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24 (9m 2d)
양갱이는 생후 80일에 요로감염으로 아주대병원에 입원한 뒤로 2달마다 추적 관찰하고 있다. 집에서 15분 거리로 가까워 부담 없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양갱이는 별 탈 없이 요로감염 재발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돌 전까지만 무사히 넘기면 이제 요로감염과 작별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담당 교수가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긴다며 병원을 이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웬 날벼락!
아주대병원에 한 명밖에 없는 소아신장전문의였기에 더 이상 요로감염을 봐줄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기남부권 소아신장전문의가 있는 병원 몇 개를 알려주었다. 지방 의사 인력난을 직접 겪을 줄이야.
이제야 알게 된 사실도 있다. 양갱이는 돌 전에 요로감염 재발하면 수술해야 하는데 수술은 소아신장전문의가 아니라 소아비뇨기과에서 한단다. 그런데 경기권 병원 중에는 소아비뇨기과 의사가 없단다. 엥? 만일 하나 수술을 하게 되면 어차피 서울 병원 하나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담당 교수에게 하나 추천해 줄 수 있냐고 물으니, 중요한 건 수술이고 그전에 추적관찰 정도는 어느 병원에 가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럼 추적관찰 정도는 동네 병원 가도 되냐는 질문에는 양갱이는 역류가능성이 3기로 추적관찰을 대학병원 수준으로 해야 한단다.
결국 큰 병원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정해야 했다. 아주대병원에서 준 목록은 모두 30분 거리였다. 그런데, 삼성서울병원도 30분 거리고 심지어 소아비뇨기전문의가 있다. 너로 정했다. 이렇게 결국 서울로 몰리는구나.
어제, 삼성서울병원에 다녀왔다. 안타깝게도 출근 시간대와 겹쳐 1시간 반이나 걸려 도착했다. 다행히 그동안 양갱이는 아침잠을 차에서 충분히 잤기에 망정이지 아녔으면 매번 양갱이 데리고 다니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서울 강남이었고 삼성이었다. 한 시간 반 걸려도 만족스러웠다. 아주대병원과 현격히 달랐다.
아주대병원에서 가장 짜증 나는 것은 이동이었다. 아주대병원은 유모차 끌고 엘리베이터 타기 어렵다. 엘리베이터가 3개 정도인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휠체어와 유모차를 배려하지 않는다. 우리보다 늦게 온 사람들도 유모차 못 타게 우르르 타버린다. 결국 나는 양갱이를 안고 남편이 유모차를 들어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유모차에서 짐 떨어지고 텀블러 넘어뜨리고 난리였다. 분노하는 남편 진정시키다 보면 나도 짜증 났다. 그에 비해, 삼성서울병원은 우선 엘리베이터가 많다. 일반인이 탈 수 있는 엘리베이터만 6개다. 엘리베이터가 협소한 경우에는 안내원이 있어서 유모차가 탈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거나 가이드한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한 번도 유모차를 접은 적이 없다.
병원 내부길은 매번 갈 때마다 헷갈린다. 그나마 남편도 아주대병원을 다닌 덕분에 헤매지 않았지만, 혼자 행정처리하러 이리저리 다녀야 했을 때 시골에서 막 상경한 사람마냥 두리번거리며 겨우 찾아갔다. 아마 계속 증축하는 과정에서 길이 복잡하게 설계되는 것 같다. 삼성서울병원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가 어디지 하면 바로 옆에 안내데스크나 안내원이 항상 있었다. 곳곳에 배치된 안내원 덕분에 병원 내부에서 길 찾아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소아과 실내 인테리어가 다르다. 아주대병원은 전형적인 대학 병원 인테리어다. 그나마 소아과라고 귀여운 아이템으로 꾸몄지만, 그 삭막함을 가리기엔 부족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전체 인테리어 자체를 아이 친화적으로 했다. 따스한 색상의 페인트, 귀여운 세면대, 폭신한 기저귀 갈이대, 분리된 수유실. 중정(실내정원)이 특히 좋았다. 여기서 양갱이 이유식을 먹였는데, 병원이지만 잠깐이나마 소풍 온 기분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아과전문의의 처방 차이다. 아주대병원에서는 매번 소변검사를 했었다. 염증수치를 확인하면서 추적관찰하는 방식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는 소변검사하지 않는단다. 열이 나지 않으면 할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보다 항생제를 매일 먹고 있기 때문에 간수치를 볼 필요가 있으니, 다음에 오면 혈액검사하자고 했다. 양갱이 팔에 주삿바늘 찌르는 게 싫긴 하지만, 필요한 검사인 거 같다. 그리고 소아비뇨기전문의 일정을 잡아 인사차원에서 진료 보자고 제안했다. 수술하지 않는 상황이 최선이지만, 최악을 대비할 수 있다는 것에 매우 안심이다.
돌아오는 길은 30분 만에 왔다. 출근시간대만 안 겹치면 이동시간도 괜찮다. 다음 진료는 오전 9시로 예약했다. 새벽같이 출발해 볼 생각이다. 그렇다면 아주대병원이 삼성서울병원에 비해 나은 점은? 약국이 가깝다. 삼성서울병원은 부지가 너무 넓어 병원 외부에 있는 약국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다. 그리고 아마 삼성서울병원이 더 비싸겠지? 그 정도?
병원 에피소드
키오스크에서 아주대 병원 기록을 등록하는 동안, 남편은 양갱이와 간호사실에 앉아 있었다. 남편은 간호사 누나들에게 양갱이 박수 애교를 보여주려고, ‘박수~’하고 말하며 유도했다. 근처 간호사 6명이 다 같이 박수쳤다. 문제는 양갱이는 박수치지 않았다. 남편의 지시에 간호사들만 박수친 격. 민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