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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티나 Jun 05. 2020

희망의 싹을 틔우다.

무료한 어느 날, 나는 뜬금없이 방울토마토 씨앗을 샀다. 무엇이 나를 이끌었는지 아직도 분명히 떠오르지는 않으나 그 날은 내 마음 가는 대로 그냥 방울토마토 씨앗을 손에 쥐었다. 


아직 생명을 틔우지 않은 씨앗은 조금만 부주의하면 날아갈 것처럼 아주 작고 가벼웠다. 아련한 그 모습이 내 마음에 꽂혀 행여 날아가기라도 할까 절로 조심스럽게 손을 갖다 대었다. 화분에 배양토를 넣고 물이 골고루 스며들도록 흠뻑 주었다. 젖은 토양은 짙은 흑갈색으로 변하여 촉촉한 수분을 가득 품었다. 그곳에 씨앗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들어서 심은 후에 집안에서 햇빛이 제일 잘 드는 곳에 사뿐히 놓았다. 그 후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곤 그 짙은 흙을 계속 지켜보며 작은 기운이 움트리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씨앗 5개를 심었으니 일주일 후에는 5개의 작은 새싹들이 환하게 웃기를 그저 바라고 있었다.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도 그 흙에는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행여라도 뜨거운 태양에 목이라도 마를까 거친 흙을 만져가며 물도 때에 맞춰 듬뿍 주었으나 열흘이 다 되도록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나의 간절한 마음을 5개의 씨앗 중 1개가 알아보았나 보다. 바로 다음 날 자그마한 초록빛을 펼쳐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심장이 터질 듯이 기뻤다. 그 작은 새싹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발을 동동 굴렸다. 




햇빛이 제일 잘 드는 창문을 열어 그곳에 화분을 다시 놓아두었다. 자기 전에 화분을 다시 보니 그 새싹이 조금 더 커져있었다. 




2주가 되도록 다른 씨앗은 소식이 없었다. 그래도 어렵게 움튼 그 한 개의 새싹은 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났다. 2개의 잎은 어느새 4개로 성장하여 쭉쭉 양 옆으로 뻗어나갔다.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는 다른 씨앗들은 아쉽지만 잊어버리기로 했다. 흙속에 파묻혀 꽁꽁 숨어버린 그들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생명을 틔우는 것에 내가 가진 능력은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다. 그저 자연의 힘에 맡기고 그들이 스스로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숭고한 자연 앞에 인간은 한 없이 작은 존재다. 


3주가 훨씬 지나자 나는 자책하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씨앗을 잘못 심어 발아를 못한 것이리라..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심었어야 하는데.. 하며 나의 잘못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화분을 보니 조금 더 성장한 4개의 잎 옆에 웅크린 새싹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신기해서 말문이 막혔다. 출근하는 남편을 불러 세워 그 웅크린 새싹을 둘이서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 날 햇빛을 조금 더 받자 그 새싹은 2개의 잎을 활짝 피워 내게 환하게 웃어주었다. 






생명의 그 거룩한 이치를 깨닫기에 나는 아직 우매하나 절대 생명 앞에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희망은 작은 씨앗의 자양분이 되어 힘겹게 초목의 눈을 싹 틔우고 그 새싹이 자라 머지않아 예쁜 꽃을 피울 것이다. 그리고 그 꽃이 지면 싱그러운 열매를 맺어 더욱더 크게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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