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서관에 주 1~2회 가고 있다. 같이 도서관으로 갈때 걱정되는 부분은 집으로 같이 가는 친구가 있는데 그 아이와 같이 가는것을 좋아하기에 도서관이 싫어질까 내심 걱정이다. 그래서 가끔 도서관을 갈 목적으로 꼬득이는 게 있다. 그건 바로 '봉봉분식'이다.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식집 컵떡볶이와 콜팝은 지나치기 힘든 유혹이다. 아이와 계속 먹어보니 그 유혹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설탕'이었다. 가끔 포장을 해서 집에 와서 아내와 먹어보면 맛이 너무 달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계속 아이와 먹다 보니 이 단맛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도 아이와 가게 안에서 떡볶이와 순대 그리고 슬러시를 각각 시켜놓고 먹는데 아이가 너무나 행복해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 설탕이 아이들을 유혹하는 레시피였던 것이다.
거기에 콜팝이라고 하는 것은 슬러시와 치킨너겟을 컵에 담아주는 메뉴였는데, 2,500원 가격 치고는 아이들이 치킨과 슬러시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물론 지금 아이들에게도 2,500원은 큰 금액이지만, 그 가격으로 두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는 극강의 조합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가게 앞을 지나갈 때면 부모들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것을 많이 보았다. '사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 두 가지의 심리전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문방구 앞에서 파는 불량 식품을 사 먹으며 지나치기 어려운 유혹의 순간이 떠올랐는데, 우리 딸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딸의 순수한 행복을 바라보며 문득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딸의 나날들이 사실 나의 육아휴직 후의 삶과도 연계되어 있기에 잠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지금 직장을 더 다닐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할지, 나만의 새로운 직업을 알아봐야 할지, 아니면 실직이 되면 어떠한 삶을 살아갈지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은 없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딸의 시선이 가장 걱정된다. 좋은 직장과 돈이 되는 일들을 한다면 그보다 나은 일은 없겠지만, 사람 일이 생각만큼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양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를 오니, 외각지역에 살아도 생활수준이 조금 더 높아졌다. 물가 상승과 더불어 아이의 교육비, 생활비 모든 것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특히 서울의 교육 환경은 분명히 좋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런 육아휴직이라는 특별한 시간 동안 아이와 함께하는 소중한 순간들을 만끽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돈다. 직장 복귀를 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이 깊어진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내 선택이 딸의 미래에 미칠 영향이다. 안정적인 직장을 유지하면서 꾸준한 수입을 보장받을 것인가, 아니면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새로운 시도를 해볼 것인가. 두 선택 모두 나름의 장단점이 있고, 어느 쪽을 선택하든 리스크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봉봉분식'에서 떡볶이를 먹으며 환하게 웃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깨닫게 된다. 아이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2,500원짜리 콜팝 하나로 그렇게 기뻐하는 딸을 보면서, 내가 너무 멀리 있는 미래만 걱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물론 현실적인 준비는 필요하다. 안정적인 수입원 확보, 아이의 교육비 마련, 노후 대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의 목적이 결국은 딸의 행복이라면, 지금 이 순간 딸이 보여주는 순수한 기쁨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면서 두 가지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하나는 현실적이고 준비이고, 다른 하나는 딸과 함께하는 소중한 일상의 순간들이다. 직장문제나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모든 선택의 기준을 딸의 행복에 두되, 그 행복이 단순히 물질적 풍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려 한다. 때로는 봉봉분식에서의 작은 간식이, 도서관에서 함께 읽는 책 한 권이, 친구와 함께 걸어가는 하원길이 아이에게는 가장 큰 행복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육아휴직이라는 특별한 시간이 끝나면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지금 이 순간들을 통해 배운 것들을 잊지 않으려 한다. 결국 육아와 일,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완벽한 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늘도 딸과 함께 도서관에 갈 것이고, 또 봉봉분식 앞을 지날 것이다. 하지만, 육아휴직이라는 특별한 시간 동안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바로 이것이다. 아이의 행복은 거창한 계획이나 완벽한 준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에서 피어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순간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실적인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도 이런 균형을 잃지 않으려 한다. 딸의 오늘의 웃음과 내일의 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지혜로운 아빠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힘차게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