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의미했던 준비의 시간은 아주 사소한 순간까지도 지금의 내가 되어 있다. 글을 쓰는 이 순간까지도. 하나의 글감이 되어.
시간을 견디는 경험이란 삶의 모든 순간을 받아들이고 의미 없는 삶에 의미를 부여해 보려는 노력이며, 흘러가는 감정에 집중하고 타인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는 시도다.
<겨울의 언어>, 김겨울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며 갑작스러운 허무주의에 빠지기 쉬운 시기다. 하루만 게으르게, 하루만 허투루 살아도 밀려오는 죄책감이나 불안에 허우적거린다. 그럴 때마다 나의 흔적을 맡는다. 몇 달째 지켜오고 있는 아침 루틴, 나를 돌보려 꾸준히 하고 있는 행위들, 크고 작은 도전들. 잠시 시간여행을 하고 오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때 왔던 사소한 절망도, 지금은 보내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오늘의 죄책감이나 불안도 나의 것이 아니게 된다.
친한 친구가 올해 나에게 해준 말 중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넌 너한테 필요한 의미를 그때그때 잘 찾는 것 같아"
자기 연결감이 중요한 나 덕에 들어선 습관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느끼고, 그중 한 순간을 포착해 마음에 오래 두기. 배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가까이 하기. 시간을 '견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퍼즐 조각 맞추든 필연적인 시간이었다고 곱씹을 수 있는 건 감사하다. 의미가 생기는 것을 추구한다기보다, '이게 이런 거였군!' 하고 의미를 자연스럽게 발견하는 순간이 더 많았달까. 뭔가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그게 의미가 있을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나름의 모든 몸부림에 응원을 보내며. 앞으로도 자신을 믿고 나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