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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May 08. 2023

MY WORLD - aespa 앨범 리뷰

평론가의 입장에서 계속 에스파의 앨범은 아쉬웠다. 음악적으로는 이해도가 굉장히 떨어지는 하이퍼 팝, 믹스 팝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컨셉은 세기말에 유행하던 기묘한 미래 컨셉이 합쳐진 기묘한 디렉팅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느꼈다. 최근 SM은 에스파를 비롯한 모든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전반적으로 투머치하고 괴악한 디렉팅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원래 SM은 아이돌에 세계관과 설정을 붙여 장사하는 것에 진심이었고, EXO를 통해 어마어마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나서부터는 거의 SF 소설가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필자는 그러한 것이 음악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했고, 가사를 일반적인 이해를 거부하면서까지 이렇게 해야 할 필요가 무엇인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한 방향성에서 가장 과했던 것이 에스파라고 생각했고, 이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든 저렇든 음악을 관통하는 절대적인 진리는 "노래만 좋으면 무죄"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때까지의 에스파의 음악은 적어도 나에겐 '글쎄 올 시다'였다. 억지로 시도하는 듯한 괴악한 SMP는 굉장히 무책임할 정도라고 생각했다. 믹스 팝으로 보나, 하이퍼 팝으로 보나, 케이 팝으로 보나 기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했다. 다만 기존 3대 기획사 중 가장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한다는 것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평가였다. 그에 더불어 에스파 자체에 대한 문제는 너무 빠른 컴백 주기에 미흡한 부분들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갓더비트]의 앨범 리뷰(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3017183582)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촌스럽지 않으려 하려다 촌스러워진 아재틱한 프로듀싱의 문제점을 이미 지적한 적이 있었다.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3017183582


마치 중장년 층 이사진 혹은 경영진이 "야! 요즘 메타버슨가 뭔가 유행한다며! 하나 뽑아봐!"라는 느낌으로 준비된 그룹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SM-하이브 간의 이슈 끝에 이수만이 프로듀서에서 하차하고 그에 따라 유영진 또한 에스파의 프로듀싱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에스파의 앨범은 이수만 체제를 벗어난 이후 처음 나오는 에스파의 음반이자, 에스파의 10개월씩이나 되는 공백기의 팬들에 대한 대답이 될 앨범이라 나름 주목할 여지가 있다.


이전에 어떤 음악을 내왔든, 음악은 그 음악 자체만 놓고 봐야 한다는 필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앨범은 전반적으로 괜찮다. 이전에 냈던 앨범들을 판단했을 때는 아주 칭찬할만하다. 앨범 전반을 사운드적으로 유기성을 확보하고, SM의 사운드 디자인은 녹슬지 않아 여전히 인상적이며, 억지스러운 음악 구조와 가사를 덜어내자 아주 인상적인 앨범이 나왔다. 이전부터 SMP 특유의 사운드 질감은 호에 가까운 편이었는데 점점 더 발전하는 모습이 보인다. 앨범은 깔끔하고 듣기 좋으면서도 약간의 신선함이 가미된 케이팝이다. 저음의 신디사이저 베이스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유기적인 사운드를 가지고 있고, 이상한 치장들을 모두 제거해서 에스파 멤버들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인트로에 해당하는 <Welcome To MY World>부터 이전과 다른 풍의 앨범이라는 것을 티를 낸다. 기타 라인과 잘 어우러지는 몽환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의 웅장함은 인트로로써 앨범을 기대하게 만들며, 사운드적인 변화를 암시한다. 타이틀곡<Spicy>는 일렉트로니카적인 관점에서도 재미있고 다이내믹한 비트에 앨범 전반에 깔린 공격적인 신스 베이스 사운드가 가장 잘 드러나서 듣기 좋다. 케이팝스러운 보컬, 멜로디 라인이 아이돌의 정체성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좋은 의미로 Young 한 트랙이고, 단순하게 신난다. 신스 베이스는 동방신기 때부터 만들어온 SM의 사운드 디자인의 정수로써 트랙에서 빛을 발한다. 아주 대중적이면서도 익숙한 멜로디는 '뉴트로'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말했던 동방신기나 샤이니의 초기 음악에서 볼 수 있는 SM 특유의 진취적이고 공격적인 음악성을 띠고 있어 추억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https://youtu.be/Os_heh8vPfs


3번 트랙이자 선공개 곡이었던 <Salt & Sweet> 또한 비슷한 흐름을 이어간다. 거친 신디사이저 베이스가 아주 통쾌하고, SM 특유의 사운드를 아주 어그레시브 하게 이끌어 간다. 수록곡으로나 선공개 곡으로 나 아주 적절한 포지셔닝이다. 다만 닝닝과 카리나의 파트인 "첫맛에 느끼는 Real 기묘한 Feels 널 위해 준비된 Meal"과 같은 랩 라인은 무슨 의도로 들어간 것인지는 짐작이 가나 너무 올드하고 조잡하게 느껴졌다. 랩 디렉팅 자체가 문제는 아닌 것이 다음 트랙 <Thirsty>은 꽤 괜찮다. 딱히 문제 삼을 포인트는 찾을 수가 없는데 요독 <Salt & Sweet>의 랩 디자인이 부족하다. 또한 마지막 곡인 <'Til We Meet Again>는 몇 번의 아이돌 앨범 후기에서 말했듯이, 그저 그런, 딱히 할 말 없는 팬송&발라드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지만, 아이돌 앨범에선 필수에 가까운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편이다. 이처럼 부족한 점도 앨범 곳곳에 있다. 그럼에도 수록곡 전반이 다들 좋거나~썩 괜찮은 수준 사이에 머물고 있고, 타이틀곡은 에스파의 성공적인 변신을 들려주고 있어 듣는 재미가 있다. 곡들 간의 유기성을 확보해 아이돌 앨범에서는 보기 드문 앨범적 유기성도 갖추려는 시도를 보였다. 곡의 경계를 넘나들며 강조되는 거친 질감의 신디사이저 베이스와 맛과 감정으로 통일된 곡의 제목의 연계가 완성된 앨범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수만과 유영진의 이탈이 이 그룹의 방향성을 완전히 바꾸는 데에 성공했다. 먼저 그런 예시였던 NMIXX(엔믹스)의 앨범에는 좋은 평가를 내리지 못했던 것(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3050968750)과 대조적으로, 에스파의 숨겨져 있던 장점을 잘 드러내주면서 그들을 이때까지 가리고 있던 괴상한 껍질을 벗어던진 점에서 이 앨범은 다르다.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3050968750

이전에 에스파가 꾸준히 밀던, 미래지향적이고 사이버네틱 한 컨셉은 세련됨을 지나치게 강조하다가 오히려 촌스러움이 강조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젠 에스파의 기존의 컨셉에 굉장히 물을 많이 타서 희석하고, 대중성을 가미해 아이돌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조하면서도 SM이 원래 잘 만들어 오던 사운드로 구성되어 있어 훨씬 나아짐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아이돌과의 차별점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더 이상 세계관이나 과한 컨셉은 독특하고 보기 드문 것도 아닐뿐더러 트렌드도 아니다. 바뀐 에스파의 사운드는 좋고, 디자인이 인상적인 부분이 많은 질감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멜로디 라인이나 전반적인 노래 구성은 굉장히 평범한 케이팝이다. 이는 대중성을 강조하는 좋은 도구가 되었지만, 반대로 사운드만 조금 비튼 일반적인 케이팝 아이돌이다. 차별점을 더욱 확보해 에스파스러움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는 예전처럼 정말 에스파스럽기만 한 과도한 컨셉을 말하는 것이 아님은 모두 알 것이다.


그럼에도 에스파의 성공적인 방향 전환과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요소를 가져가 완성도를 만들고, 사운드적 질감을 통해 듣는 재미 또한 만들어 굉장히 칭찬할 만하다. 이전에 에스파에 대한 평가를 충분히 뒤집을 만한 앨범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는 아쉬운 부분은, '이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방향성을 완전히 틀어 대중적이지만 약간의 에스파 맛을 첨가한 걸그룹이 된 것은 괜찮은 변화라고 여기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저 그런 걸그룹 1이 되어 전혀 경쟁력이 없어질 수도 있는 일이다. 에스파의 다음 음악이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이 된다.


<<MY WORLD - aespa>> 6/10점

"에스파의 성공적인 리브랜딩"


1. Welcome To MY World (Feat. nævis) [!추천]

2. Spicy [!추천]

3. Salty & Sweet [!추천]

4. Thirsty

5. I'm Unhappy [!추천]

6. 'Til We Meet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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