 가능하게끔 밤낮없이 노력하는 분도 있었다. 그런 사례를 증명하기 위해 태어나신 건 아니겠지만, 그런 사람들의 존재감을 인식할 때 더 응원과 지지를 받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에 몰두하는 일이 항상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항상 몰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행복하게 하는 것이 뭔지, 순수한 기쁨이 어디서 오는지 알고 적어도 그 뿌리에 업을 둘 수 있다면, 세상 사는 재미를 조금은 더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마인드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주목할만하게 하는 것 아닐까?


https://www.piknic.kr/home/include/board_view.php?SEQ=CATEEXHIBITION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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