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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May 01. 2023

LE SSERAFIM - UNFORGIVEN 앨범 리뷰


작년 케이팝을 휩쓸었던 수많은 걸그룹들 중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한 [LE SSERAFIM(이하 르세라핌)]의 정규 1집이 발매되었다. 수많은 아이돌이 음반을 내고 활동을 하고 있으나, 그중에서 정규 앨범을 가진 아이돌은 흔치 않다. 나만의 기준이긴 하지만, 정규 1집이 어떤 아이돌의 성패를 가르는 척도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있고, 음악성으로나 스타성으로나 상업성으로나 인정을 받은 아이돌만이 정규 1집이라는 앨범을 발매할 자격과 능력을 갖춘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이런 나만의 관점에서 보기엔 르세라핌의 첫 번째 앨범 [UNFORGIVEN]은 조금 이르다. 물론 체계적이고 자타가 공인하는 정규 앨범의 시기라는 것엔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 그러나 고작 두 번 활동을 하고 나서 발매하기엔 아이돌 평균적으로써 빠르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아이돌에게나 적용되는 것이다. 음악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은 정규 앨범으로 데뷔하는 경우도 있고, 싱글이나 미니 앨범 없이 정규 앨범만 발매하는 케이스도 흔하게 존재한다. 다만 아이돌은 그런 음악에 모든 기반을 둔 아티스트에 비해서는 다른 상업성을 가진다. 흥행한 노래가 딱히 없더라도 예쁜 것으로 유명해질 수도 있고, 음악이 성공하지 않았지만 밈이 되거나 뜬금없는 역주행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음악성이 전부인 아티스트들에 비해 대중성을 기반한 상업성과 화제성이 음악과 함께 큰 영역을 차지하는 것이 아이돌이란 말이다. 이런 관점에선 오히려 자유로운 것이 있다. 미니 앨범이나 싱글만 내더라도 어떠한 비난이나 비판을 받지 않는다. 아이돌은 당연히 타이틀곡 하나 띄워서 돈을 버는 것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 음악적인 면에서 인정은 받지 않아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아이돌 중 자리를 잡고, 자신만의 소비층이 개척이 된 아이돌들만 정규 앨범을 내는 특권을 하사받는다. 그렇기에 르세라핌의 정규 앨범은 조금 이르다. 이제야 갓 1주년이 되기도 했고, 김가람의 꼬리표를 뗀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마음먹고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르세라핌의 정규 앨범에 이르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동시에 기대되기도 하였다. 아이브, 뉴진스, 르세라핌, 여자(아이들)의 걸그룹 4파전에서 아주 진보적이고 재미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브와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대중적이고 안정적인 음악과 마케팅을 추구하는 반면, 뉴진스와 르세라핌은 조금 더 진보적이고 실험적인 성향을 띤 전략을 구사했다. 이런저런 이슈를 차치하고 르세라핌의 [FEARLESS], [ANTIFRAGILE]은 아주 좋게 들었다.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2902215400)


전반적으로 아이돌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사운드적으로 굉장히 날카롭게 찔렀다. 뉴진스처럼 아예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가 하면, 마치 온건 개혁파처럼 전반적으로 아이돌스러움을 가진 채로 음악성의 다변화를 준 르세라핌은 그 나름대로 음악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최근 두 번의 활동은 아주 성공적이었고, 음악적으로도 필자를 만족시켰다. 그렇기에 정규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에 '이른 것 같은데...'라는 걱정보다 기대가 되어 심장이 먼저 두근거렸다. 그럼 르세라핌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은 어떤 인상을 주었을까?


https://youtu.be/UBURTj20HXI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였다. 타이틀이 아쉽다는 뜻이 아니라 앨범 전체가 아쉬웠다. 이게 이전의 활동을 만든 소속사의 결정이 맞는 건지 정말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기본적인 앨범 구성부터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물론 타이틀도 아쉬웠으며, 수록곡은 실망투성이였다. 일단 앨범의 전체 구성을 보자면 이전 곡의 재활용이 너무 많았다. 김가람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첫 번째 미니 앨범의 타이틀과 서브타이틀의 재녹음과, 그것이 민망한 것인지 아주 약간 믹싱을 바꿔서 수록했다. 또한 나는 르세라핌의 앨범을 들을 때 늘 특유의 내레이션이 포함된 약간은 오글거리는 인트로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러나 앨범을 재생하자마자 나오는 미니 1집의 <The World Is My Oyster>는 실로 당황스러웠다. 트랙 리스트의 따로 공간을 내거나 Side B의 형태로 나오는 줄 알았던 앨범 리스트는 정말 곧이곧대로 앨범에 실렸다. 1~5번까지는 사실상 김가람 흔적 지우기와 앨범의 플레이 타임 늘이기 용도로 밖에 안 느껴지는 괴상한 구성이었다. 미니 앨범들의 하이라이트 메들리를 통해 어떤 하나의 여정처럼 느껴지도록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앨범에 그대로 실으려면 트랙 순서를 변경하든지, 인트로를 자연스럽게 붙이든지 해야지 이렇게 순서대로 대충 욱여넣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믹싱의 변경을 통해 <FEARLESS>는 조금 더 낫게 들리는 것이 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앨범적인 아쉬움을 뒤로하고 6번 트랙부터 앨범이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다시 앨범을 한번 들어보았다.


오글거린다는 비판도 있지만, 나름 늘 재밌고 신선하게 들었던 인트로인 <Burn The Bridge>는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어쩌면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곡일지도 모른다. 드럼 앤 베이스와 콘서트 장에서 떼창을 할 것 같은 인트로는 정말 흥미롭게 들었고, 앨범으로 들어갈 애피타이저로써 아주 좋았다. 타이틀곡인 <UNFORGIVEN>은 모든 것이 좋았다. 단, 한 가지가 불만족스러웠는데 그것이 훅이다. 흔히 하이라이트, 코러스, 훅으로 불리는 곡의 가장 킬링 포인트가 되어야 할 부분이 가장 재미가 없었다. 옛날 영화를 샘플링 했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곡에 아주 자연스럽게 합쳐졌고, 나일 로저스의 기타 라인은 아주 즐겁게 들었다. [Daft Punk]의 4집을 처음 들었던 추억에 잠시 잠기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훅이 뭐라 평가 내리기 애매하다. 떼창 느낌을 내려고 하려고 한 것 같은데 묘한 보컬 믹싱에 신이 나다 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것을 제외한 곡의 모든 부분이 좋았다. 앨범에서 음악 중에선 가장 괜찮게 들었고, 신이 나면서도 훅을 향한 붐업이 아주 잘 되어있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쌓은 빌드 업을 김새는 훅으로 흐지부지 시켜 중독성을 의도한 것이라면 실패한 것이고, 비트의 완성도를 들려주길 바랐다면 그것도 실패한 것이 아닌가 싶다. 차라리 쫀득한 발음으로 각 멤버가 뱉는 "Unforgiven I'm a villain I'm a 난 그 길을 걸어"가 훨씬 중독성 있고 킬링 포인트인 '훅'처럼 느껴졌다. "나랑 저 너머 같이 가자"를 포함한  네 마디를 훅으로 밀고 있는 것 같으나 오히려 그 외의 것들이 음악에서 가장 빛나고 가장 중독성 있다. 비슷하게 떼창형 훅을 설계한 아이브의 <Kitsch>와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힘준 부분이 오히려 제일 힘 빠진다. <FEARLESS>와 <ANTIFRAGILE>이 같은 앨범에 있어서 더욱 밀리고 있다. 음악은 취향 차이가 있고, 그것을 부정하고 나의 평가를 강요할 마음은 없으나 지난 두 개의 미니 앨범보다 훨 임팩트가 없는 타이틀곡임이 내 판단이다.


그 외에 수록곡들도 전반적으로 너무 뻔한 케이팝 구성이다. 당연히 이번에야말로 앨범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저지 클럽 장르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때까지 쌓아온 세련되고 묵직한 이미지는 어디로 갖다 버렸는지 대부분의 곡이 소셜 미디어 팝이라고 퉁쳐도 상관없을 정도로 아무 특색도 지적할 점도 없는 곡들의 항연이다. 기껏 쌓아놓은 르세라핌 특유의 '간지'는 오히려 재활용된 곡들이 더욱 뛰어나다. 그나마 저지 클럽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가 가장 원래의 르세라핌의 분위기를 잘 활용한 곡이다. 차라리 이런 무드로 앨범 전체를 밀었다면 하는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마지막 트랙인 <Fire in the belly>가 그나마 괜찮은 라틴 팝이지만, 이 앨범의 전체를 관통하는 컨셉인지 훅이 빈약하다. 꼭 음악을 훅이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훅만큼 쉽고 간단하게 음악에 빠지게 하는 것 또한 없다. 그렇기에 대중음악, 그중에서도 아이돌은 훅이 중요한데 그걸 놓쳐버린 게 아닌가 한다. 그렇다고 딱히 음악적으로 앞서 있다거나,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것을 들려주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음악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전개로 흘러가고 듣자마자 어떤 풍의 음악인지 너무나도 그려지는 뻔한 음악이다. 지난 앨범의 노래들을 앞에 배치함으로써 전에 발매된 음악이 얼마나 더 뛰어난지 한 앨범 내에서 직접적으로 비교가 되어서 더욱 신곡들이 빛이 바래고 있는 점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만약 앨범의 전반적인 컨셉이 언제 어디서나 틀어놓아도 그런대로 흘려들을 수 있는 앰비언트스러운 앨범이 목표였다면 썩 들을만한 음반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목표로 만들어진 앨범이 아닌 것은 나를 비롯한 모두가 알고 있다. 정규 앨범이라고 묵직하게 만든 앨범이라기엔 구성적으로 너무 성의가 없다. 대충 예전 곡들을 순서대로 쏟아낸 것부터 성의가 없다. 적어도 정규 앨범이라면 아이돌 음반임을 감안하더라도 음악적인 것을 기대해도 된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떠한 편집이나 서사성, 사운드적 유기성도 모두 없앤 체 대충 곡을 박아 넣고, 신곡들은 대부분 그저 그런 널리고 널린 곡이다. 그나마 타이틀이 괜찮긴 하나, 그것은 개중에서 낫다는 것이지 업계 평균이나 같은 아티스트의 다른 앨범에 비해 낫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신곡은 7~13번 트랙, 즉 7개 정도 트랙인데 이 정도면 미니 3집이 아닌가 싶다. 이르지 않나 생각했던 나의 걱정은 그대로 맞아들었고, 이렇게 성의 없는 구성에 과연 정규 1집의 제목을 부여해도 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LE SSERAFIM - UNFORGIVEN>> - 4/10점

"성의 없는 구성, 재미없는 신곡, 정규라는 단어는 떼고 미니 3집으로 정정하길 바란다."


1. The World Is My Oyster (2023 Ver.)

2. FEARLESS (2023 Ver.)

3. Blue Flame (2023 Ver.)

4. The Hydra

5. ANTIFRAGILE

6. Impurities

7. Burn the Bridge [!추천]

8. UNFORGIVEN (feat. Nile Rodgers) [!추천]

9. No-Return (Into the unknown)

10.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추천]

11. 피어나 (Between you, me and the lamppost)

12. Flash Forward

13. Fire in the belly [!추천]


ps. 점수 기입에서 오타가 있었습니다. 4점으로 쓴다는 게 오타를 내버려 5점으로 기입하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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