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우리의 소야. 우리가 더 똑똑한데 뭐 어때?

로버트 오브라이언의 <니임의 비밀>

by 랄라라

벌써 20여 년 전,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쉬는 시간에 연구실에 있는데 6학년 여선생님 한 분이 꺄악~하는 비명을 지르며 뛰어들어오셨다. 깜짝 놀라 무슨 이유인지 물어보았다. 뒤이어 6학년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가장 앞에 있는 한 아이의 손에는 두루마리 휴지로 칭칭 감은 쥐 한 마리가 있었다. 그때 그 학교는 건물이 지어진 지 오래되었는데 바닥과 곳곳의 공간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자주 쥐가 나타났다. 새끼 쥐 한 마리가 수세식 변기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을 한 아이가 건져서 담임선생님께 귀엽다며 들이밀었으니 그 선생님께서는 너무나 놀라 아무 말도 못 하고 연구실로 도망쳐오신 것이다. 아이들은 또 그게 재밌었는지 그 선생님께 계속 "정말 예뻐요, 한 번만 만져보세요!" 하면서 계속 내밀며 따라오고 있었고. 아이들은 행렬은 어느새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난 얼른 그 쥐를 뺏었다. "선생님, 교실에서 키워요!"라는 아이들의 소망은 가볍게 무시하고 그 녀석을 처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수십 개의 눈망울이 있어 내가 마음먹은 대로 처리(?)할 수가 없었다.

"1층 풀밭에 놓아주고 올게!"

"선생님 말을 믿을 수가 없어요! 귀여운 그 아이를 죽이시려는 거죠?"

아이들의 눈에 레이저가 나와 마치 나를 뚫을 것 같았다.

나를 믿지 못하는 아이들은 교실로 돌아가라는 말을 듣지도 않고 따라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4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길에 발생했다. 물을 먹고 정신을 못 차리던 이 녀석이 점점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내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발톱으로 내 손을 긁기 시작했다.

헉~ 이런~. 순간적으로 던질 뻔했지만 감시의 눈초리로 나를 따라오는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걸음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 건물 밖으로 나와 운동장 바깥쪽 풀밭으로 던지듯 풀어주었다.


워낙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듯한 조그만 쥐라 제까짓게 긁어봤자 상처도 생기지 않았지만, 왠지 찝찝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었다. 쥐로부터 온갖 세균이 내 손으로, 내 몸으로 옮겨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기저기 가려운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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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는 두 가지 의미로 판단된다. 각종 세균으로 범벅되었으며 사람의 음식을 훔쳐먹는 동물 아니면 십이지 중의 첫째인 약삭빠르며 현명한 동물.

<니임의 비밀>이라는 책은 쥐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이다. 프리스비 부인은 4명의 아이들과 함께 사는 들쥐이다. 시작은 그의 아이 중 하나인 티모시가 병이 들어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티모시의 치료를 위해 에이지스라는 쥐를 찾아가는데, 에이지스는 '벽돌로 만든 선반에서 하얀 종이로 싼 가루약 세 꾸러미'를 준다. 동물들만이 나오는 우화가 아닌 사람들도 등장하는 이야기인데 들쥐의 집에 선반과 종이로 싼 약이라? 뭔가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티모시가 채 낫기도 전 겨울 집이었던 밭을 갈아엎어려고 하는 밭주인 피츠기븐 씨의 말을 들은 프리스비 부인은 숲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현명한 올빼미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 쥐 부인, 햇빛이 너무 밝아 당신을 제대로 볼 수 없군요. 안으로 들어오시면 당신의 이야기를 좀 더 잘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올빼미의 식습관을 잘 아는 프리스비 부인이었지만 아들을 위해 결국 올빼미의 집으로 들어가는 용기를 보인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프리스비 부인의 모험 정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올빼미의 조언으로 찾아가게 된 시궁쥐의 소굴에 가게 된 이후는 상상 이상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시궁쥐들은 지하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놓았으며, 전등을 밝히고 있었고, 사람들의 책을 읽고 있었다.

이 곳에서 프리스비 부인은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곳의 시궁쥐들은 사람들이 생명 연장과 두뇌계발을 위해 실험실에서 다양한 실험을 당했던 쥐들이었다. 그 실험은 성공하여 늙지 않게 되었고, 사람들의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쥐들은 문을 여는 방법과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자신들의 지능을 숨긴 채 오랜 시간 동안 탈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탈출하게 된다. 그들은 탈출 후 주인이 여행을 떠나 비어있는 집에 들어가 많은 책을 읽어 더욱더 지식을 쌓았으며, 장난감 수리공의 트럭에서 드라이버, 톱 등 도구들과 장난감 모터 등 전동 도구들까지 얻음으로써 각종 도구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지하에 사람들과 똑같은 문명을 일으킨다. 피츠기븐 씨의 전기와 수도를 끌어와서.


여기에서 논쟁이 발생한다. 한 그룹의 쥐는 이대로 편안하게 살자고 주장하고, 다른 그룹의 쥐는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살자고 한다.

"하지만 왜? 왜 옮겨야 하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훨씬 좋잖아. 우리가 원하는 음식도 있고, 전기에 불, 수돗물까지 있어. 왜 모두들 바꾸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군"

"왜냐하면 우리가 가진 것들은 모두 훔친 것들이기 때문이지"

"말도 안 돼. 그럼 농부가 소에게서 우유를 얻는 것도, 닭에게서 달걀을 얻는 것도 훔치는 건가? 그들은 단지 소나 닭보다 똑똑할 뿐이야. 사람들은 우리의 소야. 우리가 충분이 똑똑한데, 왜 음식을 얻으면 안 되느냔 말이야"

"그건 달라. 농부들은 소나 닭을 먹이고 보살펴줘. 우리는 우리가 얻는 것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


시궁쥐들의 행위가 농부가 소나 닭을 먹이고 보살피는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도둑질이라서 나쁜 것일까? 갑자기 외계에서 인간보다 훨씬 더 지성이 높은 생명체가 나타나 인간을 소나 닭처럼 사육한다면 어떨까? 인간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소나 닭이 그렇게 사육되는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쥐의 도둑질이라는 것 또한 인간의 기준에서 그렇게 보일 뿐이다. 쥐의 입장에서 보면 매가 참새나 쥐를 잡아먹듯 생존을 위한 활동일 뿐이다. 그렇다면 굳이 쥐가 '인간의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빈 손으로 시작해서 열심히 일했고 우리의 문명을 만들었어. 모든 것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는데 왜 빈 손으로 다시 시작하려 하지? 우린 이미 문명을 가지고 있다고."

"아니 그렇지 않아. 우리는 개 등에 붙어사는 이처럼 단지 누군가에 빌붙어 살고 있는 거야. 개가 물에 빠지면 이도 같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까 말이다. 개가 물에 빠지면 이도 같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가 '개의 입장'이 되어 개에게서 떨어지면 어떻게 살 수 있지? 이는 '이의 입장'에서 태어난 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개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그게 최선의 삶이 아닐까?

이 이야기에서 시궁쥐들은 탈출했던 연구소의 추적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결국 사람들의 흔적이 없는 곳으로 이주하여 농사를 지으며 살기로 결심한다. 물론 시궁쥐들은 이사하기 전 프리스비 부인의 집을 통째로 안전한 곳으로 옮겨준다. 죽은 프리스비가 시궁쥐들과 함께 실험실에서 탈출한 쥐였으며, 탈출에 큰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시궁쥐들은 프리스비에게 항상 고마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겠다며' 이사를 한 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궁금증은 우리는 모르지만 지구의 어딘가에 지적인 생명체가 만든 문명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기도 하며, 외계의 지적인 생명체가 몰래 지구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인간들 틈에 살고 있지 않나 하는 궁금증을 만들기도 한다. <니임의 비밀>은 이러한 상상이 계속 펼쳐질 정도로 뇌를 자극하는 유쾌한 소설이다.

이 책은 또한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는 동물들 또한 소중한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의학 발전이라는 이유로 오늘도 많은 쥐들이 실험실에서 죽어간다. 실험실의 쥐와 소설 속 쥐들의 이야기가 함께 겹치며 생명의 무게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유튜브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외국의 한 유튜버가 자신의 반려견을 헬륨 풍선에 묶어 하늘로 띄우는 영상을 찍었다. 이처럼 사람들이 호기심과 인기를 위해 생명을 함부로 대하는 장면이 함께 떠오르면서 책의 여운이 더욱 길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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