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오봉도가 주는 희망 메시지
오늘 아침 출근길이었다.
앞쪽을 바라보니 둥근 보름달이 떠 있었다. 뒤쪽으론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출근길에 해와 보름달이 동시에 떠 있는 것을 올해 여러 번 보았다. 그때마다 재밌다는 생각만 했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이고, 내일은 새해 1월 1일이기 때문이다.
새해는 까치호랑이 그림 정도는 봐줘야지
우리 조상들은 새해 첫날 작호도 즉 까치호랑이 그림을 걸어놓았다.
까치호랑이 그림에는 세 가지의 상징이 담겨 있다.
첫 번째는 소나무다. 소나무는 십장생 중 하나로 장수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나무 중의 으뜸이라는 뜻으로 1월을 상징한다. 소나무가 1월을 상징하는 것은 이름의 유래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우두머리 또는 으뜸을 나타내는 단어인 '수리'가 '슬'로 변했다가 '슬'이 '솔'로 변했다는 것이다. 솔나무 즉 나무 중에서 가장 으뜸이 되는 나무라는 이름이었던 것이 소나무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소나무는 까치호랑이 그림에서 1월을 나타낸다.
두 번째는 호랑이다. 우리나라에서 호랑이는 용맹함의 상징으로 모든 나쁜 것을 물리치는 역할을 한다. 온갖 재해와 병, 나쁜 생각까지 모두 물리치는 존재다.
세 번째는 까치다. 너무나 익숙한 상징으로 반가운 소식을 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세 가지 상징을 합치니 새해를 맞이하여 까치호랑이 그림을 붙였던 조상들의 마음이 절로 이해가 된다.
새해를 맞이하여 온갖 나쁜 것들은 다 물리치고 앞으로 계속 좋은 소식만 들려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그림이다. 이 그림들을 보며 이 글을 읽은 분들의 2021년이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란다.
( 까치호랑이 그림의 다양한 해석-산신령의 소식을 전하는 까치라던가, 부정부패한 관리와 백성의 상징이라던가 -은 여기서 생략한다)
그런데, 왜 글의 처음에 해와 달 이야기를 했냐고?
아침에 앞뒤로 해와 달을 보며 뜬금없이 일월오봉도가 떠올랐다. 해와 달이 동시에 떠올라있는 일월오봉도.
일월오봉도는 왕권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조선에만 있는 그림이다. 왕이 앉아 있는 자리 뒤에 위치시키는 그림이다. 그래서 왕이 일을 하는 공간에서 왕이 앉는 자리 뒤에 일월오봉도를 붙여놓았다. 이를 병풍으로 제작한 것은 일월오봉병이라고 한다.
창덕궁 인정전 등 왕의 업무공간 의자 뒤에 일월오봉도가 설치되어 있다. 왕이 이동할 때는 일월오봉병을 들고 다니는 관리가 있어서 항상 따라다니다가 왕이 앉으면 그 뒤에 일월오봉병을 펼쳤다.
일월오봉도는 왕과 왕실의 영원한 번영을 기원하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시경>에서 군주의 덕을 칭송하는 <천보>라는 시를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월오봉도의 구성요소인 해와 달, 산, 언덕, 폭포와 바다, 소나무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과 같이
언덕과 같이
높은 산등성이와 같이
산모롱이와 같이
철철 흐르는 물과도 같이
차오르는 상현달과 같이
솟아오르는 태양과 같이
건강하시기로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무성함 같이
또한 천보의 또 다른 부분이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왕의 막강한 권위를 상징하고 있다.
하늘이 당신을 보호하고 안정시키사
매우 굳건히 하셨네
높은 산과도 같고 큰 땅덩이 같으며
강물이 흐르듯
달이 점점 차오르듯
해가 떠오르듯
결코 무너지지 않으리
소나무의 무성함과 같이 당신의 후계에 끊임이 없으리
이 시의 두 부분을 보면 자연스레 일월오봉도의 그림이 어떤 상징임을 알 수 있다.
그냥 이 세상, 온 우주의 기운이 모두 왕과 왕실의 번영을 향해 있다.
이렇게 쉽게 해석할 수도 있다.
"해도 달도(낮에도 밤에도) 산도, 바다도(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내 거!"
왕조 사회에서 왕의 막강한 권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일월오봉도와 비슷한 그림?
근데 이 그림 잘 보자
장수를 바라는 그림인 오래 산다는 열 가지를 그린 십장생도와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일월오봉도가 정말 비슷하지 않은가? 그래서 일월오봉도를 장생도라고 보는 주장 또한 많다.
그래서 새해 첫날 어쩌라고..
일월오봉도가 왕을 상징하는 그림이지만, 민화의 형태로 그려져서 실제 시장에서 일반 평민들도 이 그림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왜 이 그림을 샀겠는가?
다시 위에 가서 천보라는 시와 장생도에서의 상징들이 거의 다 나온다는 것을 보면 그 답은 쉽게 나온다. 좋은 것은 다 담겨있다. 특히 온 세상이 받쳐주는 건강이 함께 한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2020년을 보내고, 새로운 해인 2021년이다.
일월오봉도를 보고 이 좋은 기운이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 깃들기를 바란다.
아울러 만원권의 일월오봉도를 보면서 돈도 많이 버는 한 해가 되기를...
아래 일월오봉도는 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