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로와 하회탈이 사람을 웃기는 방법
피에로(삐에로)는 코메디아 델라르테라는 서양의 즉흥 가면극에 나오는 인물입니다. 피에로는 슬픈 얼굴을 하고 있은데, 가면을 쓰지 않은 채 빨간 입술을 제외하면 오로지 흑백의 색상으로만 얼굴을 분장합니다. 가장 특징적인 분장은 슬픈 얼굴을 표현하기 위해 눈 주위에 눈물을 그리며, 입술을 아주 크게 표현하는데 울고 있는 입술로 그립니다. 피에로는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온갖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 관객을 웃게 합니다. 피에로의 못생긴 얼굴과 바보 같은 행동을 보며 관객들은 자신의 고단한 일상을 잠시 잊고 위로받습니다. ‘그래, 나는 최소한 저 피에로보다는 똑똑해! 저런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지!’라고 생각합니다. 피에로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피에로에게 금지된 하나의 표정은 웃는 것입니다. 피에로는 어떤 행복도 가지지 못한 모습으로 자신의 행동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하회별신굿놀이는 신분질서가 엄격했던 조선사회에서 양반마을이었던 하회에서 이루어졌던 탈춤입니다. 이 놀이에서 백정과 양반의 하인으로 나오는 초랭이는 지배층이었던 양반과 선비를 온갖 욕설과 행동으로 마음껏 비웃습니다.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탈을 쓴 채 마음껏 쏟아냅니다. 평민들이 이 탈놀이를 통해 신분제 사회의 억눌린 불만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양반들은 이 놀이를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허용해주었다고 합니다.
피에로와 달리 백정과 초랭이는 웃는 얼굴의 탈을 쓰고 있으며, 아주 똑똑한 인물입니다. 양반과 선비를 속이고 놀리고 골탕 먹입니다. 그래서 하회별신굿놀이를 보는 관객은 자연스럽게 초랭이와 백정이 됩니다. 초랭이와 백정이 되어 양반과 사대부를 비웃고 즐거워합니다.
피에로와 백정은 모습도 방법도 다르지만 결국 관객들을 웃게 만듭니다. 웃게 만들어서 행복하게 만듭니다. 관객들의 어제의 일상은 행복하지 않을 수 있지만 관람하는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행복은 내일을 좀 더 힘 있게 살아가는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왕이면 평소에도 행복하고, 가끔은 무언가 나를 위한 특별한 시간을 보내며 더욱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일상이 항상 행복하지만은 않기에 뭔가 행복할 수 있는 마법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현재 알고 있는 가장 큰 마법은 웃는 것입니다. 웃어서 행복해진다라는 말을 알고 계시지요? 억지로라도 웃으면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 나와 고통과 슬픔이 줄어들고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폭염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웃을 일이 잘 없는 요즘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웃어야겠지요? 웃는 방법을 모르겠다면 백제의 미소라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이나 천년의 미소라 불리는 경주얼굴무늬수막새의 얼굴을 똑같이 흉내 내어 보세요. 조금은 행복해져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2021년 8월 2일자(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63222)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