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을 녹이는 법

by 박홍시

세상이 참 각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세상 참 각박하다”라고 말하고 있지요.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박함’이란 도대체 뭘까?


늘 그렇듯 사전을 펼칩니다. 물론, 실제로는 사전 웹사이트에 들어가죠.

‘각박하다’의 뜻은 이렇습니다.

'마음이나 환경이 메마르고, 인정이 없으며, 사람 사이의 따뜻함이나 여유가 부족한 상태.'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정말 내 삶은 각박한가?


사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제 삶은 그리 넓지 않아요.

출근해서 혼자 일하고, 집에 돌아와 글을 쓰고 취미를 즐기다 잠드는 하루.

생각해 보면, 제 일상엔 ‘각박함’을 느낄 만한 틈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유행처럼 “각박하다”는 말을 따라 하고 있었던 겁니다.

주변에서 너무 자주 들으니, 없는 각박함도 만들어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과거를 돌아봤습니다.

진짜 각박함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2~3년 전,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처음으로 집을 떠나 독립했지만, 제 모든 삶은 삐걱거렸습니다.

인간관계는 갑자기 너무 많아졌고, 해야 할 일은 넘쳤으며, 해결 방법은 알지 못했죠.

처음으로 완전한 방임 상태에 놓여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저는 외로움에 취약했고, 고독과 친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이 차갑고, 메마른 느낌이었습니다.


그게 바로 ‘각박함’이었어요.


세상은 너무나 건조했고,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수치화되어 저를 평가했습니다.

‘지방대생 1’이라는 라벨을 스스로 붙일 정도로, 제 가치는 정해져 버렸습니다.


인간관계도 대부분 피상적이었습니다.

그땐 꽤 친했던 사람들도, 지금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아요.


속도와 효율, 비교와 경쟁, 피상적 관계, 물질 중심의 가치.

그 모든 것이 저를 지치게 했고, 제 마음은 유리조각처럼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 조각들이 심장에 박히는 듯한 고통.

그때 저는 처음으로 ‘각박함’을 뼛속 깊이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감정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전환점은 아주 작고 소소한 것이었습니다.


“낭만”이라는 단어.


기억 속 어딘가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그 단어를,

글쓰기와 독서를 하며 우연히 다시 꺼내보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저는 레이싱 게임을 좋아합니다.

그 취미에 진심이어서, 플레이스테이션을 사고, 휠을 사기 위해 돈을 모았습니다.

결국 사지 않았지만, 그 당시엔 정말 절실했습니다.

8년째 장롱면허인 저에게 레이싱 게임이라니, 참 웃긴 일이죠.


하지만 저는 ‘트랙 위를 달리고 싶다’는 감정 하나로 그걸 했습니다.

경쟁도, 성공도, 실용성도 필요 없었습니다.

그게 낭만이었습니다.


낭만은 낭비를 동반하는 감정입니다.

계산적이고 효율적인 낭만은 존재하지 않을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으며 해를 바라보고, 지루한 퇴근길에 음악을 곁들이고, 좋아하는 것을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작은 소망을 순수하게 바라고.


그렇게 제 마음에 박혀 있던 유리 조각들이,

사실은 ‘얼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낭만이라는 열기로 내 마음을 데우자,

그 얼음 조각들은 조용히, 천천히, 사르르 녹아버렸습니다.


저는 그렇게 각박함을 조금씩 녹여갔습니다.

낭만으로 삶을 덥혀 나갔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다 해도,

삶은 여전히 낭만을 품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이 건조하고 의미를 잃을 때,

그 허무함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바로 ‘낭만’입니다.


낭만은 따뜻함이고, 위로이며, 생명력입니다.

삶을 데우는 불씨 하나, 그것만 있어도 우리는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낭만을 잃지 마세요.

세상은 차가울지 몰라도,

우리 마음만은 따뜻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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