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앙 Sep 16. 2020

크리스털에 담은 김치

엄마 집 아끼다 똥 되고 있는 그릇이 많다.


벽 찬장을 가득 메우는 크리스털 그릇 셋뚜 셋뚜.

장인이 만들었다는 놋그릇 셋뚜 셋뚜.

세워 놓기만 하는 장식용 작품 접시.


대구에 계시는 부모님 댁에 갈 때마다 찬장과 창고를 뒤졌다.

엄마의 찬장과 창고는 플라스틱을 쓰지 않기로 한 나에게 완전 보물창고다. 엄만 할머니와 외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앤틱한 non-plastic 그릇이 정말 많다. 돈 주고 살 게 아니라 물려받음 되었다. 먼지 쌓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신나게 그릇들을 꺼냈다. 엄마는 너무 좋아하셨다. 아까와서 못 버리고 있던 그릇을 딸내미가 요즘 이런 거 돈 주고 사려면 얼마나 비싼데 라며 가져가니 말이다.



크리스털 접시를 찬장에서 꺼냈다. 좋아하셨다. 안 그래도 무거워서 못 쓰고 깨뜨릴까 봐 못 쓰고 자리만 많이 차지해서 눈에는 거슬리는데 옛날에 비싸게 주고 사서 버리지도 못하는 애물단지였다. 그 많은 애물단지를 다 가져오진 않았고 필요한 것만 골랐다. 놋그릇도 마찬가지다.

빛나는 크리스털과 어울리는 빨간 김치



대체로 좋아하셨지만 작품 접시를 선택했을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셨다.

아니.. 그 비싼 작품을 식탁에 내겠다고?

엄마, 그 비싼 작품을 구석탱이에서 먼지 쌓이게 두는 것보단 식탁에서라도 사용하는 게 낫지 않아요?

...... 난 모르겠다. 가져는 가는데 절대 니 마음대로 버리지 말고 안 쓰면 돌려주고 망가뜨리지 말고~ 알겠제?

작가님 사인이 멋진 작품과 계란프라이

엄마와 할머니와 외할머니 덕분에
나의 식탁은 정말 멋져졌다.


작가의 이전글 부엌에서 플라스틱을 없애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