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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승 Mar 19. 2019

얼굴 각질제거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AHA 아하의 기원을 찾아서

1974년 미국 필라델피아. 


템플 의과대학 피부과 전문의 유진 반 스콧(Eugene Van Scott)과 약리학박사 루이 유(Ruey Yu)는 피부 각질 생성과 조절에 관련된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보고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어린선 환자에 대한 알파하이드록시산의 효과를 최초로 보고 하였는데요.


어린선은 마치 물고기 비늘처럼 피부 각질이 일어나는 증상을 보이는 피부 질환으로 한자로 고기 어魚, 바늘 린鱗, 버짐 선癬. 


그래서 어.린.선. 이라고 불립니다. (이름이 좀 어렵습니다)


keratinization이라고 불리는 각질화 과정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극도의 건조감과 인설(각질)이 어린선의 주요 증상입니다.



어린선...



이에 그들은 60가지가 넘는 다양한 물질을 어린선 환자의 피부에 도포해서 치료 효과를 비교하였는데요. 그 결과는 놀랍게도 알파하이드록시산 줄여서 아하라고 불리는 성분들만 각질 제거 효과를 보인 것입니다.


양쪽 팔에 여러가지 물질을 도포한 모습


그 가운데 가장 탁월한 효과를 보인 것은 글라이콜릭 애씨드, 락틱애씨드 두 종류였습니다. 이 두 성분은 현재까지도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AHA 성분이기도 합니다. 


AHA 가운데서도 가장 빠른 효과를 나타낸 것이 글라이콜릭 애씨드, 락틱 애씨드


어쨋든 1974년의 이 연구가 AHA의 각질제거 효과에 대한 최초의 보고입니다.


1974년의 기념비적인 논문.




유진과 루이 두 사람은 그 이후로도 AHA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갑니다.


1980년대 중반 어린선과 같은 피부질환뿐 아니라 정상인의 피부에서도 AHA가 피부건강에 유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보고가 이어집니다. AHA가 아래와 같은 다양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하나하나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피부 노화방지 

피부세포 턴오버의 촉진 

마일드한 각질제거

피부보습 등 



이러한 연구들을 기반으로 유진과 루이는 AHA에 대한 특허권을 신청하게 되고 이 특허권에 근거해서 다양한 제품들이 상용화됩니다.


당시 특허의 내용...


처음에는 병원과 약국을 중심으로 의약품에 가까운 제품들이 먼저 출시되었습니다


최초의 AHA 제품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의 Lac-Hydrin 12% 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락틱애씨드 12%로 구성된 제품으로 상당히 인기를 끌게 됩니다.




Lac-Hydrin 12% 매거진 광고 (1990년대)




그 외에도 스티펠사(피지오겔도 이 회사겁니다)의 LactiCare 등의 제품도 주로 피부과, 약국 등에서 판매되며 AHA의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게 됩니다.  





코스메슈티컬이라는 용어 들어보신적 있으실텐데요. 화장품을 뜻하는 cosmetics와 의약품을 뜻하는 pharmaceutical을 합성한 신조어로 의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을 말합니다. 화장품과 의약품 중간 어디즈음에 위치해서 매우 탁월한 피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앞서 이야기한데로 AHA는 그 시작이 피부과에서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되다가 점차 화장품에서도 널리 사용되었기 때문에 AHA를 최초의 코스메슈티컬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일반 소비자를 주요 타겟으로 하는 화장품회사들도 AHA를 통한 마일드한 화학적 필링의 여러 장점들이 소비자의 가려운 구석을 긁어준다는 사실을 빠르게 인식하게 됩니다.  


1992년에서 1993년 까지 20여개사에서 60여개의 제품들이 시판되게 되는데요. 주요 회사로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 에이본, 폰즈, 로레얄, 화이져, 아벤티스 등이라고 합니다.


코스메틱 용도로 AHA 제품을 최초로 출시한 회사는 1992년 avon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avon 뿐만 아니라 여러 회사들도 AHA제품을 출시하였고 대부분의 제품이 유진과 루이의 특허권 사용계약을 통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최초를 붙이는 것은 큰 의미는 없어보입니다. 이후 얼굴각질제거제, 필링젤, 필링패드 등 다양한 제품 형태로 AHA는 꽃을 피우게 됩니다.




AVON의 ANEW (1993년)


유진과 루이 두 사람은 1998년 직접 화장품 회사를 설립하기도 합니다. 이름은 네오 스트라타이구요. 찾아보니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회사였습니다. 고기능성, 고함량의 코스메슈티컬 제품이 주요 제품라인으로 보이는데요. 제품의 퀄리티는 상당히 좋을 것 같은데 가격이 좀 비싸서 피부과나 에스테틱 등을 위주로 유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오스트라타 글라이콜릭애씨드 AHA 10% 제품



국내에 AHA가 소개된 시점도 궁금했는데요. 네이버 기사 아카이브를 찾아봤습니다. AHA, 알파하이드록시산 등의 단어로 검색을 해봤는데요. 



1994년 3월 나드리화장품의 기사가 가장 과거 기사로 검색되었습니다.



150ml 2만원?!


그 이후 로제화장품...


혜수 누나...


김정문알로에 등에서도 AHA 성분 제품이 검색이 되구요. 


전통의 강자, 김정문 알로에



보다 적극적인 기사로는 이런 광고 기사가 여러개 눈에 띕니다.





요약해보면 94년 정도에 AHA 제품들이 하나씩 소개되고 90년대 중후반을 지나면서 다양한 회사들이 AHA 제품을 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99년 5월 기사를 보면 AHA가 함유된 제품이 1998년 11월부터 99년 4월 기준으로 166품목으로 나오는데요. 기사의 골자는 식약청이 AHA 배합한도 기준을 마련한다는 내용으로 식약청의 기준마련을 해당 시장이 성숙되어간다는 시그널로 읽는다면 99년 즈음이 AHA 제품들이 좀 더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시기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은 아하의 전반적인 역사에 대해서 살펴봤는데요. 


AHA의 화학적인 구조나 구체적인 성분들, 그리고 함께 이야기할만한 BHA, PHA, LHA 등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통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영상으로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0oT7F-XSF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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