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뭐 하려고 했는데!"
"뭘 검색하려고 했더라?"
"방금 괜찮은 주제가 떠올랐는데!"
좋은 아이디어는 야속하게도 스치듯 뇌를 관통하고, 저는 늘 그걸 부여잡지 못합니다.
커서는 깜빡이고 저는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머리를 마구 헤집어봐도 자욱한 안개가 낀 듯합니다.
그래서 했던 행동을 반복해봅니다.
양치 중에 거울에 비친 피부를 확인하는 중에 떠오른 생각을 되찾기 위해 다시 거울을 바라봅니다.
아직은 뇌가 젊은지 했던 행동을 다시 반복하면 대부분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금덩이 같은 아이디어는 다시는 돌아오질 않아요.
아마 다른 사람의 머릿속으로 가버렸겠지요.
오늘도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분명히 굉장히 괜찮게 느껴진 글감이 머리에 불쑥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의 저편으로 흘러갔습니다.
어릴 쩍 계곡에서 놀다가 굉장히 좋아하는 슬리퍼가 계곡물에 떠내려간 듯 허탈했습니다.
그게 어떤 글감이었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고 느낌만 마음속을 간질입니다.
보사노바 같은 그런 글이었어요. 따스한 햇빛 아래에서 연주되는 보사노바.
제 필력이 모자라서 이렇게 밖에 표현을 못하겠습니다.
텅 빈 브런치 에디터 앞에서 한숨만 푹푹 내쉽니다.
하지만 매일 연재를 하겠다고 덜컥 선언을 해버렸으니 뭐라도 써 내려가야 합니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계속 빈 도화지를 더럽혀 봅니다.
짧게는 수십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 동안 나와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이디어를 향해 욕지거리를 하며 머리를 쮜어뜯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엄청난 참깨에서 기름 한 방울 똑 떨어지듯이 글이 써져요.
그 한마디를 연달아서 글을 계속 이어가 봅니다.
점점 이상한 글이 되더라도 일단 마구 써내려 가요.
그리곤 이상하다, 틀렸다 싶은 부분을 하나씩 지워갑니다.
그런 식으로 매일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배가 아프지 않은데 똥 싸러 가는 사람처럼 글을 "싸고" 있어요.
그렇게 꾸준하게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수십 개의 에세이를 써냈습니다.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런 루틴을 지킨다고 합니다.
기상: 새벽 4시 혹은 5시에 일어나 모닝커피를 마심.
글쓰기: 오전 5시부터 정오까지 약 5~6시간 동안 집필. 글이 잘 써지든 안 써지든 규칙적으로 200자 원고지 기준 20장가량을 매일 씀.
아침/점심식사: 아침은 간단하게, 정오~오후 1시에 점심식사.
운동: 점심 이후에는 1~2시간 동안 달리기(10km)나 수영(1500m), 때로는 둘 다 수행.
취미, 휴식: 운동이 끝난 후에는 음악 감상, 독서 등 여유시간을 가짐.
취침: 밤 9시에 잠자리에 듦. 평균 수면 시간은 약 7시간
하루키는 "예술적 감수성만큼이나 물리적인 힘도 중요하다"며 규칙적인 패턴과 체력 유지를 강조합니다.
장편소설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정신력 모두 필요하다고 언급합니다.
그는 이렇게 꾸준한 루틴을 몸에 완전히 익혀서 아침도 먹지 않고 글을 술술 써낸다고 해요.
하루키의 루틴을 보며 저는 꾸준함의 위대함을 깨달았습니다. 그가 그렇게 쓴 원고지 20장 중 어쩌면 한 문장만이 명작의 씨앗이 되었겠죠. 저도 그런 문장 한 줄을 위해 매일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꾸준함의 힘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재능과 노력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봐요.
성공한 재능충으로 보이는 사람은 모조리 피나는 노력을 합니다.
저도 매일 키보드 앞에 앉습니다.
제가 하루키라는 건 아니고요.
따라라도 해보는 겁니다.
뜬구름 같은 영감을 언제나 잡아채 좋은 글을 써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 뇌가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좋은 글이 나올 때까지 쓰려고 합니다.
계속 글을 쓰고 있다면, 문득 머릿속에 반짝이는 원석이 떠오를 때 마침 글을 쓰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꾸준히 글을 써야 그런 기회가 왔을 때 확 잡아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기에 저는 오늘도 브런치 에디터를 괴롭힙니다.
비록 미천한 글솜씨와 귀여운 식견, 짧고 적은 경험을 가진 20대이지만 매일 글을 씁니다.
언젠가 떠오를 원석을 손에 쥐고, 그것을 깎아 보석으로 만들기 위해.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되었을 때 수월하게 글을 쓰기 위해.
여러분도 진짜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일단 해보는 게 어떨까요?
꾸준함이라는 그물로 깊은 바다를 훑다 보면 언젠가 잡힐 그 월척을 기대하며, 저도 여러분과 함께 오늘을 채워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