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픽션
♬ 봄볕으로 꿈을 바싹 말린다
아- 이는
이- 번 생이 좋은 것 같다.
가- 히 참말로 좋다는 것 같다.
물- 어보지 않아도 표정만 봐도 알 것 같다.
어- 머니는 그 표정을
다- 독거리는 듯한 눈빛으로 본다.
주- 어진 삶의 무게는
는- 꿈의 축축함에 비례할 것이므로
봄- 볕으로 꿈을 바싹 말린다. 조금씩 공기 중으로 흩어지도록.
→ 김윤아 인스타그램 문구, 세로글 인용: "아이가 물어다 주는 봄"
√ 병원에서, 바람과 벚꽃
“이번 생이 좋은 것 같아요.”
아내가 벚꽃나무 아래에서 말했다. 그녀는 늘 그렇듯 평범한 말투였지만, 그 말 속에는
어떤 결심 같은 게 섞여 있었다.
나는 그녀를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은 필요 없었다. 이미 모든 게 그녀의 표정에 담겨 있었다.
햇살을 머금은 얼굴,
흩날리는 꽃잎을 따라가며 살짝 꿈틀거리는 눈빛,
손끝에서 느껴지는 생의 온기.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정말,
이번 생이 그녀에게도 좋았으면 한다고.
벚꽃이 흔들렸다.
바람이 꽃잎을 데리고 어디론가
흩어졌다. 아내는 두 팔로 나무를 살며시 안고
눈을 감았다.
“꿈은 말이에요,”
그녀가 중얼거렸다.
“축축하면 안 돼요. 적당히 말려야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흩어진 꿈은 언젠가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올 테니까요.”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녀는 종종 이런 이상한 말로 나를 당황스럽게 하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그녀가 말하는 ‘축축한 꿈’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꺼내지 못한 슬픔,
혹은 마음속에만 묻어둔 소망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엄마가 이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하실까요?”
아내의 어머니는 늘 그녀를 ‘기이한 아이’라고 부르며 다독거리듯 바라보던 분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이해인지 체념인지 모를 감정이 담겨 있었지만, 그것이 나쁜 건 아니었다.
“그냥 웃으시겠죠. 늘 그랬으니까요.”
나는 답했다.
아내가 나뭇가지 위의 꽃을 올려다보며 답했다. 그 순간,
그녀는 정말로 모든 무게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삶의 무게는 꿈의 축축함에 비례할 거예요.”
그녀는 계속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꿈을 봄볕에 잘 말리면, 그 무게도 사라질 수 있어요.”
나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 위에 떨어진 꽃잎을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그녀의 머리칼이 봄볕에 반짝였다.
“그렇다면 우리도 조금씩 꿈을 말려볼까요?”
나는 농담처럼 말했다.
그녀가 내 말을 듣고 활짝 웃었다. 그 웃음은 흩어지는 꽃잎처럼 가벼웠다.
바람이 다시 불었다. 이번에는 내게도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내가 몰랐던 것들을 깨우쳐주는 듯한
바람.
아내는 꽃잎 한 장을 손바닥에 올려두고 조용히
속삭였다.
“꿈을 바람에 맡기면 어디로든 갈 수 있어요. 이번 생이 정말 괜찮은 이유는… 우리가 그걸 알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나는 벚꽃나무 아래에서 그녀와 함께
눈을 감았다. 흩어지는 꿈이 공기 중으로 섞이는 순간을
느끼며, 정말 이번 생이 좋은 것 같다고
좋은 것이길 바란다고,
이제부터 그럴 거라고
이 소원만큼은 신께서 들어주시길 바란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