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아줌마가 되어가는 과정

2025.8.23 (8m 2d)

by 슈앙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1박 2일로 콩떡이네와 호캉스 다녀왔다. 나, 양갱이, 덕이(콩떡이 엄마), 콩떡이 이렇게 넷이서 보낸 아빠 없는 외박이다. 아빠 없는 호캉스는 육캉스라고 하던데, 어차피 우리 둘은 육아에 있어서 아빠 의존도가 높진 않았기에 생각보다 할만했다. 정신적 피로도도 낮았다. 남편과 함께 있으면, 한 마디 정도는 싫은 소리 하게 된다.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고민을 나누면 괜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에 반해, 덕이랑은 사소한 남편 뒷담화나 가벼운 육아 정보 나누는 정도에서 끝내니 훨씬 힐링 느낌이다. 아빠들이 없으니 우리 둘은 최소한의 동선을 계산하고 효율성을 최대화하느라 애썼지만, 꽤 잘 해냈다. 양갱이와 콩떡이가 순한 덕분이기도 하고 우리 둘의 육아 자신감은 한 사람이 둘을 보는 것도 거뜬할 만큼 높아져 있었다.


하나 안고~ 하나 먹이고~

특히 나는 남편의 늦은 퇴근으로 항상 혼자 저녁을 보내기 때문에 덕이와 술 한 잔과 함께 한 육아수다가 더 즐거웠다. 룸 안에 있는 대형 목욕탕에서 아기 수영 하면서도 덕분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근육통이 잦아드는 듯하다. 퇴실한 뒤엔 덕이가 찾아놓은 브런치 가게에 가서 점심을 해결하고 헤어졌다. 우리 둘은 아빠 없이도 가뿐하다며, 자주 이런 시간 가지자며 서로 뿌듯해했다.


그런데 아빠 없는 호캉스는 우리를 진상 아줌마로도 만들었다.


호텔에서 잔을 깨는 것을 시작으로 방수매트 없이 재우다 오줌이 침대시트에 묻어 버렸다. 분리수거는 할 틈이 없어 비닐봉지 하나에 쓰레기를 한데 담아버렸다. 온 바닥에 두 출산모의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져 있어도 그걸 주울 손가락 관절이 너무 아프다.


맛있는 브런치 가게에 찾아갔지만, 안 식고 안 불었다면 느꼈을 맛을 상상하며 먹었다. 애들 먹이고 돌보느라, 음식이 나온 뒤에도 한참을 먹지 못하고 음식이 식어가는 과정을 보고만 있었다. 그마저도 먹을 때, 두 눈, 한 손과 한 발은 애기를 신경 쓰느라 잉글리쉬 머핀을 포크로 쿡 찔러 한 방에 와앙 입 벌려 먹었다.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장난감, 기저귀, 우리 가방이 여기저기 굴러댕겼다. 양갱이는 기어 다니는데 재미 들려 옆 테이블까지 이동해댔다. 나도 엎드려 기어가서 양갱이를 주워 오는 과정은 또 얼마나 추했을까.


서빙하는 언니는 왜 또 젊고 예쁜 거야. 이 처자가 보는 우리 모습은 그야말로 아줌마였으리라. 애기들이 잡아댕기는 통에 머리는 산발에 옷은 늘어져 있었다. 애기들 굽어 살핀 지 몇 개월이 보내니 심했던 거북목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급이다. 화장은 고사하고 썬크림조차 바르지 않은 지 오래다. 다른 테이블 사람들이 우리 쪽을 힐끗힐끗 보는데, 널브러진 모습에 주눅이 들었다. 갑자기 현타가 왔다. 남편 없는 육아는 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잃으면서 해낸 것같다. 나를 돌보고 남들 시선을 눈치챌 여유가 없다.

아기들은 이쁜데, 나의 굽은 등과 거북목이 보기 싫다
어수선하게 널브러진 모습에 현타온다


남편이 있었더라면, 잔을 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남편이 있었더라면, 가방에 있는 방수매트 좀 가져달라고 했을 것이다. 남편이 있었더라면, 주변 정리하면서도 따끈한 머핀과 빠당빠당한 스파게티를 즐겼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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