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우리말로는 ‘수릿날’이라고 한다. 단오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로 모내기를 끝낸 직후이다. 모내기라는 한 해 농사의 중요한 일정을 마친 후 잠시 휴식을 가지면서 흥겹게 놀이도 하고, 신과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풍년을 기원하였다.
단오를 표현한 대표적인 그림은 너무나 유명한 신윤복의 ‘단오풍정’이다. 그림을 보면 노란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은 여인이 그네를 타고 있다. 단오 풍습 중 하나가 여인들의 그네타기였다. ‘춘향가’를 보면 이몽룡이 성춘향을 보고 첫눈에 반하는데 바로 단오에 그네를 뛰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춘향의 모습이 단오풍정에 나오는 그네 뛰는 여인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림을 보면 여인들이 냇물에 몸을 씻는 장면과 한 여인이 음식을 머리에 이고 오는 장면이 있다. 단오에는 창포가 자라고 있는 물가에 가서 음식을 먹으며 물놀이를 하거나,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이 있었다. 창포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에 윤기가 생기며 잘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신윤복/단오풍정/국보 제 135호/간송미술관 소장
단오를 표현한 그림 중 또 하나의 그림은 김홍도의 ‘씨름’이다. 씨름은 두 사람이 샅바를 잡고 힘과 기술을 겨루어 상대방을 넘어뜨려서 승부를 겨루는 우리나라 전통의 민속놀이다. 씨름은 원시사회부터 생존을 위한 격투 기술로 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며 삼국시대, 고려, 조선시대 등에 걸쳐 많은 기록이 남아 있는 놀이이다. 씨름은 1월부터 12월까지 시기를 가리지 않고 널리 행해진 놀이지만 단오 무렵에 가장 많이 행해진 놀이이다. 지금처럼 기계의 도움 없이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농사를 짓던 옛날, 농부들에게는 강한 체력이 필요했다. 씨름은 기술과 강한 힘을 필요로 하는 경기인만큼 다가 올 힘든 농사를 대비한 체력단련의 의미가 있었다.
씨름/김홍도/보물 527호/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김홍도의 ‘씨름’에서 한 가지 더 보아야 할 것은 부채이다. 이 그림에서 부채는 몇 개가 그려져 있을까? 4개의 부채가 그려져 있다. 더운 여름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부채이기는 하지만 김홍도는 한 장의 그림에 왜 이렇게 많은 부채를 그렸을까?
단오에 임금이 신하에게 부채를 내려주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부채를 단오선이라고 한다. 임금이 나누어 준 부채를 받은 신하는 그 부채를 소중히 가보로 간직하거나 혼자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친척 및 친지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또한 ‘시골에서 생색내는 것은 여름에는 부채요, 겨울에는 달력이라고 하였다’, ‘단오의 부채는 관원이 아전에게 나누어주고 동짓날의 달력은 아전이 관원에게 바친다’라는 말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단오에 부채를 선물하는 것은 임금 뿐 아니라 양반, 서민들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는 풍습이었으며, 웃어른이 아랫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단오 무렵 부채는 더위를 쫓는 아주 실용적인 선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오선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부채를 선물한다는 것은 더위와 힘든 농사일이라는 ‘어려움’을 임금과 웃어른이 함께 이겨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풍년이라는 ‘결실’을 맞이하자는 공동체 의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홍도의 ‘씨름’은 풍년을 기원하는 공동체 의식이 담겨 있는 그림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올해 단오는 6월 14일이다. 농경사회도 아니고, 선풍기와 에어컨이 있는 현대에 꼭 부채를 선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각자가 속한 공동체에서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계기로 삼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