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것을 없애버리는 방법

by 박홍시

최근에 생긴 고민이 있습니다.

저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아니면 전업 투자자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다독다작을 하려 노력 중이고, 투자 공부도 나름대로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살이라는 게 참 마음대로 되지 않더군요.


혹시 영화 '극한직업' 보셨나요?


작중에서 형사들은 마약 조직을 감시하기 위해

‘수원왕갈비통닭’이라는 가상의 치킨집을 실제로 운영하게 됩니다.

낮에는 닭을 튀기고, 밤에는 잠복근무를 하죠.

하지만 수사는 진척이 없고,

오히려 치킨 장사가 너무 잘돼버리는 게 웃음 포인트입니다.


지금 제 상황이 딱 그렇습니다.


작가와 투자자가 되겠다고 애쓰는 중인데,

곁다리처럼 시작한 장사가 너무 잘되고 있어요.


사실 이 장사는 제가 원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의 권유와 강요 사이, 말하자면 ‘강제 창업’이었죠.

하고 싶지도 않았고, 몸도 힘들고, 귀찮기만 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집안의 짐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마지못해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제 의사와는 달리 장사가 너무 잘됩니다.

자세히 밝히긴 어렵지만,

3달째인데 매달 매출이 두 배씩 증가하고 있어요.

이번 주는 역대급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워낙 작은 장사라 큰돈이 벌리는 건 아니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잘된다는 사실이 오히려 고민입니다.


1인 사업이라 모든 걸 혼자 해야 합니다.

컴퓨터 앞에서 할 일도, 몸으로 뛰어야 할 일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제 몫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 관심사는 글과 투자입니다.


저는 글을 쓰는 게 좋고,

제가 사놓은 종목이 오르고 내리는 걸 보는 게 재미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르는 걸 보는 게요.)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더군요.

글재주는 아직 부족하고, 투자 실력도 갈 길이 멉니다.

경험도, 공부도, 그리고… 변명을 하자면 운도 좀 안 따라줍니다.


그에 비해 억지로 시작한 장사는

왜 이렇게 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참… 걱정입니다.


저는 육체노동이 싫습니다.

화이트칼라가 우월하다고, 블루칼라가 열등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저 제 취향일 뿐입니다.

저는 글이 좋고, 투자가 좋을 뿐입니다.


그래서 고민했습니다.

이 장사를 어떻게 슬그머니 정리하고

제가 진짜 원하는 길에 집중할 수 있을까.


미끄러지듯 빠져나올 방법은 없을까.

이 일을 어떻게든 없애버릴 수는 없을까.


참으로 비열한 고민이었죠.


그런데 문득,

아주 엉뚱한 결론이 떠올랐습니다.

방법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걸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걸 사랑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랑하게 되면,

그건 더 이상 싫어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면 자연스레,

그 일은 '싫은 것'이란 이름을 잃고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원하든 원치 않든 지금 제게 주어진 일을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뇌는 자꾸 되뇌면 결국 속아버린다고 합니다.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을 반복하다 보면

진짜로 그렇게 믿게 되는거죠.


그래서 저는 장사에 애정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억지로라도, 마음을 주어 보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돈 많이 벌면 좋은 거잖아요.

이걸 기반으로 투자 자금을 만들고,

경제적 자유를 이뤄내면 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글을 틈틈히 써나가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너무 배부른 고민을 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결국, 저는 사랑으로

제가 싫어하던 것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렸습니다.


꼴 보기 싫던 일을 사랑하는 건

분명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강력한 해답이기도 합니다.


주어진 일을 사랑하는 것.

그건 때로는 운명이 내민 또 다른 길지도 모릅니다.


저는 오늘도, 행복에 한 발자국 다가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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