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6.25전쟁
고구려, 백제, 신라의 기나긴 전쟁은 신라의 승리로 끝났다. 현재의 우리는 지도 위에서 각 시기별 나라의 전성기와 영토 변화, 싸움터와 승패만을 바라보지만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고통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버지나 남편 혹은 자식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은 끝없이 이어졌을 것이며, 전쟁 속에 제대로 농사를 짓지 못해 가난이 더욱 심했을 것이다. 전쟁 속에서 '영웅'은 탄생했지만,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많은 고통 속에서 평화를 바랐을 것이다.
신라의 삼국 통일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삼국통일을 달성한 문무왕은 '무기를 녹여 농기구를 만들었고, 세금을 가볍게 하여 집집마다 넉넉하여 나라 안에 걱정이 없게' 하였다. 평화의 힘이었던 것이다. 전쟁이 끝나자 농업 생산량이 크게 늘고, 인구도 늘어났으며, 문화도 크게 발전하였다. 물론 신라에게도 과제가 남아있었다. 전쟁 후 복구의 문제뿐 아니라 옛 고구려와 옛 백제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과의 통합이 필요했다.
6.25 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큰 고통을 주었다. 경제적인 피해도 어마어마했지만, 가장 심한 것은 인명 피해였다. 한국군이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를 포함하면 60만 명이 넘고, 북한군은 80만 명, 유엔군은 54만 명, 중공군은 100만 명이 된다고 한다. 또한 남한의 민간인의 피해는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를 합치면 100만 명, 북한은 8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전쟁의 피해는 전쟁으로만 끝난 것이 아니었다.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 때처럼 '무기를 녹여 농기구를 만들어야' 했으나 남북한의 이념 대립으로 남북한 모두 지속적인 전쟁 준비를 해야만 했다. 2020년 미국의 군사력 평가 전문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가 발표한 것에 따르면 그 해 국가별 국방지출 규모는 조사국 138개국 중 남한은 세계 9위였으며, 북한은 74위였다. 남한의 군사력은 세계 6위로 평가되었으며, 국방비 예산은 52조 원이었다. 북한은 세계 74위라고 하지만 국내총생산에 대비한 국방비 지출 분야에서는 세계 1위로 집계되었으며, 전체 인구에서 군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세계에서 가장 높아 북한의 군인 수는 세계 4위에 속한다고 한다.
오늘은 6.25 전쟁이 일어난 지 71년이 된 날이다. 평화와 화합은 자주 우리를 찾아왔으나, 아쉽게도 긴장과 대립 또한 계속되고 있다. 전쟁의 고통과 평화의 소중함을 모두 기억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무기를 녹여 농기구를 만드는' 평화로운 날이 얼른 찾아오기를 바란다.
이 글은 2021년 6월 25일자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54415)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