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참관 수업에 들어가 보니, 많은 아이들이 선생님의 설명을 경청하며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수업 주제는 ‘안전’. 특히 아이의 신체 부위를 누가, 어디까지 만져도 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시각 자료를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여러분, 우리가 모르는 사람이 나를 만지려고 할 때, 어디까지 허용해줘야 할까요?”
그때 한 아이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부모님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의식한 듯,
계속 앞뒤를 돌아보며 친구들에게 장난을 치고,
선생님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며 주위를 웃기려 했죠.
잠시였지만, 선생님의 표정엔 약간의 난처함이 비쳤습니다.
그 장면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수업을 잘 따라가기 위해선 경청이 정말 중요하구나.’
그런데 돌아보니, 우리 아이도 수업 시간엔 조용하고,
선생님의 질문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마음이 살짝 쓰였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책 읽기를 꾸준히 해온 지 한 달쯤 되었을 무렵,
저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바로 책 읽기는 아이의 ‘경청의 힘’을 길러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입니다.
선생님의 질문을 잘 듣고 이해하려면 단순히 귀를 여는 것만으론 부족합니다.
내용을 파악하고, 상황을 상상하고, 그에 맞는 반응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언어와, 경청하는 힘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부모가 직접 책을 읽어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죠.
이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두 가지입니다.
바로 ‘시간’ 그리고 ‘흥미’.
아이와 책을 읽는다고 해서 무조건 효과가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하루 5분이라도, 아이가 편안한 시간에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어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관심 끌만한 그림이 많거나 아이 스스로 고른 책은 아이의 집중력을 자연스럽게 끌어올려줍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엔 듣기만 하던 아이가 어느 순간 이야기에 반응하고, 질문에도 대답하고, 자신의 생각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청은 단순히 ‘듣기’가 아니라 이해하고, 연결하고, 표현하는 것까지 이어지는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집에서 부모가 함께 읽어주는 ‘그 시간’에 있었죠.
이제는 확신합니다. 책 읽기 시간은 아이의 인지력과 경청력,
그리고 표현력을 키워주는 기초 체력 훈련과도 같다는 것을요.
하루 10분, 아이와 함께 책을 읽어보세요. 그 짧은 시간이 쌓이면, 아이의 교실 안 모습이 달라집니다. 선생님의 말을 경청하고, 자신 있게 대답할 줄 아는 아이. 그 시작은, 오늘 저녁에 아이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읽는 한 권의 책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