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고양이

2025.8.21 (7m 29d)

by 슈앙

다른 집 고양이나 개들은 임신하면 가장 먼저 알아채 함께 아기를 기다린다던데.. 우리 집 고양이들은 내 배를 밟고 지나갔었다. 심지어 어떨 때는 내 배를 돋움 닫기 하기도 했다. 만삭이 되어서야 내 배에 살포시 기대어 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뭐.. 아기의 존재를 느꼈는지, 아니면 그냥 기대고 누웠는지 알 길은 없지만.


남편을 만나기 전부터 키우던 고양이 2마리다. 카야와 코코. 사람을 잘 따르고 순해서 산책이 가능했다. 문 열어놓고 있으면, 알아서 왔다 갔다 외출도 가능했다. 가끔 살아있는 쥐나 죽은 새를 물어오는 게 문제였지만 익숙해졌다. 우리 셋은 자유롭게 지냈고 서로 의지했다. 밤늦게 퇴근하더라도 매일 15분씩 다 같이 나가 밤산책을 즐기고 왔고 주말에는 근처 산 정상까지 같이 올라가 한두 시간 뛰어놀았다. 서울 한가운데 살았지만 언덕 중턱이라 차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았고 가까이에 동산이 있어 가능했다. 교감이 가능했던 코코는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항상 내 뺨을 핥으며 위로해 주는 듯했다. 무던한 카야는 아무것도 안 해도 유달리 뛰어난 미모로 사람들을 홀렸다. 산책 중에 고양이들을 놓쳐도 어느새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릴 만큼 똑똑한 아이들이다. (내가 임신한 걸 모를 리가 없는데 밟고 지나가다니!)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코코, 카야 그리고 그들의 2마리 새끼 냥이들 이렇게 총 4마리였다. 잠깐의 위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지금까지 키우고 있다.


코코와 카야는 초보집사 도움없이 스스로 새끼 고양이 2마리를 키워냈다. 3개월 후 입양 보내기 전까지 코코는 가만히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고양이인줄로만 알았다. 새끼들이 떠나자마자 바로 빨빨 돌아다니고 뛰어다녀서 놀랐었다. 카야는 처음엔 큰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뭐라도 해볼 냥으로 거친 손길로 새끼 똥꼬 핥아주고 나름 애썼다.

지금 생각해보면, 곰국도 끓여주고 미역국도 해주고 코코를 더 살뜰히 챙겨줬어야 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거의 혼자 새끼 냥이 2마리를 돌봤으니, 생각할수록 미안하다. 지쳐 쓰러져있는 줄 모르고 누워 있는 걸 좋아하는 줄만 알았으니 말 다 다.


양갱이 임신하면서부터 코코와 카야가 보는 피해가 크다. 결혼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었던 산책은 아예 없어졌을 뿐 아니라 양갱이 100일까지 방 안에 갇혀 지냈다. 현관 앞에 산책 나가자고 아직도 보채는데 모른 척하자니 안쓰럽고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 내 체력으로 애기 챙기면서 고양이 두 마리 산책은 엄두가 안 난다.


그들의 피해때문인지 카야와 코코는 처음부터 양갱이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임신한 배를 밟고 지나가기도 했지만, 태어나도 가까이 와서 냄새 맡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좀 귀찮고 시끄러운 존재로 인식하는 듯했다. 양갱이는 자기네들의 조용한 보금자리에 온 방해꾼이었다.


양갱이는 다르다. 눈에 뭔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고양이는 살아 움직이는 모빌이었다. 어제부터 앞으로 기기 시작하더니 고양이를 계속 따라다니려 한다. 이리 오라고 아무리 불러도 코코가 꼬리 살랑거리면서 지나가면 몸을 틀어 따라간다. 호기심 가득 찬 표정으로 코코 꼬리 잡고, 코코 털을 움켜쥔다.


신기한 건 코코의 반응이다.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참지 않고 피하는 것이 고양이다. 그런데 양갱이가 다가와 귀찮게 해도 피하지 않는다. 마치 아기 고양이에게 꼬리 가지고 놀도록 살랑거려주고 올라타 놀도록 몸을 내어 주는 것같다. 지나가던 할머니들이 양갱이를 귀여워하듯이 코코도 예전 새끼 고양이 키우던 생각이 나 그러는 것일까.



카야? 카야는 여전히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말 가끔 양갱이 냄새 좀 맡고 지나갈 뿐. 처음에 비해 많은 발전이라고 볼 순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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