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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티나 Sep 14. 2020

지키고 싶은 일상

당연히 내가 누려야 할, 나만의 것이라 여기고 의미 없이 흘려보냈던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쌉싸름하고 고소한 커피 향을 맡으며 나름 사색을 향유했던 커피숍 나들이, 끼니를 간단하게 때울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동네 식당들, 답답한 하루에 큰 숨을 내쉬면 시원한 바람으로 보답해 주던 한강 공원......


모두를 위해 제한되었던 각자의 일상은,

모두의 노력으로 서서히 각자에게 조금씩 돌아가고 있다.


2.5단계로 강화되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되면서 걱정스러운 말들이 벌써부터 들려온다.


오늘은 남편의 휴대폰이 고장 나면서 출근하는 그이 대신 휴대폰 서비스센터에 갔다. 메인보드 고장으로 고치는데 2시간이나 걸린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다. 테이크아웃만 가능했던 지난주였다면 생각도 못했을 일이다.


오랜만에 코를 즐겁게 하는 향긋한 커피 향과 귓가에 울리는 달콤한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편안한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널찍하게 따로 떨어져 있는 커피숍 테이블의 생소한 간격만큼이나 마스크를 벗고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이 죄를 짓는 듯 불편하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사소한 부주의가 모두를 고통 속에 빠뜨릴 수 있는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스스로 조심하려는 마음일 수도 있겠다. 아니면 수개월간 이어진 팬데믹 상황이 나의 사고방식을 바꾸어 놓은 것일까?



어제는 지난 8월 15일, 광화문 집회 이후로 거진 한 달 만에 한강의 야경을 보았다. 오랜만에 눈에 담는 야경이 아름다워 남편과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데 저만치 떨어져 있던 낯선 이가 조심스럽게 우리에게 다가왔다. 자신도 야경을 찍다 우연히 우리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그 사진을 보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남편과 나는 그 마음만 고맙게 받은 뒤, 사진은 눈에만 담고 잠시 산책을 했다. 모르는 누군가와 웃으며 잠시나마 이야기를 나눠본 게 얼마만이던가??


정중히 거절했던 그 순간, 미안함도 잠시 가슴을 화하게 만든 어떤 기쁨이 서려왔다.


육체가 쓰러지면
그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인간은 관계의 덩어리라는 것을..
오직 관계만이 인간을 살게 한다는 것을..

-생텍쥐페리의 [아리스로의 비행] 중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코로나로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누군가와의 관계가 필요하다.


언젠가 코로나 상황이 종식된다면 다시 예전처럼 관계를 맺고 행복했던 우리의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까?


우리의 소중한 이들과 함께 좋아하는 식당의 큰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음식을 같이 나눠 먹으며 하하, 호호 큰 소리로 웃을 수 있는 그런 날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서로의 터치가 필요 없는 언택트의 시대에 누구보다 사람의 온기를 더 찾게 되는 것은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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