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목차: 황반변성의 별빛]
1부. 노동: 구조적 불평등
♬ 개미 허리 휘는 농부들은 하늘 볼 줄 모르고
♬ 현관에 놓인 채 제 할 일을 잃은 신발들
♬ 신발 냄새
♬ 도시의 별빛은 밝고, 드림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 이게 만일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이라면 차라리 죽겠다
♬ 우리가 기울어졌다고 표현하는 것에 관하여
♬ 재력의 차이
2부. 결핍: 삶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고
(생략)
3부. 몽상: 잠깐 넌지시 엿보다가
(생략)
[소개글]
- 놀이글 스타일을 적용한 만화적 산문입니다.
- 이미지는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 도시의 별빛은 밝고, 드림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산업화가 한창일 무렵, 자본주의는 만개하였고 민주주의의 이상을 따라 누구나 피땀 흘려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따랐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이 농사도 팽개치고 젖과 꿀이 흐르는 기회의 땅인 대도시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대도시는 희망고문만 할 뿐, 쉽사리 꿈의 실현이란 약속을 드러내 보여주지 않았고
백골이 진토될 것 같이 힘이 들 무렵
뭔가 속았다는 것을 느끼고야 말았습니다.
책에서만 읽던 '신자유주의 드림'은 없었습니다. 신도 없고, 자유주의도 없고, 아무도 시민들에게 꿈을 드리지도 않았습니다. 신도 시장도 서울시장도 '아무개 드림'이라며 공약을 남발하였지만 요지부동 산처럼 꿋꿋이 벽을 쌓았습니다.
원룸의 난방을 아끼며 버티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런 시대에는 건물주만이 주님의 자격이 있다는 것을 어린이들도 알아채버렸고,
도대체 누가 사는지 알 수 없을 건물들에도 주인들은 꼬박꼬박 들어찼습니다.
내집마련 꿈을 이루지 못한 시민들의 무덤 옆에 세워진 건물에 지붕을 얹고 십자가를 세워서는 건물주님은 이 세상 자본주의의 주님 행세를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그러한 교회를 지나치며 "저곳에 가서 건물주님을 믿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군. 그곳에서는 내집마련이 쉬울까?"라며 닿을 수 없는 건물주님의 생김새는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해골일 거라는 둥,
별빛처럼 영롱한 눈빛의 소유자일 거라는 둥 각종 루머가 난무했지만, 내집마련과는 아무 상관 없는 정보였을 뿐입니다.
인생은 빚 갚는 과정이라는 자본주의적 해답처럼 불길하게 늘어만 가는 빚이 우리를 불안케 했고
어떤 이들은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 있노라며, 고층빌딩에 살지 못한다면 나무 위에 살겠노라며 하늘을 향하여 소리지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비트코인에 빠져선, 여전히 지속되는 자본주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휘몰아치는 밤의 광포한 음모를 눈치 채지 못한 채
도시의 야경을 위해 바쳐지는 슬픈 영혼의 별빛이 되기 위한 마지막 제의를 치르는 듯하였습니다. 건물주님들이 걸어가며 "저 별빛이 참 아름다워요!"라고 말하는 순간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