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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2025.9.14 (8m 23d)

by 슈앙

남편 항렬에 남자가 남편뿐이다.

사촌들이 죄다 여자다.

다들 결혼해서 아이도 낳아 모이면 북적북적하지만

시댁 성을 따르는 자손은 없었다.

그러다 양갱이가 태어났다.

시댁 성을 따르는 자손이 40년 만에 나타난 것이다.


이젠 아들보다 딸이 귀하다는 시대에

예전만큼 큰 의미 두진 않는다.

아버님, 어머님 역시 아들딸 구별하시는 분들이 아니다.

이제 중학생이 된 첫 손주 이후로

오랜만에 태어난 손주라 좋아하시는 정도로 보인다.


그래도 40년 만에 Family Name이 나타났으니 경사긴 경사다.



오늘은 벌초하는 날이었다.

양갱이 데리고 시댁 선산에 갔다.

산모기 매섭다며 카페에 가 있다가

점심 먹을 때 식당으로 오라고 하셨다.


그래도 굳이 인사드리겠다고 선산으로 갔다.

양갱이를 아기띠로 업고

유모차 모기장으로 뒤집어 씌워

완전무장했다.


유모차 모기장으로 완전무장

남편도 나도 집안 친지분들께

양갱이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나 보다.


다행히 선산에선 모기에 물리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가는 길에

차에 들어온 모기 한 마리가

양갱이 얼굴에 세 방이나 빨간 자국을 남겨 버렸다.


결국 모기에 물려 버렸다




밥 먹다 조는 양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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