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소설
[목차]
◑ 구약의 말들이 죽지 않고 살아서
♬ 프롤로그
♬ 기이한 죽음
♬ 다시 돌아온 죽음
♬ 안팎의 고립
♬ 저주파의 교란
♬ 사교의 주술
♬ 탈출
♬ 격리
♬ 붕괴
♬ 피란
♬ 에필로그
* <사교의 주술> 줄거리
이 이야기는 초현실적 주술 의식과 종교적 신념이 불러온 비극을 다룬다. #1장에서 주술사는 성경의 문장들을 현실과 초현실 사이에서 힘을 발휘하는 존재로 바꾸고, 이를 목격한 최목사는 의문과 불안을 느낀다. #2장에서 성경 도시에서 죽은 말들이 되살아나 사람들을 공격하고, 유다인 이사장은 이를 신의 계획이라고 주장하지만, 최목사는 그의 말을 신뢰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다. #3장에서 최목사의 부인은 아들 재선이 괴물들에게 끌려갔다는 소식에 절망하고 유다인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최목사 역시 유다인을 믿지 못해 갈등을 겪는다.
#4장에서 최목사는 유다인과 대화를 나누며, 그가 신앙과 주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유다인은 구원보다는 종말을 준비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5장에서는 유다인의 과거가 드러난다. 그는 텔레그램과 다크웹을 통해 불법적인 활동으로 권력을 얻었고, 메시아라는 존재의 유혹을 받아 더 큰 힘을 얻으려 한다. #6장에서 유다인의 배려로 매일 한 시간 동안 주술 의식이 진행되며, 그 시간 동안 최목사는 아들 재선을 찾기 위해 수색을 계속하지만 실패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회의에 빠진다. #7장에서 최목사는 결국 재선을 찾지만, 재선은 기능이 정지되지 않으려는 비참한 괴물 상태에서 어머니를 공격한다. 그때 도시에 거대한 말이 나타나고, 괴물들과의 혼란 속에서 최목사는 자신이 저지른 죄와 잘못된 선택의 결과를 깨닫게 된다.
#3
“이사장님 좀 만나게 해주세요. 우리 아들, 재선이가 그 괴물들에게 물렸어요… 어디론가 끌려갔는데…”
최목사의 부인은 차가운 땅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끝은 하얗게 질려 떨리고, 그녀의 목소리는 쇠잔한 울음과 함께 가라앉았다. 고개를 숙인 채, 가슴에서 울부짖듯 나온 그 말들이 흩어지듯 사라졌다. 방 안은 끈적하게 눅눅했고, 오래된 의자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눅눅한 공기는 마치 곰팡이가 벽 사이로 스며드는 것처럼 그들을 감쌌다.
“내가… 내가 재선을 두고 왔어요…”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끼며 남편의 다리를 붙잡았다. 목을 죄는 죄책감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들이 괴물 같은 말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그대로 두고 돌아왔다는 자책이 멈출 줄을 몰랐다. 최요섭 목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무언가 끔찍한 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직감이 그를 움켜쥐었다.
그날, 재선이 눈앞에서 괴물들에게 물려 끌려갔을 때 그는 제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몸은 말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렸고, 심장은 한 박자도 뛰지 않는 것 같았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꿈처럼 비현실적이었으나, 끔찍한 비명 소리와 더불어 그 현실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피비린내가 바람을 타고 코를 찔렀고, 괴물들의 이빨 사이에서 끌려가는 재선의 축 늘어진 모습이 그의 뇌리를 스쳐갔다. 그 순간 발을 움직일 수 없었던 자신이 미웠다. 그나마 이사장이 보낸 수행원들 덕분에 부부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부부는 수행원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이사장이 마련한 지하 은신처로 피했다. 주술 의식이 행해졌던 장소였다.
그 덕분에 부부는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않은’ 기괴한 모습으로 도시의 거리를 배회하지 않을 수 있었다. 재선이는 그러지 못했다. 자신의 아들이, 주님의 은총으로 태어난 아이가 이제 스물 갓 넘은 꽃다운 나이에 마음껏 청춘의 열정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방향 없이 거리에서 피냄새를 맡으며 방황할 것을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해졌다. 최목사는 부인을 바라보다가,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재선이는 죽지도 않고 살아있지도 않은 존재가 되었다고 말한다면 부인이 어떻게 반응할지 자신할 수 없었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어째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주님, 이 길이 죄악의 길이었습니까?’
최목사는 아들의 이름을 속으로 외쳤다.
'주님, 왜 저에게 이런 시험을 주십니까…?'
그의 가슴 속에서 억눌린 외침이 터져 나왔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솔직히 수시로 확신이 들지 않기도 했다. 주님이 오시는 길목에서 어째서 이토록 아름답지 않은 추악하고 끔찍한 일이 일어나야만 하는 것일까 싶고, 자신이 어둠의 유혹에 빠져 잘못된 길에서 사탄에게 부역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마음을 온전히 지울 수도 없었다. 다만, 자신이 믿던 이사장을 그렇게 의심하는 게 싫었고, 그러한 의심 역시 죄악이라는 생각에 혼란스러웠다. 진리를 찾는 자는 고된 길을 걷는다고 하였던 것처럼 그러한 차갑고 외로운 길에 서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 아름다운 성경의 말씀을 듣고자 하고, 진정으로 구원받는 사람들의 미소를 보기 위하여, 이토록 이상한 길에 서 있노라고 믿고 싶었다. 어쩌면 이러한 의심과 흔들림이 사탄이 준 선악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님이 자신을 버리신 것일까? 혹은 더 큰 계획 속에 자신을 시험하시는 것인가?
그는 점점 혼란에 빠졌다. 욥이 떠올랐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모든 것을 빼앗으셨던 순간으로 겹쳐 생각했다. 자기도 모르게.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믿음을 지키는 욥과는 달랐다. 그렇게 욥처럼 한다고 해도 가족을 모두 잃고 노숙자로 전락했다가, 나중에야 새로운 가족을 꾸리고 부와 명예를 되찾는 것이었다. 울먹이며 기도하는 부인을 바라보며 재선이를 생각하다 화들짝 놀랐다. 도대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몰라 두려워졌다. 어쩐지 주님께 의지해야 할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그때 부인이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이사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이사장님… 이사장님만이 우리 재선이를 구해줄 수 있어요… 그분이 우리 재선이를 천국으로 보내주실 수 있을 거예요….”
목소리는 절박했지만 힘이 없었다. 그녀의 두 눈은 이미 눈물로 번져 흐릿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목격한 것, 도처에 널린 끔찍한 시체들을 떠올리며 떨었다. 그 시체들 속에 아들이 끼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소문이 돌았다. 시체들이 일어나서는 거리를 배회한다는 것이었다. 터무니없는 소문으로 들렸지만, 그래서 흘려들었지만, 그 소문에 살이 붙고 이런저런 구체적인 정황까지 보태어지만, 부인은 그 소문을 믿고 싶었다. 설령 괴물들에게 물려 죽은 모습일지라도, 적어도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살아 있다면, 죽은 채로라도 어쨌든 살아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재선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그녀를 붙들었다. 그리고 그 괴물 같은 모습으로는 결코 천국에 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사장님만이 그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붙들었다. 사라지지 않는 두려움이 그녀를 끈질기게 붙들더니 차츰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여보, 내가 이사장님께 갈게요.”
최목사는 부인의 등을 어루만지며 힘겹게 말했다. 그러나 그 자신도 아내가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이사장을 찾아간다고 해서 무엇이 해결될지, 이사장이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상황에서 그들에게는 그 길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자리를 떠나며 바닥을 스치는 발걸음이 이상하게 무겁게 느껴졌다. 지하은신처를 벗어나 1층 정원 길을 걸었다. 정원 문 밖으로 나가자, 또 다시 미로처럼 다음 정원이 이어졌다. 담벼락 바깥에서는 비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이곳을 넘어오려는 누군가는 벽에 쿵쿵 받혀서는 곧 아무 소리가 없어졌다. 그러다가 기어이 일어나서 걷게 되리라는 것쯤은 최목사도 알고 있었다. 습기 가득한 공기가 그의 폐 속으로 파고들었다.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고,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공기 중에 비의 기운이 감돌았다. 눅눅한 공기 속에서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주님께 묵묵히 기도했다.
#4
최목사는 이사장을 만나러 가기 전부터 마음이 불안했다. 재선을 구할 마지막 희망으로 이사장을 찾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가슴속에는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이사장이 그토록 신뢰를 보내며 자주 인용하던 성경 말씀과 기적들은 최목사에게 오랫동안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었지만, 최근 들어 그 기적들이 단지 위태로운 주술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낙조에 물든 거대한 상처들이 도시 곳곳에 내려앉고, 죽음으로 일어선 말씀들이 영혼의 고름처럼 고이네.”
생각해 보면 이사장은 결정적인 순간에 성경의 문구를 인용하지 않고, 자신의 어록을 인용하여 썼다. 그것이 그의 문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성경의 문구가 아니고, 그 말이 하나같이 어둡고 저주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찜찜함이 문제였다. 그 과정을 겪고 지나가야 광명이 온다고 하는데,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지옥 같은 상황이었다.
이사장 방이 있는 건물로 이어지는 지하 통로로 들어서는 최목사의 발걸음은 무겁고, 공기는 눅눅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통로를 따라 좁은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귀에 이상한 속삭임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차가운 바람이 벽 틈새에서 새어나와 그의 피부를 스쳤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속으로 기도했다.
‘주님, 이 길이 정말 옳은 길입니까? 저를 올바른 선택으로 인도해주소서.’
마침내 그는 이사장이 있는 방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이사장 유다인이 차분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얼굴은 유난히 젊고, 그의 눈빛은 매섭게 빛났다. 최목사는 그 순간,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런 상황에도 평정심이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오래 전부터 착실히 준비했던 사람 같았다. 젊고 강인한 외모에 비해, 그가 하는 말은 언제나 기묘한 안정감을 주었고, 영원히 변하지 않을 지도자처럼 느껴졌다. 그는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는 듯이 보였고, 어쩌면 정말 재선이를 되돌릴 백신이라도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언제나 은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오셨습니까, 목사님."
유다인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이 시험을 주신 것 같습니다."
"이 시험… 재선이를 구할 방법이 있습니까?"
접견실 소파에 앉으면서 최목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신의 목소리에서 떨림을 느꼈지만, 이사장은 그걸 눈치 채지 못한 듯했다.
“커피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녹차?”
“괜찮습니다. 물 한 잔만 부탁드리겠습니다.”
접견실로 들어서던 비서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다시 나갔다가 들어와서는 물 한 잔을 놓고 나갔다. 그러는 동안 유다인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기울였다.
"구할 방법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구원이 아닙니다. 이 세상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죠. 주님께서 원하시는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희생이 필요한 것입니다."
최목사는 이사장의 말을 듣고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이사장은 늘 믿음과 주술 사이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인물이었다. 재선이를 그 칼춤의 중심에 놓고 싶지는 않았다.
“아내가 이사장님을 뵙고 싶어 합니다. 아시겠지만, 아들 문제 때문이지요.”
최목사는 울컥해서 잠시 말문이 닫혔다. 다시 숨을 고르고는
“천국에 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지요. 그러나 혹시 다시 살 길, 회복의 길은 없겠습니까?”
목사는 부인과 달리 끝내 생존 가능성, 회복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이사장이 지극히 세속적인 갈망이라고 꾸짖을 것도 개의치 않았다. 그때 이사장은 담담히 최목사에게 시선을 두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건 없습니다. 제가 빠져나갈 구멍을 다 마련해두고 그런 것으로 오해하시면 곤란합니다. 저도 메시아의 길을 열어드리려는 것뿐. 그저 그분의 종이지요. 주님이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자제분은 그분의 천국에 계실 것입니다.”
“그러면 다 좋으니, 그저 의식을 거행하는 분들과 나가서 잠시만이라도 저것들의 공격을 억제시켜주십시오. 아들이 어디쯤 있는지만 알아두려고 합니다. 그래야 아내에게 거짓말이라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매일 한 시간입니다. 저희도 움직여야 할 때가 있어서 한 시간 정도는 시간이 필요해졌으니, 당분간은 매일 일정을 잡도록 하지요. 한 시간 이상은 인위적으로 통제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혹시 모르니 나가시기 전에는 꼭 외출 계획을 공유하고, 의식 일정도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사장님! 감사합니다!”
이사장 유다인의 입매에 살짝 미소가 걸리는 것 같기도 하였지만, 최목사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누가 보아도 잘못 본 것이라 여길 만큼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