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글이 있는 책을 어떻게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것은 많은 부모들이 고민하는 문제입니다. 저 역시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아이와 함께 한 달간 동화책을 읽으며 아이의 책 읽는 습관을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한 달이 지나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독서가 습관이 되었고, 그 후로는 아이가 책 읽는 습관이 들어서인지 제가 책을 권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보고, 또 볼만한 책이 없으면 도서관에 가자고 먼저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저도 책읽기를 같이 하고 있기에 부모로서 반면교사가 되는 기분이어서 한 달간 변화된 아이의 모습에 너무나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100일이 지나고 조금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가 베스트셀러 만화책에 빠져든 것입니다. 흔한남매라는 유튜브를 보고서 흔한남매 만화책 시리즈를 손에서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동화책도 보지만, 아이의 문해력을 키워주기 위해서 글이 많은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도서관에서 살짝 글이 많은 책을 권유해 봐도 특별한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와 같은 눈높이의 자녀를 둔 부모는 어떤 걱정을 할지 궁금해서 아이들 친구들 엄마들과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같이 도서관에 가거나, 책을 사주거나 하는 형태는 비슷했지만, 특별히 어떤 방식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거나 명확한 해결책을 알아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책을 통해 내용을 찾다보니 『엄마가 만드는 책 읽기의 기적』 김현주 작가님의 책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은 아이들이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비언어적인 요소를 통해 책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며, 어른들은 책을 펼쳤을 때 제일 먼저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만 아이들은 그림을 먼저 읽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다보니 그림책을 읽으며 문해력을 올리는 첫 단추를 끼웠다면, 다음으로 문해력을 상승시켜주는 액션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이 그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작가님은 이런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셨습니다. "'피노키오'라는 노래 알아?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나는 네가 좋구나! 파란 머리 천사 만날때는 나도 데려가주렴. 이런 가사의 노래야. 책 속에서 피노키오가 얼마나 거짓말을 많이 했는지, 거짓말 할 때마다 코가 쑥쑥 자란다니까. 피노키오가 정말 죽을 뻔한 위험한 일도 여러 번 겪거든. 그때마다 파란 머리 천사가 엄마처럼 많이 도와줘. 이 책 정말 궁금하지 않니?" 라고 물어보는 거죠.
또 다른 방법이 없을지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많은 부모님들이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도서관에서 책의 권수를 정해서 빌리는 분들도 있었어요. 예를 들면 책 5권은 아이가 보고 싶은 책 그리고 2권은 글씨가 조금 더 들어가 있는 아빠가 고른 책을 빌려오는 거죠. 그리고 미리 아이에게 이 책은 글씨가 조금 더 들어가지만 재미있다는 것을 미리 암시해주는 것입니다.
여러 고민을 하며 저는 당장 지금부터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실행했습니다. 차량 이동 중에도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에 있는 엄마의 인형동화를 틀어주었습니다. 그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아이에게 동화책을 들려주니 아이가 직접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났습니다.
책과 현실을 연결해 보는 활동도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현실 속에서 식물을 키워보고 그와 관련된 책들을 더 읽어보게 해주는 방법, 피노키오와 같은 주제를 둔 글이 많은 책을 함께 두고 비교독서를 하면 아이가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라푼젤이나 모아나 같은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고 책으로도 보게 하는 것도 좋은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아이가 그림책에서 글책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관심사를 세심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책을 제공하며, 책을 통해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독서 발달 과정을 이해하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화책이나 그림책을 좋아하는 것도 하나의 과정이며,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글이 많은 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