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의 서울살이 마무리 (1)

잘 있어라. 서울

by 도현

2023.02 ~ 2023.02

서울에서의 3년을 마치며.


언제나 그랬듯, 제주에서의 마지막 기억이 서서히 희미해졌던 것처럼 이곳에서의 장면들도 조금씩 빛이 바랜다. 이십대 초중반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충만하다. 영화나 드라마 속 청춘처럼, 나의 삶 역시 사랑을 받고, 스스로 길을 내며,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일을 수없이 반복해왔다.


만약 영원히 광주에 머물렀다면, 이토록 넓고 다양한 시야를 마주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모든 독립과 자립을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감당해냈다는 점이 때로는 스스로를 대견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삶을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 가는 순간은 여전히 찾아온다. 비춰지는 나와 실제의 나 사이의 괴리, 그 이질감이 버겁게 다가오는 밤도 있었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끝내 완전히 무뎌지지는 않는다.


아름답고 선명했던 청춘을 이곳 서울에서 보내고, 마지막 밤을 내가 가장 좋아하던 집에서 조용히 맞이했다. 홀가분함과 함께 옅은 씁쓸함이 남는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의 호흡, 점점 무감해지는 일상들 속에서 문득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어린 시절부터 경험해볼 수 있는 것들을 이미 충분히 겪어낸 것은 아닐까. 그래서인지, 예전처럼 설레는 재미는 조금 덜해졌다.


그래. 어리고 풋풋했던 마음을 가진 채로,

두근거림과 설렘을 안고,

서울에서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부지런히 돌아다녔던 나의 스물넷.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과 도전 자체를 사랑했던 스물다섯.

결정과 결심, 그리고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배워가던 시간이었다. 쇼핑몰, 주얼리, 요가와 명상. 수업을 하며 한 시간 거리마다 이동하던 날들이 이어졌고, 그 분주함 속에서도 나는 조금씩 단단해졌다.


엄마와 통화할 때마다 늘 말했다. 나는 인복도 많고,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기회와 인연들이 내 삶으로 스며들었던 것은, 그동안 꾸준히 애써온 시간들이 결국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 결과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