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없이 바쁜 '회암사'약사여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불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일 것이다.
‘나무’는 인도의 옛 말인 산스크리트어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니 '나무아미타불'은 아미타불에게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아미타불은 부처 중에서 극락(천당)에 계시면서 무한한 지혜와 수명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그는 삶과 죽음, 늙어감, 질병의 온갖 고통에서 사람들이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주시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그의 다른 이름은 무량수불, 즉 헤아릴 수 없는 지혜를 가진 부처이다. 지혜를 주관하시는 분이기에 대학수능을 앞둔 수험생의 부모님들이 절의 아미타불을 찾아가 그의 지혜를 빌리고자 하는 기원을 드리기도 한다. 결국 나무아미타불은 진리를 깨달아 극락 세상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한 말이다.
관세음보살은 현실이 너무 고통스러워 도움이 필요할 때 이 분을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와 도움을 준다는 분이시다. 그래서 관세음보살은 머리 위에 쓰고 있는 보관(모자)에 11개의 얼굴이 들어가 있는 십일면관세음보살로 표현되기도 하고 손이 무수히 많이 그려진 천수관세음보살로 표현되기도 한다. 언제든지 어디든 달려가 도움을 주기 위해 얼굴도 손도 많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는 말을 의미 그대로 쉽게 해석하자면 ‘죽어서는 극락 가게 해주세요, 현실에서도 힘들지 않고 행복하게 살게 해 주세요’라는 말이다. 어려운 불교 경전의 해석 없이 이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되니 신라 말의 승려 원효는 이 말만 외우면 극락으로 갈 수 있다고 설교했다. 진리는 어려운 경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깨닫고자 하는 온전한 마음과 실천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종교란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과 함께 ‘현재의 힘듦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의 문제를 절대자에게 기원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얻고자 하는 역할을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약사여래’ 또는 ‘약사불’은 많은 사람이 찾았던 부처이다. 약사여래는 말 그대로 손에 ‘약이 들어 있는 합(그릇)’을 들고 있는 부처로 병들고 고통받는 자를 치료해주시는 분이다.
이 그림은 1565년 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가 회암사를 다시 지으면서 12살에 왕이 된 명종의 건강, 왕비의 임신과 왕손의 탄생을 기원하면서 그린 400점의 불화 중 하나이다. 금으로 그림과 글씨를 써 화려함과 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가운데에 그려진 약사불의 왼손에는 훼손되어 사라졌지만 약합이 있었을 것이다. 약사여래의 주변과 앉아있는 단은 화려한 연꽃들이 그려져 부처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약사여래의 양쪽에 있는 보살은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다. 일광보살은 태양처럼 빛나는 지혜로 사람들을 가르치는 보살이며, 월광보살은 달처럼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구원하는 보살이다. 태양과 달을 상징하는 보살들이니 그 둘이 약사여래의 양쪽에 서 있다는 것은 약사여래가 낮이나 밤이나 할 것 없이 언제나 사람들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구원해주는 부처라는 것을 말해준다. 일광보살의 보관(모자)에서 태양에서 산다는 삼족오가 그려져 있고, 월광보살의 보관에는 달에서 절구를 찧는 토끼가 그려져 그 화려함과 정교함을 더해준다.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는 요즘. 현실 속의 약사여래가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밤이나 낮이나 할 것 없이 사회 곳곳에서 방역과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그림 속 약사여래처럼 앉아 있지 못하고 바쁘게 뛰어다니신다. 그분들의 노력이 있는 한 이 고통은 반드시 끝날 것이며, 극락은 멀리 있어 찾아가야 하는 곳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극락이 될 것임을 믿는다.
오늘도 방역과 치료를 위해 사회 곳곳에서 애쓰시는 분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 하고 계신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5월 18일자로 실렸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44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