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산문

by 희원이

[목차: 황반변성의 별빛]

1부. 노동: 구조적 불평등

(생략)

2부. 결핍: 삶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고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 예나 지금이나 자식 걱정은

♬ 신발끈을 묶다

♬ 우리가 살아갈 때엔 죽음을 벗삼아 삶을 그리워하며

♬ 혼자 사는 사람들

♬ 황반변성으로 노안이 온다

♬ 방으로 돌아오는 길

3부. 몽상: 잠깐 넌지시 엿보다가

(생략)


[소개글]
- 놀이글 스타일을 적용한 만화적 산문입니다.
- 이미지는 모두 고흐의 작품입니다.





IMG_2454.PNG 2부. 결핍: 삶은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고


삶- 은 계란은

은- 제나 엇비슷한 시간을 견뎌야 된다.


누- 추하든 잘 나가든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구- 전되는 전설처럼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에- 그머니나!

게- 으르게도 찬물에 달걀을 넣자마자 삶아질 리 없다.

나- 고 자라는 시간만큼을 지나서


만- 리장성이 정말 만리인지 따라 걷다가 해가 질 무렵이 되어

만- 용과

치- 기의 시도가 다 부숴진 뒤에야


않- 쪽에서 그래도 살아남은 불씨로 덮여있는

고- 구마가 다 타버린 것을 발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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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나이를 센다는 것은 별을 세는 것만큼이나 부질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청난 사건처럼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관혼상제의 풍습에서도 관례는 나이가 차서 어엿한 어른이 되는 의식이었습니다. 빠른 년생까지 따지던 풍습에서는 더더욱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중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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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만 20살이 되던 해에는 나이를 세는 것이 참 의미 있었습니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담배를 피워도 해골 보듯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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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증을 보여달라는 말에 "내가 어려보여? 빨리 늙지 못한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라며 배부른 투정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차면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하기에, 이런 문화권에서는 나잇값을 벌기 위해 열심히 품위를 수확해야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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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왜 이렇게 벌써 나이가 들어버렸어?'라며 억울해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 드는 것은 하늘의 연속적인 움직임과 같아서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는 끊임없는 흐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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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통근을 위해 매일 건너는 다리라, 어느 날 다리를 건넜는지 기억하는 것이 무리듯이,

그저 무덤덤한 일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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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앞뒤로 뒤적이며 넘기는 일 같았습니다. 때로는 후루룩 넘겼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과정 같았고요. 그럼에도 인간은 의미를 부여하는 동물이기도 하여서

같은 나이라도 어떨 때는 풍요롭게 느껴지고, 또 어떨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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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게 느껴졌습니다.

별을 세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다고 여기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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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오는 순간, 거대한 광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어른이라는 설렘일 수도 있고, 벌써 어른이라는 착잡함일 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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