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고, 주변 환경까지 나를 도와주는 날은 글이 참 잘 써진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두고 따뜻한 햇살 아래 앉아 있으면, 신바람 나게 글을 적게 되고, 머릿속 상상들은 봄바람처럼 가볍게 흐른다. 그런 날에는 내가 쓰는 문장 하나하나가 즐겁고, 글을 마치고 나면 마음까지 환해진다.
글을 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작지만 뿌듯한 칭찬을 건네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게만 쓸 수는 없다. 일이 많거나 계속 이동해야 할 때, 마음 한켠이 무거운 날에는 그동안 유지해오던 글쓰기 리듬이 어딘가에서 끊기고 만다. 평소엔 금세 떠오르던 문장들이 사라지고, 써놓은 글을 지웠다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글을 한꺼번에 지워버린 날도 있었다.
글은 써야겠는데 손이 따라주지 않을 때, 나는 점점 추진력을 잃어간다. 돌이켜보면, 그건 내 안의 완벽주의 때문이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내 글에 일정한 형식을 기대하고 있었고, 그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스스로 낙심했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오히려 글쓰기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은 흘러가고, 그런 나에게 한 단어가 떠올랐다.
‘행동’이었다.
우선 시작해보자고 마음먹고, 예전에 읽어뒀던 글귀들을 다시 들춰본다.
그중 한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성공은 마침내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작은 행동 속에서 만들어진다.
어떤 위대한 목표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일 쌓는 습관, 작은 노력, 태도의 차이가 결국 큰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러므로 성공이란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 오늘 하루의 태도가 내일을 만든다.”
– 아리스토텔레스
나는 생각보다 행동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생각은 넘쳤지만, 그걸 문장으로 꺼내는 데 필요한 용기와 꾸준함은 조금 부족했다. 마음의 저항을 잠시 내려놓고, 꼭 이름 있는 산이 아니어도 좋으니
내 앞의 작은 언덕부터 천천히 올라가 보기로 했다.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의 공감을 받지 않아도, 그저 오늘 하루의 나를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어쩌면 내가 글을 멈춘 이유는 모든 걸 갖추려 했던 욕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디자인에서 자주 말하듯, Simple is best.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좋은 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시 한 줄을 써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멈추지 않는 걸 선택하려고 한다.
그리고 묻고 싶다.
당신은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떻게 그 마음을 넘기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