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저는 말을 부드럽게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어느 순간 이상한 말버릇이 생겼습니다. 상황이 꼬이거나 피곤할 땐 저도 모르게 "아…" 혹은 "젠장…" 같은 말을 내뱉고 있더라고요.
이게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제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죠.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생각처럼 육아는 쉽지 않습니다. 저는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필사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그 시간이 끝나면 바로 육아가 시작됩니다. 아이들 아침 챙기고 씻기고 옷 입히고 준비물 정리해서 등원시키면 벌써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습니다.
낮에는 병원, 학원 픽업, 간식 챙기기…
어느새 밤 9시가 되고, 지친 몸과 정신으로 아이들을 마주하다 보면,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저도 모르게 그 말이 툭 튀어나옵니다. "아… 젠장…"
그런데, 그날 아이가 말했습니다. “아빠, 나 그런 말 들으면 무서워.” 그 말을 듣고 멍하니 있었습니다.
내 말버릇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순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습니다.
부드럽게 대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에게는 ‘무서운 아빠’로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던 거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작은 말투, 표정 하나까지 다 느끼고 있다는 걸요.
그리고 그 안에서 눈치를 보고, 때론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는 것을요.
그때 문득 떠올랐던 문장이 있습니다.
태수 작가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에 나오는 말입니다.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 달달한 사랑이나 찐한 우정도 결국 다 건강해야만 가능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사람에겐 부부도, 부부도 결국은 남이다.”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체력이 바닥났던 순간엔 누군가를 살피는 여유가 없었고, 다정함은커녕 무심해지기 일쑤였죠.
너무 피곤하면 모든 게 귀찮아지고,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아집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상태를 모릅니다.
그저 “우리 엄마, 우리 아빠”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부드럽던 사람이 갑자기 무심한 말을 하면, 그 변화 자체가 아이에겐 큰 충격이 됩니다.
그런데도 잘해주고 있다 착각한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로 아이를 겁먹게 했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적당히만 잘해줬다면, 아이가 더 편안했을지도 모르겠다."
다정함은 결국, 체력에서 나옵니다.
내가 조금 더 건강했더라면, 내가 조금 더 잘 쉬었더라면, 아이 앞에서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날 이후, 저는 매일 아침 5km를 달리고 있습니다.
몸을 깨우고, 마음을 준비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다정함은 결국, 체력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